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 Ji Youn Mar 26. 2017

나 혼자 기억하는 추억

“블로그 하세요?”


자신을 알리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이 되기도 하며, 특히나 1인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에게는 필수 항목으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블로그다. 블로그를 통해 취업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주부들 사이에서도 소위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해 부지런을 떠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취업 준비생도, 직장인도, 사업가도, 주부도 모두 블로그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위기다. 


블로그 하는 분들을 볼 때면,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지식을, 일상을, 그리고 생각을 당당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그 대단한 것을 다들 쉽게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내가 나만의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을 읽는 것과는 아주 다른 문제였다. 자신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이 아직은 낯설게 여겨졌다. 이렇게 해야 하는 필요성을 잘 느끼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언니와 차를 마시던 때였다. 대학 시절에 알게 된 언니는 공부를 무척 열심히 잘 했고, 유학을 다녀와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육아 문제로 회사를 그만둔 상태였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접은 지 어느덧 몇 년이 흘렀고, 최근에는 취득하기 어렵다는 국제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1차 합격 이후 2차 시험 준비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난데없이 대화의 화젯거리로 ‘블로그’가 떠올랐다. 블로그를 통해 시험 준비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몇 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전업주부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노력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재취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블로그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토론하다 보니, 토론의 쟁점은 블로그가 아닌 것 같았다. 나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책이나 TV에서 접하는 커다란 역사만 역사가 아니라, 개인에 대한 일기 역시 역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복이 분명 있겠지만,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는 스토리가 있다면 나에게도 당당하게 역사라는 단어를 붙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그 역사를, 누군가는 나 혼자서만 간직하는 추억으로 남긴다. 내 머릿속에만 저장되어있기에, 시간이 흘러 내가 잊어버리게 된다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반면, 누군가는 내 일과를 남긴다. 단순히 과시욕에 빠진 기록은 여기서 제외하도록 하자. 기록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공유하면서 긍정적인 기운을 퍼트리기도 한다. 어떤 경험을 했는지 공유하면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를 공유하면서 함께 토론의 장을 펼치기도 한다. 덤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나만의 역사를 기록해가기 위해서는 큰 전제 조건이 있다.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기록하는 행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록할 거리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다. 실행도 하지 않은 채 꿈만 꾸고 있는 중이라는 것은 현재 내 머릿속에서만 진행되는 사항이므로, 언제든지 변경 가능한 심지어는 없어질 수도 있는 일에 불과하다. 기록은 누군가와 함께 볼 수 있도록 남기기 위함인데, 불확실한 사항을 공개할 수는 없지 않은가. 때문에, 내가 직접 경험하고 실행했던 일이어야 기록의 의미가 있다.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 몸을 움직이는 단순한 움직임 조차 어떻게든 줄여가고 싶은 마음이 강한 현대인들인데,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짜서 움직여야 하는 것은 시작부터가 큰일이다. 게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기본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과 챙겨야 할 일이 많아지는 상황 속에서, 새롭게 움직이기란 애당초 실현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기 위한 작은 시도라도 시작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꿈만 꾸고 있는 상황이라면, 추억이 될 뿐이다. 내 꿈을 미루며 살고 있다면,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고 살고 있는 것일까. 시기적으로 때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내 인생에서 나를 가장 앞으로 놓아두고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핑크빛의 추억이든 무채색의 추억이든, 추억은 늘 아쉽다. 꿈은 실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것인데, 꿈이 아쉽기만 하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 게다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나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


꼭 블로그로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좋다. 다만, 추억으로 회상하면서 만나는 꿈이 아닌,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꿈으로 만들기 위해 항상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자세였으면 좋겠다. 기회만 온다면 잡을 수 있는 자세로 있었으면 좋겠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나의 꿈에도 자신 있었으면 좋겠다. 


분명 있을 것이다, 내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 말이다. 혼자 내딛는 걸음이 아니다. 움직이고 있다면 기록할 수 있고, 나눌 수 있고,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더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 혼자서만 간직했던 꿈. 

아쉬움으로 찍는 마침표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응원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지를 수 있는 용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