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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Dec 13. 2019

그 시절, 딱지치기의 추억

단순히 문방구에서 팔던 딱지의 개념을 넘어섰다.

딱지치기의 추억. 딱지치기란 종이로 접은 딱지를 바닥에 놓고, 다른 딱지로 쳐서 뒤집히면 이기는 아이들의 놀이를 말한다. 초등학교 시절, 시골과 도시의 중간에 살던 나는 딱지치기, 팽이치기, 레이싱카 장난감 등을 가지고 놀았다. 그중에서 딱지치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다른 지역의 딱지치기는 모르겠으나. 내가 살던 곳에서 딱지치기를 할 때는 내 딱지와 상대방 딱지가 대결을 펼쳐서 이기는 쪽이 상대방 딱지를 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딱지를 많이 얻기 위해서는 강한 딱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딱지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딱지를 강화시켜나갔다. 딱지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딱지를 물에 적셔서 냉장고에 넣어 얼리는 방법, 의자에 깔아뭉개서 납작하게 만들어서 잘 넘어가지 않게 하는 방법, 테이프로 돌돌 말아서 강화시키는 방법 등이 있었다. 


언젠가는 의자로 깔아뭉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테이블을 들어서 딱지를 깔아뭉개기도 하고. 냉장고 밑에 딱지를 넣어서 더 납작하게 만들기도 했다. 납작한 딱지는 다른 딱지의 공격을 받아도 잘 넘어가지 않았기에. 유니크한 딱지로 분류되었다. 거기다가 테이프로 돌돌 말아서 강화까지 시킨다면. 엄청난 방어력과 공격력을 까진 최상의 딱지가 완성되는 것이다. 


단순히 문방구에서 팔던 딱지의 개념을 넘어섰다. 게임에도 레벨업과 강화가 있듯이. 딱지에도 레벨업과 강화가 존재했다. 그 당시에는 딱지치기 하나만 가지고도 어찌나 신나게 놀았는지. 초등학교에 등교한 뒤에도 쉬는 시간에 딱지치기를 정말 많이 했다. 소중하게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딱지를 잃을 때는 세상을 잃는 느낌이었다. 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같이 딱지를 치기도 했고. 다른 친구 집으로 원정경기를 떠나기도 했다. 그 시절의 딱지치기는 소중한 기억으로 잘 남아 있다. 


"지금 딱지를 만들면 얼마나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어른의 딱지치기란 어떨까? 지금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놀이인 딱지치기가 다시 한번 리즈시절을 맞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재밌는걸 나만 알기엔 너무 아쉬워서 그런다. 딱히 내가 다시 딱지를 치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요즘엔 재미난 것들이 너무 많기에 딱지치기엔 큰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게임을 하기에도 바쁘니까. 공부하기에도 바쁘니까. 언젠가 VR로 딱지치기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작은 상상도 해본다. 그 시절 추억의 딱지치기는 언제까지나 내 기억 속에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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