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블과 힌지

40대 데이팅 시장에서 배운 것들

by 김쪼

나는 내가 40대에 다시 데이팅을, 그것도 온라인 데이팅을 시작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기야 생각도 못한 것들이 어디 한두 개던가.


내가 쓴 앱은 범블과 힌지, 커피미츠베이글도 깔아봤는데 자꾸 이상한 사람이랑만 채팅하게 되는 것 같아 금방 지웠다. 힌지로 만난 사람이 더 많은데 결국 지금의 남자친구는 범블에서 만났다.


굳이 한국인을 안 만나려 한 것은 아닌데 결국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만 실제로 만나게 됐다. 어쩌면 의식적으로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으로 만나려 했기에 그랬을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연애를 한 것이 30대 초인데, 시간도 많이 흘렀고 상황도 바뀌었으니만큼, 이제는 다르게 하고 싶었다. 그동안은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만나게 됐다면 이번에는 어차피 인위적으로 만나는 거니 만큼 자연스러운 흐름과 바이브에 의존하기보다는 정확히 내가 원하는 사람과 내가 원하는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엔 프로필을 적고 있자니 굉장히 어색해서 사진도 한두 장만 넣고 프로필도 간략하고 두루뭉술하게 넣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스와이핑을 하다 보니 나와 같이 두루뭉술한 프로필을 적은 사람들은 절대 고르게 되질 않았다. “나이 40 먹고도 아직 자기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프로필을 꽉꽉 채워 업데이트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왜 데이팅 시장에 나와있고,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사진도 최대한 나의 모든 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고양이, 자전거, 하이킹, 페스티벌, diy, 공원 산책하기.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고 나니 매칭되어 채팅하는 사람들이 좀 더 구체적이 되는 것을 느꼈다. 그냥 심심풀이로 말 거는 사람들은 적어지고 내 프로필의 특정 구절을 언급하며 자신도 동의한다던가, 그 부분은 왜 그런지 궁금하다던가 하는 식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만약 내가 원하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 매칭되면 그런 사람이 나를 택하지 않게끔 프로필을 더 구체화했다. 가령 결혼해 아이를 낳고 신실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매칭되고 나서는 장기연애는 원하지만 결혼과 아이는 원하지 않는다는 구절을 추가했다. 오글거림과 드라마를 싫어한다는 사람이 매칭되고 나서는 “‘사랑해’라고 매일 서로에게 말해주는 관계를 원한다” 고 업데이트했다.


그동안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말해주었지만 마음으로 익히지 못했던 것을 범블과 힌지에서 배웠다.


인기인이 될 필요가 없다.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내가 싫어할만한 사람이 나를 싫어하게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나를 더 드러낼수록 나를 좋아할 만한 사람은 나를 더 좋아하고 싫어할 사람은 더 싫어한다.


지금의 남자 친구와 나는 꽤 좋은 매치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 매일 ’ 사랑해 ‘라고 말해준다. 그렇다고 모든 게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제법 많이 싸웠고 요즘도 종종 싸운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가 좋은 매치라고 생각한다. 40대에도 로맨틱한 연애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서 인생은 재밌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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