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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Feb 14. 2020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겸손함 혹은 회피

시도는 계속하면서 준비하는 것이 어떨지

무언가를 얻고자 충분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충분한 노력’은 매우 주관적이다. 주변인들이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노력이었음에도 본인이 판단하기에는 모든 열정을 쏟은 노력일 수도 있고, 진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인 사람을 본 적이 없기에 이 정도면 되겠다 라고 섣불리 마무리 짓는 대담함 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충분한 노력을 했기에 그 ‘누군가’는 다음 단계인 '인정 받기'를 위한 시도를 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여기서 그 ‘누군가’는 혼란에 빠진다. 다행히도 ‘누군가’는 남 탓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구나.”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 결론을 두고 어떤 행보를 이어가는지가 문제다.


대개는 시도를 중단한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파악했기 때문에, 준비가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하지도 못한 채 충분히 노력했었다고 여겼던 이에게는 좋은 밑바탕의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시도를 중단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들도 있다.


실패했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다. 그래서 그 상황을 무마하고자 말하는 것이 바로 이거다.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뿐”이라고. 


그렇다면, 이 결론은 건설적인 결론이 아니라 그저 스스로를 위로하는 결론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내 편리한 핑곗거리가 되고 만다. 이 한마디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상황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버리니 말이다. 


그래서 “준비가 되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그 또한 지극히 주관적이다), 큰 발걸음 내딛기를 주저한다. 그리고 조용히 묻혀 지낸다. 이쯤되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은 오히려 스스로를 옭아매는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주변에서는 그 올가미를 벗고 기회를 잡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나지만, 자신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겸손해한다. 목표를 향해서가 아니라 목표를 얻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상황, 즉 준비가 된 상태를 위해서만 지난한 시간을 흘려보낼 뿐이다.


난데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시도’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싶어서이다.


시도는 거창한 것이고, 담대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며, 함부로 해볼 수 없는 것이라는 착각에 몸을 사리고만 있다면, 그 고정관념의 틀을 깨기 전까지 언제 끝날지 모를 준비만 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여겨지더라도, 
시도는 꾸준히 하면서 준비를 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당장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을지라도,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나를 인정해주는 곳 혹은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Photo by Bernard Herman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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