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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Aug 20. 2021

기다리는 시간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그렇게 학부모가 된다

운전 연수를 받던 중,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연수 선생님은 마치 점쟁이가 커다란 비밀을 맞추듯 확신을 갖고 물었다.


“성격 급하죠? 운전하는 거 보면 성격이 다 나와요. 급해도 너무 급하네.”


초보운전인 주제에, 답답하게 운전하는 다른 차들을 보면 혼자서 가슴을 쳐 대기 일쑤였다. 운전뿐일까. 원하는 성과가 ‘빨리’ 나오지 못하는 상황은 늘 마음에 화가 차도록 만들었고, ‘빨리 빨리’를 추구하면서도 이를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 탓에 속은 썩어 들어갔다. 성장의 시간이 더디면 더딜수록 우울해졌다. 그런데 원래 성장의 시간은 더딘 것이 정상이었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우울함을 떨쳐 내겠다며 중간에 그만 둔 것들도 꽤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어리석기는.


그런데 부모의 힘은 정말 위대하기는 한가보다. 내가 기다리기 시작했으니까.


무조건 나 보다는 더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에서, 아이만은 ‘빨리 빨리’로 인한 부작용은 겪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그런데 유전은 정말 무서웠다. 아이는 정말 나랑 똑같았다. 욕심은 많았고, 연습하는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안스러웠다. 동시에 나 자신도 그렇게 짠할 수가 없었다. 나도 저런 모습이었겠구나 싶어서.


아이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은 말한다.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군가보다 더 잘 하려고 하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다른 사람들만 바라보는 것이기에 정작 너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이런 말들을 한 번에 이해하고 적용시킬 리는 만무하지만, 어쨌든 계속 듣다 보면 언젠가는 그 의미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고 기다린다.


평균보다 살짝 밑인 키도 빨리 더 컸으면 좋겠고, 빨리 말도 조리 있게 잘 했으면 좋겠고, 어른들이 볼 때 ‘사회 생활에 유리한 성격’을 빨리 탑재했으면 좋겠지만 이 역시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기다린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의 기다림은 엄마의 입장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지만, 아직까지 적응하기 어려운 기다리는 시간도 있다. 바로 ‘학습’, 정확히는 ‘학습을 지원하는’ 기다림이다.


지금도 아이를 학원에 들여보내고 카페에 앉아있다. 학원들이 즐비한 곳에 위치한 카페라 그런지, 혼자 앉아있는 엄마들이 쉽게 눈에 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엄마들을 힐끗 쳐다보고 있자니, 기다림에 무뎌진 표정들이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어 반갑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양육적인 면을 담당하는 ‘엄마’의 역할에서 학습적인 면을 담당하는 ‘학부모’의 역할로 변했다. 학원을 데리고 다니며 흘려버리는 내 시간들과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조각조각의 시간들이 아까워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기본적으로 ‘기다리는 시간’에 끼워 넣은 나의 일정이다 보니, 온전히 집중하기에는 불안하기도 하다.


자꾸 붕붕 뜨는 것 같은 구멍 뚫린 시간을 기다림으로 채워 넣기에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되고 어색하기만 하다. 분명 똑 같이 아이를 위한 기다림인데, 성장을 기다린다는 추상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기다림은 비교적 쉽게 수긍이 가는 반면 배움을 기다리는 물리적인 기다림은 왜 익숙해지는 것이 힘들까.


그나마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도 느낄 수 있는 가을의 정취가 있지만, 이 계절이 지나고 난 후는 무엇에 기대어 기다릴 수 있을까. 앞으로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언제쯤 되면 이 시간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능숙한 학부모가 된다면, 비로소 이런 기다림이 익숙해질 수 있을까?


기다림에 전문가가 될 때쯤이면 고단수의 학부모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다림에 익숙해지기를 더 기다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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