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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Sep 09. 2019

2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하는 당신에 관하여

멀티태스킹, 어디까지 해보셨나요?


'멀티태스킹', '다중 작업' 이라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의미를 알고 있는가? 멀티태스킹은 보통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컴퓨터의 관점으로 본다면 한 사람의 사용자가 한 대의 컴퓨터를 가지고 2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것이다.


운전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 공부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 설거지를 하면서 눈으로는 넷플릭스 영상을 보면서 지인과 대화를 하는 것 모두 멀티태스킹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렸을때 부터, 아니 어찌보면 태어났을때부터 멀티태스킹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운전할 때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노래를 따라부르는 등의 행동,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는 것, 한 가지의 커다란 일에 집중하면서 또 다른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 2가지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등의 일들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한 가지 일에 집중을 하게 되면 지금 당장 그 일을 하지 않더라도 계속 신경이 쓰여서 다른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멀티태스킹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현재 씽큐베이션이라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서 매주 1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본업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서 아예 1달 이상을 쉬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만큼 멀티태스킹은 나에게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나는 왜 멀티태스킹에 어려움을 느낄까?", "익숙하지 않아서 일까?", "하루의 시간을 쪼개서 미리 할 일의 시간을 분배해두면 어떨까?"등의 다양한 생각을 했다. 관련된 경험을 많이 해보고 학습을 하면 어느정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멀티태스킹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살아오던 나에게 얼마전 선물이 찾아왔다. 내향성과 외향성의 성격심리에 관한 방대한 통찰이 담긴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멀티태스킹에 관한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고 읽었는데 책 중간에 관련 내용이 나와서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과연 멀티태스킹과 내향성, 외향성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외향적인 사람 vs 내향적인 사람

내향적인 사람들이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똑똑한 것은 아니다. 지능 지수 결과를 보면 두 유형은 지능이 비슷하다. 그리고 여러가지 임무에서, 특히 시간에 쫓기거나 사회적 압박을 받거나 멀티태스킹을 해야 할 경우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뛰어나다. 외향적인 사람은 내향적인 사람보다 정보 과부하를 잘 처리한다. ㅡ콰이어트中


위와 같은 접근방식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멀티태스킹을 해야할 경우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뛰어나게 처리를 한다니! 위와 같은 연구 결과에서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시간적 압박과 사회적 압박을 받는 상황, 멀티태스킹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내향적인 사람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보여준다고 한다.


조셉 뉴먼의 말로는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반성에 상당 부분을 활용한다. 어떤 임무에서든 "우리에게 인지능력이 100퍼센트 있다고 할 때 내향적인 사람은 약 75퍼센트만을 임무에 쓰고 나머지 25퍼센트를 다른 데 쓰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임무에 90퍼센트를 쓸 수 있죠." 
이것은 임무라는 것이 대체로 목표 지향적인 까닭이다. 외향적인 사람은 인지능력의 대부분을 눈앞의 목표에 할당하는 듯한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는 데 인지능력을 사용한다.


그렇다. 외향적인 사람의 경우 특정 임무가 할당되면 인지능력의 대부분을 눈앞의 목표, 즉 지금 당장 해야할 일에 집중할 수 있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는 데 인지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지능력의 약 75퍼센트만을 임무에 사용한다고 한다. 외향적인 사람이 인지능력의 90퍼센트를 임무에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당신은 외향적인가? 내향적인가?

이렇게 동일한 조건에서 임무가 2개, 3개 이상으로 많아진다면, 즉 멀티태스킹을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인지능력의 약 75퍼센트만을 임무에 사용할 수 있는 내향적인 사람들에게는 그 일이 더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일의 개수(멀티태스킹)가 많아질수록 더 버거워지는 것이고, 악순환은 계속 이어지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지만 해당 연구 결과에서는 위와 같은 수치가 나타났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좀 더 느리고 신중하게 일한다.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를 좋아하고 집중력도 대단히 좋은 편이다. 부와 명예 같은 떡밥에는 잘 넘어가지 않는다. ㅡ콰이어트中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대체로 내향적인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임무를 완수하고 다음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읽을 때도 가끔 한 권을 읽다가 다른 한 권을 훑어보기도 하지만, 보통 한 권을 다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간다. 


책 콰이어트를 읽으니 내가 멀티태스킹이 잘 되지 않는 이유가 이해가 됐다. 당신이 생각하기에(또는 MBTI 등의 여러 검사 결과) 당신은 외향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내향적인 사람인가?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멀티태스킹이 잘 되는지,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멀티태스킹이 잘 되지 않는지 댓글로 남겨주기를 바란다. 실제로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결과는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외향성 추구의 이유

꼭 멀티태스킹에 대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책 '콰이어트'에서는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외향적인 성격을 추구하게 되었는지, 내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가진 놀라운 장점은 무엇인지, 세계 500대 기업 CEO들 중 과연 외향성을 가진 CEO의 성과가 좋은지 or 내향성을 가진 CEO의 성과가 좋은지,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개방형 사무실이 업무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지 등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려준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외향적인 성격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19세기 까지만해도 '인격의 문화'에서 이상적인 자아는 진지하고, 자제력 있고, 명에로운 사람이었다. 중요한 것은 대중에게 어떤 인상을 주느냐가 아니라 홀로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였다. '성격'이라는 단어는 18세기 이전에는 영어에 존재하지 않았고, '좋은 성격'이라는 개념은 20세기가 되어서야 널리 퍼졌다.  


20세기가 되자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도시의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1840년에는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이 8퍼센트에 불과했지만, 1920년이 되자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도시 거주민이 된다. 도시화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이웃이 아니라 낯선 이들과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된 미국인들은 '성격의 문화'를 수용하게 되고,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쉿! 당신도 '그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대담하고 재미있는 이들에게 매혹되었다. 즉, 내향성의 시대에서 외향성의 시대로 가게 된 것이다. 인기있는 자기계발서의 내용도 내면의 덕목이 아니라 외부의 매력으로 초점을 바꾸었다. 방문 판매원, 연기자와 같은 직업이 많아지면서 '자석처럼 끌리는' 매력이 중점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현재 시대의 '평균'이라는 개념이 테일러와 손다이크에 의해서 시작되었듯이, 도시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면서 외향적인 사람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내향성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더욱 더 발전하고 있다. 당신이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억지로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내향적인 사람이 가진 장점이 있듯이, 외향적인 사람이 가진 장점도 있다. 우리는 서로 공존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하고 각자의 장점을 활용하여 더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내면 된다. 세계적 기업 구글, 픽사,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침묵과 고독이 가진 가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내향성은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낸다. 자신이 내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를 읽어보기를 바란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당신도 분명 그 힘을 가지고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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