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의 기록

첫 번째

by 김쪼

오랫동안 내가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존재라는 생각에 시달렸다. 그래서 어떻게든 나를 고치고 싶었다. 상담도 많이 받고 책도 많이 읽고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들었다.


나의 경우, 한 가지 방법 만으로는 별 효과가 없었고 네 가지가 다 만났을 때 딸깍 하는 소리가 나듯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었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에, 각각을 지칭하는 제대로 된 용어가 있겠지만 그저 어떻게든 내 느낌대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기록이다.


첫 번째: 잘못된 생각 패턴 바꾸기.

보통 인지 행동 치료(CBT 또는 DBT?)라고 부르는 것인 듯하다. Thinking Trap이라고 부르는 잘못된 패턴들을 감지하고 생각을 바꾸는 훈련을 한다.


가령 나는 세금 보고를 정말 싫어했는데 그 기저에는 ‘나는 이런 거 못해. 분명 뭔가 실수할 거야’, ‘실수한다면 역시 내가 멍청하단 뜻이겠지’ 등등의 생각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즉 세금 보고 그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그에 대한 나의 생각들이 그 일을 더 하기 싫고 무섭게 만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쉽지 않았다. 상담사가 반복적으로 ‘어떤 부분이 그렇게 느껴지나요?’, ‘실수를 한다고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등등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드러난다.


이런 생각 패턴을 감지하고 상담사와 함께 ‘세금 보고는 누구나 어렵고 그래서 세무사라는 직업도 있는 거야 ‘, ’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정정 신고를 하는 일도 흔히 있는 일이야’ 등의 새로운 생각의 흐름을 만든다.


처음에는 이것도 쉽지 않았다. 특히 나의 경우 자책이나 당위로 생각이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의 문장을 만들라고 해도 ’ 서류를 더 꼼꼼히 챙기면 괜찮을 거야 ‘ 라든가 ’ 어른이니까 혼자서 할 수 있어야 해 ‘ 와 같은 문장을 만들곤 했다. 이런 생각들은 오히려 더 완벽하게 실수 없이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져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항상 방긋방긋 웃는 얼굴의 푸근한 아주머니 같은 인상의 상담사가 참을성 있게 칭찬과 격려를 반복하며 도와주었다. 점점 그 상담사와 그 외 내 주변에 따뜻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녹아들어 ‘그 사람이라면 이때 나에게 뭐라고 격려할까’에 대한 대답이 좀 더 수월해졌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면 문제를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조금씩 행동에 옮기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론 상담사를 많이 타는 치료라고 느꼈다. 상담사에 따라서는 잘못된 생각 패턴을 지적당하고 정정하는 과정이 마치 혼나는 것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부정적 생각 패턴이 강화되는 느낌이었다. 또한 이론만 가지고는 다시 쉽게 기존의 생각 패턴으로 돌아가기에 꾸준하게 연습해서 몸에 익혀야 한다. 상담사와 충분히 연습해서 감을 잡은 뒤에는 ChatGPT와도 할 수 있고 혼자 할 수 있는 워크북들도 나와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것이 다른 모든 치료의 바탕이 되었던 것 같다. 기존의 내 생각 패턴들은 나를 질책하고 비난하는 말들이었다. 그런 생각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일거수일투족 사사껀껀 트집을 잡으며 질책하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과 같다. 자연히 행동은 위축되고 자존감도 떨어진다. 어떤 치료를 해도 ‘넌 어차피 안돼’ 하는 목소리를 계속 들으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각의 패턴을 바꿈으로써 지지하고 격려하는 따뜻한 목소리를 곁에 둘 수 있었다. 인지 행동 치료 이전에도 많은 상담을 받았지만 그제야 비로소 다른 치료들이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것을 첫 번째 중요했던 치료로 꼽았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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