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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서울시 종로구 교남동에서 태어난 김지영

비범한 삶으로 이어질 평범하고 초라한 시작 (자서전/실화)

by 김지영 Jiyoung Kim

엄마 아빠는 1981년 서울의 한 의류회사에서 만났다.


엄마는 이북출신 가정에서 세남매 중 둘째로 가난과 부모님의 불화를 겪으며 자랐고,

외할머니는 물질적어려움과 외할아버지의 외도와 술마시고 밖으로 도는 방탕함으로 고통을 받는 삶 가운데 신앙에 의지하여 이런저런 허드렛일들을 하며 자식들을 길러냈다.

그리고, 그 어려운 환경 가운데 장남이었던 외삼촌이 서울대학교에 가고 좋은 기업에 취직하면서 가난에 힘겨워하던 가정을 물질적으로나마 살리기 시작했다.


둘째였던 엄마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의류업계의 한 회사에 들어갔고, 22살에 아빠를 만나 그 당시의 대부분의 여사원들이 그러하였듯이 결혼하면서 회사를 그만두었다.

엄마는 외할머니 신앙의 영향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예수님을 믿으며 좋은날을 소망하는 것이 이 가난하고 관계가 부서진 가족을 견디게 한 원동력이었다.


아빠는 전라도 여수출신으로 7남매중 넷째로 전라도의 평화로운 마을에서 특별히 부족한 것 없이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고, 서울에 있는 당시의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고등학교때부터 서울에서 유학하며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문 대학교를 졸업하고 의류회사에 취직하였고, 수출부에서 일하면서 독일로 발령을 받고, 출국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엄마와 아빠는 사내에서 비밀 연애중이었다.


아빠는 어느날 엄마와의 결혼승낙을 받기위해 외할머니를 서울 시내의 한 빵집에서 만났다고 한다. 밖에서 일하느라고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의 허름한 모습으로 외할머니는 아빠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얼마나 초라한 소개 자리였을까.

내세울것 하나없는 가정의 딸을 둔 외할머니는 아빠에게 우리는 예수 믿는 사람아니면 안된다고 했다고 한다. 예수님을 유일한 최고의 가치로 둔 가난하지만 곧은 외할머니의 인생관이 엿보이는 발언으로 아빠는 예수를 믿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대답은 성령 하나님께서 아빠의 마음에 준 대답일 것이다. (이때만 해도 기독교신앙과 상관없는 삶을 살고있던 아빠는 약 35년후 큰 길을 돌아서 결국 목사안수를 받게 되었다.)


연애가 결혼까지 이르게 된 배경에대해 나중에 아빠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어느날 출근전에 새치 염색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갑자기 찾아와서는 결혼하자고 했다고 한다. 염색중에 들이닥친 엄마에게 아빠는 그렇게 하자고 했고, 당시 다른 여자들과의 선을 보는 기회도 열어놓은 상태였는데 엄마는 초조한 마음에 결정을 서두르게 하려고 프로포즈를 직접한 것이다.

그 당시 결혼만이 유일하게 엄마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였을것이다. 그리고, 아빠와 결혼을 하면 당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 외국에서의 주재원 생활을 할 수 있는 지금의 삶에서 완전히 탈출하여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1982년 3월8일에 엄마와 아빠는 결혼을 하였고, 4월에 아빠는 회사에서 발령받은 독일로 출국을 하였지만 엄마는 비자가 빨리 나오지 않아 출국이 늦어졌고 계획에 아직 없던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출국이 더 늦어져 11월14일에 아기를(나, 김지영) 혼자 출산하고, 12월 크리스마스 바로직전에 홀로 아기를 안고 생애 처음 비행기를 타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살고 있던 아빠에게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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