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머리를 질끈 묶고 사춘기 시절을 보냈던 여고생은, 한껏 외모를 가꿔보고 싶은 마음에 어서 빨리 대학생이 되기를 꿈꿨다. 제대로 화장을 배워보고 싶었고, 어떤 색의 옷이 어울릴지, 잡지 속에 등장하는 백 개는 족히 넘어 보이는 립스틱 색깔 중 어떤 색이 자연스러울지 생각해보는 상상놀이도 재미있었다. 막상 대학생이 되어 원하던 바를 실행에 옮기려니 신경쓸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눈, 입술, 손톱, 피부 등 외모를 가꾸고자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끝도 없이 디테일 해지기 일쑤였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것이 바로 '머리'였다. ‘머리’라는 한 가지 요소에도 머릿결, 염색, 스타일, 에센스, 고데기 등 다양한 쇼핑 아이템이 따라오는, 그야말로 머리는 한 번 손을 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대학교 1학년 시절에는 동기들 여럿이 함께 유명하다는 미용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누군가 괜찮은 곳이다, 유명한 곳이다 라고 얘기해주면 다음에 방문할 미용실 리스트에 적어놓기도 했다. 그만큼 미용실을 많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A라는 곳에서 한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달이 지난 후 B라는 곳을 갔지만, 이 역시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음 번에는 C라는 곳을 방문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여자들의 머리는 주기적으로 다듬어 주어야 했고, 어떤 날은 파마를 하고 싶다가도 어떤 날은 앞머리를 내고 싶었다. 기분이 울적하면 ‘내 마음을 알아줘’라는 시위의 표시로 급격한 변화를 주기도 했다. 드라마 속 연예인의 단발머리가 예쁘면, 내 얼굴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채 나도 단발머리를 하러 미용실로 향했다. 이런 식의 반복이 계속되었다.
슬픈 사실은, 유명하다는 혹은 잘 한다는 미용실은 하나같이 나와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타일리스트의 태도, 가격, 결과물 모두 한번에 쏙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미용실을 바꿀 때마다 ‘머리가 많이 상했어요. 어디서 했어요? 우리는 달라요’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괜히 위축되기도 했다.
더 슬픈 사실은,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나와 맞는 미용실을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어느 미용실을 가봐야 하나 답답한 마음에 지역 엄마들의 커뮤니티를 검색하다 보면, ‘내 인생의 미용실 찾기'는 나만의 과제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안도감만 느낄 뿐이다. 역시나 속는 셈 치고 방문했던 미용실의 결과물은 1주일이 지나자 다시 다른 미용실을 미리 알아보고픈 충동을 느끼게 했다.
정말 지금까지 방문했던 미용실들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내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용실만 탓하는 것인지 이제 차분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내가 어떤 타입인지 잘 알고 있다면, 여럿 피곤하게 만드는 도전은 이쯤에서 접기로 하고 한 가지 스타일을 고수해 나가면 될 것이다. 계속 이것저것 해보려는 욕심은 날 객관적으로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이의 학습 교구 선택의 고민이 인생의 미용실 찾기처럼 변해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적어도 몇 달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아이의 어린이집 대기 번호를 보고 있자니 불안하다. 놀이학교를 알아보자니 이 시기부터 이러한 돈을 쓰는 것이 맞는가 싶으면서도, 교육 프로그램이나 시설이 마음에 쏙 든다. 부럽다. 문화센터나 집 근처 상가를 지날 때마다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방문 놀이 혹은 유아 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이 전집 혹은 교구를 사야 할 것만 같은 충동을 느낀다.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손을 대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었음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머리처럼, 이리저리 비용만 들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 같다는 불안함 때문이다.
머리 고민이 아이의 교구 고민으로 이어지다니, 이런 것이 엄마의 사고방식인가 하는 생각에 실소가 나온다. 그래도 ‘머리’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어 다행이다. 내가 어떤 스타일인지 스스로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앞으로의 방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말이다.
아이의 교육이나 교구 선택에 있어서는, 아직 아이의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이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나의 교육 철학을 제대로 정리하고 파악한다면, 이런저런 유혹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내 인생의 미용실은 찾지 못했지만, 아이의 교육만큼은 이거다! 싶은 아이템을 어서 찾길 바란다. 물론, 이 또한 큰 욕심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