재테크 후기는 아닙니다만.
돈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출근길에 별다방 커피를 손에 들고 갈지, 아니면 가게 입구에 ‘우리 커피는 이렇게나 싸요~’라고 붙여있는 곳의 커피를 손에 들고 갈지를 고민하는 것부터가, 매우 작은 결정에도 돈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행동이 아니던가.
그런데 돈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돈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공부를 해볼 생각은 없었다. 생기면 쓰기 바빴다. 세상은 넓고 내가 사는 곳은 좁았다.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학창 시절에는 배낭 하나 달랑 매고 고생하는 여행이 전부였지만, 직장인의 여행은 즐기는 여행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사한 숙소에서 멋진 뷰를 보며 맛있는 것도 먹어줘야 여행이었다. 경험을 쌓는다는 명분으로 돈은 그렇게 통장을 스쳐 지나갔다. 내 통장은 잠깐 머무르는 정류장일 뿐. 먹는 것은 또 어떤가. 냉장고에 쌓여있던 온갖 재료들이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쓰레기로 처분되는 상황이 수없이 반복되자, 우리 집은 외식이 일상화되었다. 오히려 외식이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했다. 내가 옷이나 가방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었다. 옷과 가방도 여행이나 외식처럼 대했더라면, 지금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다 부모가 되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부모가 되면 그때부터는 자식을 위해 사는 것이라고 말이다. 부모가 되더라도 개인의 꿈과 자기 계발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식을 돌보고 이끌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만큼 자식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돈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걱정이 시작되었다. 사실, 돈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늘 있어왔다. 그런데 그 시절의 걱정은 ‘막연한’ 걱정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여행에 외식에 돈을 바쳤을 리가 없다. 지금의 고민과 걱정은 그 수준이 다르다. 가끔은 두렵고 무섭기까지 하다. 자신을 위한 경제력도 버거운데, 한 생명을 키우기 위한 경제력은 마치 두 어깨에 집 몇 채가 올려져 있는 것 만한 부담 그 자체였다.
돈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경제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강의도 들었고, 팟캐스트도 구독하고, 추천 책이 있으면 가능한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았고, 아직까지 상당한 부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인가 조목조목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라는 생각에 부끄럽지만, 누군가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되는 것이 목표다.
그러던 중 독서모임을 통해 접하게 된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_홍춘욱>는 재테크를 공부하기 전에 입문서로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경제 서적이었다.
사실 그렇다. 누군가를 알려거든 그 누군가가 기본적으로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무슨 행동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알 수 없다. 아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당연히 혼을 내지만,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기질의 아이인지를 알고 대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
그래서 재테크를 하고자 한다면, 돈에 관심이 있다면, 돈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아는 것이 순서다. 무턱대고 주식하고 채권 사고 부동산 해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며 무작정 돈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만 파고들기보다는 돈이 ‘무엇인지’를 연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삼스레 꼭 돈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공부의 순서를 바르게 가져가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흥미롭게 읽어 내려가던 역사 속 돈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돈의 역사를 되짚어본다는 것은 앞으로의 돈의 미래를 예상해보겠다는 거창한 다짐보다는 돈에 대한 마음 가짐을 다시 갖게 되는 계기가 되어 다행이었다. ‘지금 당장’ 결과물을 얻어 내야겠다는 앞뒤 가리지 않는 욕심은 버리고, 돈을 운용하는 데에도 지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나의 역사 속에서도 돈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 존재했기에 돈에 대한 관심이 생긴 만큼, 돈의 역사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교훈을 얻는 것 또한 내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명하게 돈을 번다는 것은 나의 역사와 돈의 역사의 적절한 콜라보레이션의 결과일 듯하다.
돈을 좀 더 잘 알게 되어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