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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Sep 28. 2016

할 수 있는 사람

우리는 스스로에게 좀 더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

나는 원래 어떤 성격의 사람일까 의심이 들 정도로, 내 모습이 변할 때가 있다. 지금 어떤 사람들과 함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모습이 가끔은 낯설다.


언제나 왁자지껄한 친구와 함께 있으면, 나도 분위기에 취해 입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연일 진지한 분위기의 선배를 만날 때면, 가는 길부터 차분하고 침착하다. 고민 많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기본적으로 수다쟁이 성향을 지녔고 나 역시 인생이 고민 투성이지만, 듣기 자세로 돌입한다. 그리곤, 내가 이런 충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사이다 발언을 날린다.


이렇게 내가 변하는 이유는, 내 본래의 성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뿜어내는 기운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포스가 있다', '카리스마가 있다'는 표현 모두 그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다. 내 원래 성격과 달리, 카리스마나 기(氣)에 눌려 주눅이 들기도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내 감정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센 기운을 가진 사람 앞에서 의기소침한 모습을 잠시 보인 것 뿐인데, 상대방이 혹은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그 당시 비친 나의 모습을 진짜 모습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말이 많은 유쾌한 친구와 함께 수다 삼매경에 빠지다 보면, 나 역시 수다쟁이로 오인받는다. 


상대방에 따라 내가 아는 내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이, 가끔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마냥 불편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진짜로 본다는 것이 억울하다. 하지만, 어차피 나는 진짜 내 모습이 어떤지 알고 있으니깐 괜찮다는 식의 위로를 스스로에게 던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나를 인식하는 타인의 시선이 나의 진짜 모습과 다르다 하더라도, 쌓이고 쌓이면 그 또한 내 모습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인 한 분을 만났다. 최근 여러 가지 바쁜 업무에 시달리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헌데, 함께 있는 시간 내내, 내 기준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사소한 일에도 금세 언성을 높였다. 목 끝까지 화가 차있는 느낌이었다. 


각자의 사고방식을 서로 존중해줘야 하는 성인이기에, 섣부른 충고는 금물이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기에,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역시 그 지인에 대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도모르게 그 분을 원래 지금의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의 이러한 평가가 지속되자, 본인 스스로도 이제는 그런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확실히 긍정적인 기운을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 기운을 받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장착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 사람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믿음이 생긴다. 저 사람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긍정적인 기운을 가진 사람은 본인 본래의 긍정적인 기운에 다른 사람들의 인식까지 덤으로 받아 훨씬 더 커진 긍정적인 기운을 누릴 수 있다.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은 덕분에 스스로 더 원하는 일에 매진하게 된다. 그리고 정말 원하는 일을 이루게 되었을 때, 누구나 당연한 결과로 여긴다.




아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의 원장이 한 이야기가 있다. 이 시기는 자신감을 쌓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신감이 쌓일수록 본인의 능력보다 더 많은 재능을 내뿜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이가 든 성인의 입장에선, 아이들처럼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감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긍정적인 기운을 가득 안고 있는 것일 듯하다.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재능을 내뿜을 수 있는 원동력은, 내가 품은 긍정적인 기운과 주변 사람들이 더해주는 + α 의 긍정적인 기운 덕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의 승자가 다르듯 인생은 매우 길다. 때문에 혹시 지금 너무 힘들다 하더라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좀 더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이 될 때,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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