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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May 20. 2019

두근두근 '스트레스 리스트'

스트레스를 삶의 무게로만 느끼지 않으려면

새해를 앞둔 연말. 장밋빛 한 해를 다짐하며 작성하는 새해 리스트를 바라보며, 대부분 어떤 느낌을 받고 있을까? 


새해 리스트에는 올해보다는 더 발전된 모습 그리고 더 나아진 상황이 담기게 마련이다. 기록함과 동시에 현실로 이루어질 것만 같은 상상에, 어서 빨리 내년이 왔으면 하는 바람도 들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면 새해 리스트를 대하는 마음 가짐이 잘못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스트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과정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꿈만 꾸고 있는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구상하는 중이라면,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것보다는 걱정과 고민거리가 먼저 나를 엄습하기 시작할 것이다. 당연히 버거울 수도 있다. 지금은 그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이기에 두렵기도 하겠고, 과연 나에게 맞는 목표를 설정한 것인지 의심의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미리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을 것이다. 참, 스트레스는 건강에 나쁜 요소이며 노화의 지름길이라고 들었다. 그럼 이 스트레스를 없애버리기 위해, 스트레스의 원인인 이 목표를 포기해야 할 것인가? 내 새해 다짐들에게 이대로 작별 인사를 건네야 할 것인가?


대개, 야무진 목표를 세우고 무엇을 새롭게 시작하려면 스트레스와 함께 출발할 수밖에 없다. 없던 능력을 가지려거든, 오랜 기간 공부하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즐겁기만 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몇 번은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야 하고, 비교도 당하고, 목표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는 고비도 여러 차례 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해롭다는 그 스트레스가 없다면, 행복하게 저절로 달성하는 목표는 어린아이들의 동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무게감이 큰 스트레스만 스트레스일까. 자잘한 스트레스는 내 잔주름을 얼마나 늘어나게 하고 있는지.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 길의 교통 체증, 매일 해야 하는 청소, 더운 여름 갑자기 고장 난 에어컨 수리, 퇴근 후 저녁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등 평범한 일상의 일부분 조차 고민에 고민을 이어가야만 하는 스트레스 투성이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결국 스트레스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받았는지와 같은 뜻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물리쳐야 할 내 인생의 적이라고만 규정짓기에는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다. 


어린 시절 연습량과 진도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했다면, 레슨을 그만둔 지 몇십 년이 지난 지금 웬만한 악보를 보며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을 만큼의 성장을 이루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했다면, 운동을 할 시간은 확보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운동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내 인생에 들어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독서 모임을 통해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했다면, 지금도 책은 시간적 여유가 많은 사람들만 읽을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 시간을 곰곰이 돌이켜 볼 때,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변화하지 못한 그 시절 그대로 멈춰있었을 것이 확실했다.


스트레스가 무조건 나쁘다는 사회 통념 속에서도, 우리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다. 캘리 맥고니걸의 <스트레스의 힘>에서, 정확히 무엇인지 정리할 수 없었던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과거의 힘든 노력과 도전에 대해 생각한 시간이 소중하듯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소비한 시간조차 의미 있었던 것이다. 연구원들이 내린 결론에 따르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비교적 의미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이 걱정하고 더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 109p



이왕 품고 가야만 하는 스트레스를 좀 더 즐겁게 맞이하게 위해, 억울하기만 할 것 같은 스트레스의 오해를 풀어줘야겠다. 스트레스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스트레스의 힘>에 따르면, 사고방식이란 마음가짐과 행동방식 그리고 감정에 선입견을 심어주는 믿음이다. 우리가 무엇을 보든 그 대상을 걸러서 통과시키는 필터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스트레스는 적’이라는 필터를 통해서 내 행동을 바라보았으니, 안 그래도 스트레스받는 인생인데 몸에 안 좋다는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한다는 그 사실에 한 번 더 스트레스를 받는 꼴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는 좋을 수도 있다’는 필터를 새로 장착하고자 한다. 매일이 스트레스 투성이라고 생각되는 직장이 있기에, 주말이 감사하고 휴가가 달콤하다. 매일 출근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낸다면, 쉬는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엇으로부터 쉰다고 할 수 있을까. 매일 쉬기만 하는 일상은 의미가 없지 않은가. ‘스트레스의 역설’이라고 언급된 부분에서는 “행복한 삶이란 스트레스가 없는 삶도 아니며 스트레스 없는 인생이 행복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라고도 말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삶의 무게로만 느끼지 않기 위해, 두근두근하는 스트레스 리스트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스트레스가 설레다니, 스트레스가 좋을 수도 있다고 해도 이건 너무 나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 스트레스는 내가 꿈을 꾸고 있고 이를 진짜로 실행에 옮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증거 아니던가.


스트레스 리스트를 작성해 본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대비하자는 뜻이다. 어쩌면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미리 예측해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의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기에, 당황스럽지도 막연히 두렵지도 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스트레스 리스트를 작성해보고자 다짐하는 이 순간이, 그래서 위시 리스트를 대하는 마음처럼 설렌다. 


“우리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다. 결국 인생이 의미 있으려면 반드시 스트레스를 경험해야만 하는 것이다.”- 20p





사진 출처: unsplash


#씽큐베이션 #더불어배우다 #대교 #스트레스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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