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 스쿨

미국에서 전문 마사지사 되기

by 김쪼

마사지 스쿨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실 그동안 글을 쓰려고 몇 번 시도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거의 하루 종일 마사지 스쿨에서 배운 것만 생각하느라 글감이 한정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새로 배운 설익은 지식을 가지고 글을 쓰기가 망설여졌다. 특히 한국에서는 안마를 제외한 마사지가 불법이기에 더 조심스러웠다.


여러 가지 새로이 생각한 것들과 알게 된 것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좀 더 숙성될 때까지 두기로 하고, 일단은 좀 더 안전한 글감들을 찾아 써보기로 한다. 우선 마사지 스쿨의 일과는 이렇다.


월요일과 목요일은 잠깐의 마사지 이론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실습이다. 파트너를 정해 서로 번갈아 마사지를 하고 피드백을 준다. 전문 마사지사인 강사가 돌아다니면서 자세를 교정해주기도 하고 새로운 테크닉을 알려주기도 한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이론 수업이다. 화요일은 주로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을 배우고 수요일은 근육과 연골, 신체의 움직임 등을 배운다.


이렇게 9개월 660시간의 교육과정을 거치고 학교에서 기준을 통과하면 MBLEx라는 자격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이를 통과하면 정식 마사지사가 된다. 다만 이것은 워싱턴주의 경우이고 상세한 내용은 주마다 다르다.


사실 오래전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이렇게 무언가를 배울 일이 별로 없었다. 특히 개발자이던 시절에는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던가 학회에 가던가 해도 이해하고 응용하는 것이 주이지 학창 시절처럼 외우고 시험을 치는 공부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암기장과 오답노트를 만들고 친구들과 퀴즈 정답을 맞혀보는 시간들이 신선하다.


학창 시절과 다른 점은 학생들의 나이와 배경이 가지각색이라는 것이다. 가장 어린 친구가 18살, 가장 나이 많은 친구는 57살이다. 16명 중 12명은 여성 (한 명은 they 대명사를 쓴다), 4명은 남성이다.


파트너가 매주 바뀌고 이전까지 안 해본 사람과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낯을 가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 어색해해 봤자 곧 서로 반라의 몸을 주물럭거리며 손길이 어떻네 근육이 어떻네 하는 이야기를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마사지 스쿨에서 평생 친구를 만드는 일도 많다는데 거기까지 가진 않더라도 9개월이 지나면 서로 많은 것들을 알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내 삶에 바뀐 부분은 몸단장에 관한 것이다. 사실 개발자는 몸단장에 거의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직업이다. 고객을 만날 일도 거의 없고 오타쿠 티셔츠에 헝클어진 머리, 운동복에 슬리퍼 차림으로 다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마사지사는 다르다. 지저분해 보이거나 냄새가 나는 마사지사를 원하는 고객은 없을 것이다. 손톱이 길거나 머리를 풀어헤쳐 몸에 닿는 것도 당연 안 된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매일같이 서로의 몸에 실습을 한다. 반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매일 깨끗하게 씻고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처음으로 손톱 관리 용품을 사고 유튜브에서 머리 올려 묶는 법도 보고 연구했다. 개발자이던 시절엔 매일 아침 겨우 머리를 감고 젖은 머리에 물이 뚝뚝 흐르는 채로 출근하기 일쑤였지만 요즘은 저녁에 머리를 감고 완전히 말리고 자고 아침에 머리를 올려 묶고 다시 샤워를 한다. 월요일 아침에 마사지 스쿨을 가면 남녀 가리지 않고 손톱을 갈고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다음번부터는 글감이 조금 차오를 때까지 나의 지난한 상담과 코칭 경험에서 배운 것들을 조금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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