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전 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두 번째: 일상의 문제 해결하기.
생각의 패턴을 바꾸는 훈련 다음으로 내게 즉각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이다. 이것은 상담이라기보다는 코칭이라고 더 많이 부르는 것 같다.
처음에는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 짓고 살아왔기 때문인듯하다.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가령 나는 샤워하기를 귀찮게 여겼다. 머리를 감아도 개운하지 않고 떡진 느낌이었고 금방 기름져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샤워할 때마다 머리를 만지는 느낌이 불쾌해서 머리 감기가 싫었다. 또 샤워를 하면 목이나 허리가 아픈 것도 싫었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인식을 못했다.
또 나는 낯선 사람과 대화하게 되는 환경을 무서워했다. 스몰톡에 자신이 없었고 바보같이 보일 것을 걱정했다. 이 또한 내가 내성적이기 때문에 ’ 어쩔 수 없다 ‘고 생각했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맨 처음 코칭을 시작했을 땐 대체 무슨 문제에 대해 상담해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코치는 내게 작고 일상적인 문제를 가져오라고 조언했지만 나는 계속 ‘나에게 뭔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 ’ 회사 생활이 어렵다 ‘ 같은 두루뭉술한 말만 할 뿐이었다.
어느 날 나는 학회 참석 때문에 코칭 일정을 바꾸어야 했다. 그래서 학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코치에게 학회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큰 스트레스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코치는 눈을 반짝이며 “그럼 그 문제를 먼저 해결할까요?” 하고 코칭 주제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나는 ‘성격이 원래 내성적이라 그런 건데 코칭으로 해결이 되나?’ 하고 반신반의하며 동의했다.
나는 코치의 도움으로 ‘학회에서 만난 사람과 어떻게든 무조건 5분간 시간을 때우며 대화하기’ 전략을 수립했다.
첫째, 나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영혼이 통하는 대화를 했는가, 대화를 통해 얼마나 지적인 통찰을 얻었는가가 아니다. 그냥 멀쩡히 대화 나눌 수 있는, 너무 이상하지 않은 보통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내 목표다. 이 점을 기억할 것.
둘째, 3분 스피치 대본을 두세 개 미리 준비할 것. 내가 최근 한 일 중 남들에게 3분간 말할 수 있는 것 하나. 학회에 나온 주제 중 남들에게 3분간 말할 수 있는 것 하나. 이때 이 내용이 얼마나 지적인지, 진솔한 지, 상대방이 좋아할지 따위는 상관없다. 무엇이든 3분간 말할 수 있으면 된다.
셋째,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십중 팔구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학회가 어땠는지를 물을 것이다. 그럼 위에서 준비한 스피치를 3분간 발사한다. 이때 상대방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는다. (상대방이 양식 있는 사람이면 아무리 지겨워도 3분간 듣는 척할 것이다.) 말을 마치면 곧바로 ‘How about you?’ 하고 되묻는다. 상대방이 양식이 있는 사람이면 적어도 2-3분간 뭔가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면 ‘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로군요. 말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뭔가 핑계를 대며 (다음 세션에 들어가 봐야 한다거나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고 할 것) 자리를 떠난다. 여기까지 무사히 마치면 5분간 시간 때우며 대화하는 것 성공!
이런 게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방법대로 하니 처음 보는 모든 사람과 그럭저럭 정상인인 척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가만 보니 남들도 많이들 이렇게 하고 있었다. 또 한 번 이렇게 하니 3분 스피치를 준비하는 것도 점점 쉬워졌다. 어떨 땐 바로 전 사람에게 들은 얘기를 그대로 다음 사람에게 하기도 했다. 점점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 나누는 것이 두렵지 않아 지고 정해진 형식을 벗어난 대화도 가능해졌다. 이 성공의 경험이 코칭의 맛을 알게 해 주었다.
차츰 이런 식으로 일상에서 자잘하게 짜증 나거나 스트레스받는 것들을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코치와 하는 것이 익숙해진 뒤에는 ChatGPT와도 쉽게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해결한 문제는 “냉장고 안쪽에 넣은 음식들이 자꾸 상해서 버리게 되는데 어떻게 잊지 않고 먹을 수 있을까?”였다. 처음부터 작전대로 잘 되는 경우도 있고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잘 안 되는 경우는 다시 뭐가 문제인지 분석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운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샤워를 더 잘하게 되거나 잠을 더 잘 자게 되거나 운동을 더 자주 가게 되면 삶의 질이 올라가고 나의 경우 그것만으로도 우울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시간 약속이나 마감일을 잘 지키게 되면 인간관계도 개선되고 업무효율도 올라간다.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삶 속의 문제를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달리 보게 된 것이었다. 작은 문제를 해결한 경험들이 쌓여 보다 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