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언니의 이야기
내가 가는 등산모임에서는 Stewardship이라 하여 봉사활동을 종종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산림녹화 관련 활동이나 등산로를 보수하는 등 우리가 자연을 즐긴 만큼 돌려주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날은 늪지를 보호하는 단체와 연계하여 등산로의 잡초를 뽑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한참 쪼그려서 허리 아프게 잡초를 뽑고 있는데 내 앞에서 마찬가지로 잡초를 뽑던 70대 정도로 보이는 언니가 갑자기 혼잣말하듯 인생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한 남편과 수십 년을 함께 했으나 그가 암으로 십 년 전쯤 세상을 떠났단다. 너무 슬퍼서 거의 일 년 정도를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다가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밖을 산책하기 시작하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단다. 그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했는데 종종 마주쳐서 눈인사를 하던 남자가 있었단다. 어느 날 그가 말을 걸더니 ‘내가 당신을 허그해도 될까요’하고 묻고 한번 꼭 안아주더란다. 그 뒤로 둘은 보이프렌드 걸프렌드가 되었더랬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그 또한 몇 년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녀는 슬픔을 추스르고 등산 모임에 나오기 시작했단다.
갑자기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들어서 내가 잠시 리액션 고장이 난 사이 그녀는 근처의 잡초를 다 뽑고 다음 구역으로 가버렸다.
그 당시 나는 온라인 데이트에서 만난 상대에게 차이고 바로 전날까지 눈 퉁퉁 붇게 울다 잠들곤 했다. 사실 상대가 그렇게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좋아하지도 않았는데도 한번 한 번의 거절이 더 이상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증명인 것 같아서 더 절박해지는 것이었다.
그 언니가 내 상황을 알고 말한 건지 그냥 본인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돌아 오는 길에 계속해서 생각이 났다.
나는 운명의 그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줄 알았다. 더 이상 혼자 늙어 죽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완벽한 짝을 만나더라도 그것은 영원하지 않다.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되고 빗속을 홀로 걷고 다시 겨우 누군가를 만나고 다시 잃는 일을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결국 모두 혼자다. 단지 지나가다 마주칠 때 서로를 안아줄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외로움으로 이어져 있다. 그 사실이 내게 이상하게 위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