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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Jan 02. 2020

나는 나를 자유롭게 하고 있을까

하고 싶은 것을 가로막는 범인은 나 자신일 수도

칼퇴근을 했다며 집 앞에서 잠시 커피 한 잔 하자는 친구를 만났다.


이제는 밤에 밖을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예전에는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이 그렇게나 끔찍한 일이었는데, 요즘에는 야근을 해서라도 밤공기를 맡아보고 싶다. 늘 반대의 입장만 부러워하다가, 언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는지. 


언제나 꾸민 듯 안 꾸민 듯 우아한 분위기의 그녀는, 지난 주말에도 친구들과 함께 1박으로 송년회를 보냈다고 했다. 너무 부러웠다. 1박이라니. 


즐겁게 바람을 쐬러 나왔는데, 갑자기 우울했다. 그리고 신세타령으로 이어졌다. 애 키우는 엄마는 꿈도 꿀 수 없는 생활이네, 부럽다, 유치원을 보내야 겨우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나는 언제 아이를 맡기고 1박으로 놀러 다닐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이 읊어댔던 레퍼토리인지, 쉴 새 없이 길게 이어지는 한탄에 친구가 직격탄을 날렸다.


“너도 할 수 있어. 나랑 같이 갔던 친구들도 다 워킹맘들이었어. 그저 1년에 몇 번이야. 네가 하고 싶으면 너도 할 수 있어.”




템플스테이를 꼭 해보고 싶던 때가 있었다.


잠시 자발적 백수가 되었던 30대 초반이었다. 그런데 템플스테이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이 생겼던 시기는 한겨울이었다. 이렇게 추운 시기에 절에 머물다니 감기에 걸릴 것 같았다. 게다가 새벽부터 바삐 움직여야 할 텐데. 남편도 추운 날씨를 이유로 힘들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엄청, 무척이나 템플스테이를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가지를 못했다. 추웠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창피하기 그지없다. 멀리 있는 지방의 절도 아니고 서울에 있는 절에 가고자 했던 것이었다. 추워서 걱정될 것 같았으면, 절에서 평생을 지내는 스님들은 대체 어떻게 지내겠는가. 


간절히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고, 직접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절호의 환경이었다. 출퇴근을 해야 해서 눈치보며 휴가를 써야하는 시기도 아니었고, 아이가 있어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던 때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할 수밖에 없던 나이이기도 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온갖 핑곗거리를 찾아가며 그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다.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듣던 중, 가사가 귀에 쏙쏙 박히는 노래가 나왔다. 제목을 찾아 다시 듣고 싶게 만드는 그런 노래였다.


어머니 아버지 새해 복 새해 복

할머니 할아버지 새해 복 새해 복

친구들아 너네들도 새해 복 새해 복

언니 오빠 동생 동창 친구 원수 아군 적군 

이 사람 저 사람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너도 나도 모두 다  

새해 복만으로는 안돼

니가 잘 해야지 (안돼) 노력을 해야지 (안돼)

새해 복만으로는 안돼

니가 잘 해야지 (안돼) 열심히 해야지 (안돼)


<새해 복> - 장기하와 얼굴들 


그러게나 말이다. 새해 복을 아무리 많이 받는다고 한 들, 새해 복만으로는 안 되겠더라. 


복을 받는 내가 잘해야지 그리고 노력을 해야지. 복이 들어와도 나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복은 자신을 품어주는 다른 이를 찾아 떠나갈 수밖에 없겠더라. 


자유롭고 싶다면 내가 나를 자유롭게 해줘야 할 것이다. 내가 나를 꽁꽁 싸매고 있다면, 다 튕겨나가게 마련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것을 가로막는 범인은 나 자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다. 


올해는, 진정 나를 자유롭게 해 주기로 한다. 






Photo: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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