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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Mar 20. 2017

저지를 수 있는 용기

젊은이의 패기. 청춘의 패기.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해내려는 굳건한 정신을 표현하는 이 ‘패기’라는 단어는 대부분 이렇게 젊은이, 청춘 등 연령대가 어린 층에게 주로 붙여지곤 한다.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는 시기인 만큼 많은 도전을 받는 시절이기에, 그 도전을 이겨내라는 의미에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다. 가끔은 패기라는 단어가 청춘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탓인지, 굳건한 정신뿐 아니라 강인한 체력까지 함께 포함된 느낌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미 젊은 시절을 훌쩍 넘어선 지금은, 패기를 가질 수 있는 젊음이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부럽기만 한 그 청춘이라는 시간 속에서, 당시 나는 그때만 누릴 수 있는 패기를 갖고 살았을까.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막상 젊은이의 패기라는 표현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패기가 있어야 젊음이라고 여기는 기대감이 무거웠다. 두렵기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불안하기도 했고, 패기 없는 모습으로 비춰질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물론, 패기 있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패기를 갖고 헤쳐나가는 과정이 즐겁기도 했다. 그러면서 성장해갔다. 학교에서의 배움으로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성장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보다 훨씬 많은 좌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패턴은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젊음이라는 시기에 패기를 갖고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면, 힘들었던 만큼 그 이후의 삶은 수월할 줄 알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내가 겪었던 도전의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까 싶을 정도로, 여전히 도전과 어려움의 연속이다. 이미 겪을 만큼 겪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나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필요한 것은 패기다. 그렇다. 패기란, 특정 시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가장 많은 도전을 받는 시기도, 그 도전을 이겨내야 하는 시기도 젊음에만 한정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도전은 경중을 따지지 않고 찾아온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는 나의 도전이 가볍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큰 고통일 수도 있고, 반대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도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체력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다른 사람들이 평가할 수도 없다. 같은 상황이라도 누구는 잘 견뎌낼 수 있고 누구는 받아들이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이것을 잘 하는 것이다 혹은 못 하는 것이다 라며 옆에서 지적할 수 있는 입장은 누구도 못 된다는 것이다.


여전히 도전받고 있다. 여전히 패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강인한 체력을 유지하기란 점점 어려워져만 가는 상황에서, 이 나이에 패기를 찾기에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패기의 강한 힘은 없어도, 자신감 있게 도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운은 무엇일까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긍정적인 마인드였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확실히 긍정적인 기운을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 기운을 받아 긍정적인 마인드를 장착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 사람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다. 저 사람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긍정적인 기운을 가진 그 사람은 본인 본래의 긍정적인 기운에 다른 사람들의 인식까지 덤으로 받아 훨씬 더 커진 긍정적인 기운을 누릴 수 있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변에서 믿어주는 덕분에 스스로 더 원하는 일에 매진하게 된다.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정말 원하는 일을 이루게 되었을 때, 누구나 당연한 결과로 여기게 된다.


아이의 첫 기관을 선택하기 위해 몇 군데 원장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계속 마음에 남게 된 대화가 있다. 이제 막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르기 시작하는 이 시기는 자신감을 쌓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신감이 쌓일수록 본인의 능력보다 더 많은 재능을 내뿜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이가 든 성인의 입장에선, 아이들처럼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긍정적인 기운을 가득 안고 있는 것일 듯하다.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재능을 내뿜을 수 있는 원동력은, 내가 품은 긍정적인 기운과 주변 사람들이 더해주는+ α 의 긍정적인 기운 덕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꿈.


누구나 꿈을 꾸는데도 유독 엄마의 꿈이 특별하게 언급된다는 것은, 그만큼 엄마의 꿈은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 많다는 뜻일 테다. 그런데, 엄마도 할 수 있다. 꿈을 펼치기 힘든 환경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할 수 있다. SNS를 비롯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꿈을 실천하고 있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악바리 근성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꿈을 이루고 있다. 상황이 힘에 부친다 하더라도 즐겁기에, 긍정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첫걸음부터 위대한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작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벌써 박수받을 일이다. 


어제와 오늘의 승자가 다르듯 인생은 매우 길다. 때문에 혹시 지금 너무 힘들다 하더라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좀 더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이 될 때, 내 꿈을 저지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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