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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Oct 22. 2019

우리는 모두, 마케터의 꿈을 꾸어야 한다

[그로스 해킹]을 읽고

하루하루가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과학 기술 탓에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지만,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의 등장과는 별개로 직업이 없어질 이유는 많다. 사회가 변함에 따라 생활 방식도 바뀌면서, 직업이 없어지기도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과학의 발달이라는 핑계로 가만히 앉아 직업을 빼앗기기보다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부지런히 살펴봐야 마땅한 시대다.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에도 바쁘지만,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시간 역시 확보해야만 하는 바쁜 시대의 한가운데에 우리가 있다.


또 하나의 직업이 사라질 예정이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20대였을 때만 하더라도 화려하고 재미있게만 보였던 직종인 마케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늘 고객의 생활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마케터는 트렌디한 하루를 보내야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 마케터의 일상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약간 허영심이 들었던 것도 고백컨데 사실이었다. 


그로스 해킹 _ 라이언 홀리데이


전통적인 마케팅 모델에서 가장 교활한 부분은 ‘성대한 출시 잔치’ 신화이다. 더불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웹 서비스에 대해 “만들면 올거야”라는 유혹적인 가정을 하고 있다. 이 두 개는 굉장히 간단하지만 거의 효과가 없다.

아론 슈바르츠가 깨달은 것을 돌이켜 보자. 이용자들은 데리고 와야 하는 존재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충분하지 않다. 사실 당신의 고객은 ‘확보되어야만’하는 것이다. 융단폭격과 같은 방식은 이것에 적합하지 않다. 딱 맞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딱 맞는 장소를 조준 사격해야만 한다. – 65p


‘전통적인’ 마케팅 모델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나는 전통적인 사람이 되었다. 출퇴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 지 벌써 몇 년이나 흘렀으니 당연하지 싶으면서도, 그동안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가 이렇게 변해가고 있었다는 점이 신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가능한 많이 대중들에게 상품을 노출시켜야 한다’와 ‘전통 매체와의 관계’에 집착하고 있었던 과거를 돌이켜 본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 생각도 한다. ‘전통적인’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상사와 함께 일하는 마케터라면, 아무리 그로스 해커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실행해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혹은 당분간은 이 ‘그로스 해킹’이라는 마케팅 기법은 스타트업에서나 가능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방금 ‘마케팅 기법’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사실 이 책은 마케팅 기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때문에, 이 책에서 언급된 실제 그로스 해킹의 사례는 무작정 따라 해서도 안 된다. 각자 마케팅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다르고, 각자의 타깃 즉 고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성공적인 마케팅 기법은 각자의 고객을 따르라는 것이다. 자신의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파악하고, 그들의 변덕도 관찰해가며 자신의 상품 역시 그에 맞춰 발전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그로스 해킹이다.


이 책에서 언급된 그로스 해킹 사례에 ‘마케터’라는 직업이 콕 집어 등장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고객의 취향, 타깃의 트렌드, 고객의 선호도에 맞게 상담을 하고 상품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등은 모두 마케터의 역할에 한정되지 않다. 모든 직종의 사람들이 담당하고 있는 일이다. 


간혹,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일을 했던 마케터가 스타트업에 스카우트되었다가, 적응을 못하고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전까지 알고 있었던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고객을 확보하기 시작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에서 직종을 불문하고 누구나 ‘그로스 해킹’이라는 마케터의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한 가지 얻게 된 생각의 변화가 있다면 바로 ‘우리 모두, 마케터의 꿈을 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회사가 성장하고 실질적인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집중하며 단점을 보완해가는 과정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마케팅은 톡톡 튀는 기발함이 생명이라기보다는,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불어,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중이라면 내 사업을 얼만큼 확장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도 미리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로스 해킹은 결과적으로 고객들의 자발적인 구전 효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 구전 효과가 내가 기대하던 것 이하일 수도 있고 이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하일 때도 문제지만, 이상일 경우 제대로 대비하고 움직이지 못한다면, 차곡차곡 쌓아온 그로스 해킹의 과정이 물거품으로 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그로스 해킹’은 ‘스타트업을 위한 실용주의 마케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모두가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기도 하다. 1인 브랜드, 1인 기업 역시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 모두가 기본적으로 마케터의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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