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뮤지컬 학원에 다닌다. 학원에 들여보내고 근처 카페에 앉아 지금쯤 아이가 어떤 부분을 연습하고 있을지 상상하다, 문득 내가 어린 시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 아이가 부러워졌다.
어떤 중심을 잡고 아이에게 이런저런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지는 아직 기준도 없고, 그 기준은 앞으로도 대나무처럼 이리저리 휘어질 것이다. 그런데 다양한 예체능 경험은 이때뿐 인 듯 싶어서 열심히 들이밀고 싶었다. 다행히도 아이는 엄마가 보여주는 예체능 활동들을 좋아했다. 그림도 음악도 춤도 노래도.
학습적으로 출발선에서 저만치 앞서 가고 있는 친구들도 꽤 있기 때문에, 이런 행보가 나중에 후회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도 어린 시절에 경험해야 몸이 기억하고 커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포기할 수가 없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학원에 도착해 아이에게 댄스화를 건네주는데, 먼저 와 있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아이는 무대에 서는 경험을 쌓아주고자 보내고 있지만, 그 아이들은 표정과 머리 모양, 옷에서부터 마치 ‘프로’의 느낌이 풍겨졌다. 어찌나 야무진 외모와 옷차림이던지, 잠시나마 우리 아이가 주눅이라도 들면 어쩌나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내일 당장 아이 옷을 사러 가고 싶을 정도였다.
아이는 대부분 나와는 다른 사고방식으로 나를 당황하게 한 적이 많았기에, 아이가 주눅이 들 것이라는 예상은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는 그런 친구들과 환경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결심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
아이가 학원에서 연습하고 있는 뮤지컬은 Adventures in Wonderland다. 이 공연에서 아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무대를 접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을 테다. 그런데, 아이가 처음 대하는 뮤지컬이 Adventures in Wonderland라는 것에는 묘한 안도감이 든다.
아이는 지금의 수업도 Wonderland에서의 모험일 테다. 뮤지컬 수업뿐일까. 학교 생활도,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고민들도, 모두 Wonderland 같은 현실 세계에서의 모험일 것이다.
그 모험을, 앨리스가 그랬듯 궁금함과 호기심을 마음껏 발휘하며 기꺼이 즐겁게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
이제 스멀스멀 학원이 끝나갈 시간이 다가온다. 노트북을 덮고 아이를 만나러 가면, 아이가 내 예상처럼 주눅이 든 상태로 수업을 들었는지 아니면 그저 즐겁게 거울을 바라보며 노래 부르고 춤을 췄는지 표정을 살펴봐야겠다.
아이를 생각하며 마신 오늘의 아이스 아인슈페너가 만족스러웠기에, 아이도 엄마처럼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