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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Jun 10. 2019

“그래서, 이번 주에는 뭘 실패했니?”

실패는 부끄럽지 않다는 용기를 얻게 된 '결정적 순간'

옷을 잘 입는 여자라면 누구나 ‘스팽스’를 안다. 뱃살도 잡아주고 다리도 날씬하게 보이게 도와주는 이 마법 같은 속옷이 없다면, 스커트도 바지도 멋지게 소화해 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스팽스가 필요 없는 넘사벽 분들도 많고, 반대로 불편해서 안 입는 분들도 많지만, 어쨌든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스팽스 방송에 잠시나마 눈을 떼지 못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테니 말이다.


사실, 스팽스는 특별한 사람만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다리를 보정시켜주기 위해 팬티스타킹을 신어야 하지만 맨발로 샌들을 신고 싶은 상황은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던 사라 블레이클리 (Sara Blakely)는 스팽스의 창업자가 되었고, 아이디어만 갖고 있었던 다른 많은 여성들은 생각에서 그치고 말았다. 


블레이클리는 스팽스의 첫 상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지겨울 정도의 거절과 시련이 있었다. 스팽스를 시작하기 전 7년 동안 팩스 머신을 팔았을 때도 수많은 거절과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런데 그녀는 거절과 실패가 부끄럽지 않았다. 어린 시절, 저녁 식사 시간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런 질문을 자주 했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뭘 하는데 실패했니?”


그녀의 인생에서 이 질문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지금까지 ‘스팽스’를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다가온 이 질문들을 통해 실패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실패를 숨기기 위해, 아예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범위를 한정 짓고 자신을 두껍게 포장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신의 사례에서 그리고 주변의 사례에서 이미 많이 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녀는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자신을 기꺼이 넣었다. 아버지의 질문에서 얻은 통찰이 있었기에, 성공을 향한 발자국을 한 걸음씩 옮겨갈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통찰이 있어 실행에 옮긴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블레이클리처럼 성공을 맛보는 것은 아니다. 실패할 수도 있다. 칩 히스와 댄 히스는 그들의 저서 ‘순간의 힘 (The Power of Moment)’에서 블레이클리처럼 자신을 확장하여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배움의 순간, 자기 통찰의 순간이라고 한다. 자기 확장이 없다면 자신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확장이 없다면 생각에서 그치기에 아쉬움만 있을 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순간의 힘’은 내 삶의 결정적 순간, 오래 기억되고 깊은 의미를 지닌 짧은 경험은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 것인지 그 방법을 공유한다. 대개 내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 순간은 우연히 아주 갑작스럽게 다가와서 나를 일깨운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 순간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은 다음의 4가지 요소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1.     고양 (Elevation):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순간.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감정이 고조되는 경험. 

2.     통찰 (Insight): 불현듯 진실을 깨닫는 순간. 깨달음을 안겨주고 변화를 촉구

3.     긍지 (Pride): 내가 나이길 잘했다고 믿는 순간. 최선의 모습을 드러낼 때 발생. 

4.     교감 (Connection):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순간. 사회적인 경험. 인간관계를 강화


이 네 가지 요소가 모두 한 번에 어우러진 결정적 순간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네 가지 요소 중 하나만 적용된 순간이라고 해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 성장에 꼭 필요한 요소들임에는 틀림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느냐고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주저할 필요도 없이 ‘통찰’을 꼽고 싶다. 고양, 통찰, 긍지, 교감 모두 그 순간을 대하는 개인의 감정이 결합하여 나를 움직이게 한다. 그런데 ‘통찰’의 경우는, 기존의 틀을 깨고 기꺼이 변해보겠다는 내면의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환경을 만들어주고 새로운 지식을 쌓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고 해도, 기꺼이 변해보겠다는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게다가 그 용기는 블레이클리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용기를 낸다고 무조건적인 핑크빛 결과만을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통찰의 순간을 통한 순간의 힘은 그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다.


책을 읽다 보면,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매번 마무리되곤 한다. 히스 형제들이 순간의 힘을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만큼, 이 네 가지의 요소들을 아이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실행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평범하기만 한 일상 속에서 각본을 깨트려 뜻밖의 놀라움을 선사하는 일 (고양), 블레이클리의 아버지가 그랬듯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지기 (통찰),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은 레벨업 단계를 마련하여 발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 마련하기 (긍지),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연결의 기쁨을 알게 해 주기 (교감) 등이 나에게 주어진 과제다. 


하지만, 이 책이 꼭 타인을 위한 결정적 순간 만들기만을 다룬 것 같지는 않다. 나를 위한 결정적 순간도 분명히 내가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고양, 통찰, 긍지, 교감의 순간을 모두 나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생각할 때는 이렇다. 매일 나를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기이다. 오늘의 나를 돌아보면, 당시에는 바빠서 그냥 지나쳤지만 그 순간으로 인해 선순환을 겪은 일도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자존심이 상하고 슬펐지만 분명 나를 변화게 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고, 내가 혼자가 아님을 확인한 따뜻한 경험도 기억이 날 테니 말이다. 그 모든 순간이 다 결정적 순간이다.


결국, 우리는 서로서로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주고 경험하는데 도움을 주는 중이다. 세심하게 주변을 살펴보고 나를 살펴본다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결정적 순간을 이렇게나 많이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씽큐베이션 #더불어배우다 #대교 #순간의힘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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