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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Sep 03. 2019

퇴사하면 460만 원을 준다고요?

결정적 기로에 선 당신,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4주간의 신입사원 트레이닝을 거친 뒤 퇴사하면 460만 원을 준다면, 당신은 돈을 받고 퇴사하겠는가? 아니면 계속 회사에 남아서 일을 하겠는가? 누군가는 460만 원이라는 돈을 보고 혹해서 퇴사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기는 하지만 회사에 남아서 계속 일을 할지도 모른다. 자, 당신의 선택은 어떠한가?


물론 많은 고려사항이 필요할 것이다. 예전부터 꿈꿔왔던 회사에 입사한 경우라면, 그리고 원하는 직장에 입사한 것이라면 계속해서 일을 다닐 것이다. 반면에 '한 번 지원서나 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합격한 사람이라면 그 마음은 다를지도 모른다. 특정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4주간의 트레이닝을 거쳐서 46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니. 이러한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가상에나 있을만한 회사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지구에는 이러한 발상을 가진 회사가 실제로 존재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이다. 자포스에 처음 들어온 구성원들은 직급에 상관없이 고객 서비스 교육부터 받게 된다. 해당 교육에 신임 IT 부서 책임자가 포함되는 것은 자포스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뭐? 퇴사하면 460만 원을 준다고?


Photo by Sharon McCutcheon on Unsplash

교육 첫날에는 마지막 2시간 동안 참가자 전원이 각자 배정받은 숙련된 고객 상담원 옆에서 고객의 전화에 응대하는 방법을 듣기도 하는데 해당 교육에서 신임 직원들은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자포스에 들어가기 전에는 신발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셈이에요. 예전에는 볼이 넓게 디자인된 신발이 따로 있는지조차 몰랐다니까요. 제 발볼이 넓다는 것을 알기 전에는 제 신발 사이즈가 무조건 26이라고만 생각했어요." ㅡ자포스 신임직원 볼스케


교육 둘째 주에는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상황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교육을 담당했던 강사가 나간 뒤 다른 사람이 들어오게 되는데 교육생들에게 리마커블한 제안을 하나 던져준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자포스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그리고 우리 회사에 대해 많이 배우셨습니다……. 만일 우리가 자포스 문화에 잘 맞을 것 같다고 판단해 여러분을 채용했는데 정작 여러분은 이곳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포스는 여러분이 성장할 수 있는 최선의 직장이 아니겠지요. 그저 취직이 됐으니까 다닌다. 입에 풀칠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출근한다. 이런 것은 저희도 결코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여러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할까 합니다."


그렇다. 자포스는 신입 사원들에게 회사를 그만두면 무려 4,000달러(460만 원, 2011.12.22 달러기준)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볼스케는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상에,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그러니까 말이야……. (자포스의 퇴사 시 4,000달러 제안 이야기)



과연 몇 명이나 퇴사했을까?


자 이러한 사례를 본 당신이라면 자포스의 신입사원이 되어 4주간의 교육과정을 받은 뒤에 퇴사를 하고 4,000달러(460만 원, 2011.12.22 달러 기준)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계속해서 회사를 다닐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독특한 제안을 하는 회사에 더 흥미가 생겨서 계속해서 회사에 다닐 것 같다. 하지만 직접 그 제안을 받은 교육생들은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구미가 당기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4,000달러를 받고 회사를 떠나는 교육생들의 비율은 얼마나 되었을까? 결과적으로는 회사를 떠나는 교육생은 2~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회사에 남아서 각자의 역할을 잘해나갔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회사를 떠난 교육생들은 애초에 교육 담당자들이 자포스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한 교육생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이한 제안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4,000달러를 받고 회사를 떠난 교육생들일까? 아니면 자포스의 경영진들일까? 자포스 회사 그 자체일까? 아니면 함께 신입 교육을 받은 교육생들일까? 결과적으로는 자포스 회사 자체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자포스의 엄청난 큰 그림!


Photo by Fachy Marín on Unsplash

돈을 선택하는 교육생은 애초부터 자포스와는 맞지 않는 사람일 확률이 크기 때문에 자포스 입장에서는 그러한 직원을 미리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회사를 선택한 직원들의 경우 인위적인 제안에서 자포스를 선택했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 더 충성심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잘못된 채용 1건으로 기업이 감수해야 하는 피해는 약 2만 5,000달러(약 2,900만 원, 2011.12.22 달러 기준[1,151원])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한 면에서 자포스는 4,000달러를 통해서 잘못된 채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용을 절약하게 되고, 그만두는 직원은 돈을 받기 때문에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자포스 경영진이 회사와 맞지 않는 사람들을 관리하느라 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게 된다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이러한 자포스의 신입 사원 채용 방식에는 '인계철선'이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인계철선이란 적절한 순간에 우리를 흔들어 깨워 결정을 재고하거나 새로운 결정을 내리게 하는 신호를 말한다. 인계철선의 목적은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행동방식에서 벗어나도록 약간의 자극을 주어 모종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이다.


자포스는 이러한 인계철선을 사용하여 교육생들의 마음속에 계속된 의심과 갈등이 일어나게 만들고, 의도적으로 명확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순간으로 이끌게 된다. 가령 '자포스는 정말 나에게 맞는 회사(일)일까?', '내가 맡은 직책에서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등의 생각을 교육생 스스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윈윈윈 하는 자포스 세상


"그저 취직이 됐으니까 다닌다. 입에 풀칠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출근한다. 이런 것은 저희도 결코 원치 않습니다." ㅡ 자포스 교육 담당자

 

자포스의 교육 담당자는 위와 같은 말을 하며 교육생들의 자동 행동 모드에 대해서 경고하기도 한다. 자동 행동 모드란 여태까지 해왔던 방향으로 생각 없이 흘러가는 것을 말한다. 그저 회사에 합격이 되었다는 이유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업무만을 따르는 그러한 것에 대해 경계심을 심어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윈윈윈 하는 구조인 퇴사 권유 제도를 가진 자포스는 뛰어난 고객 서비스를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포스의 고객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상을 치르느라 신발을 반송하지 않았을 때, 고객을 위해서 택배 업체를 직접 연결시켜 주기도 하고, 다음 날 고객의 집에 흰 백합과 장미가 들어 있는 커다란 꽃바구니까지 선물로 보내줬을 정도이니...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 외에도 정말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고객 사례가 많았다.



회사의 나쁜 점을 미리 알려줘라!


Photo by Ashley Jurius on Unsplash

자포스의 사례 이외에도 신입사원을 고용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신입사원 교육에서 회사의 나쁜 점을 알려주는 것(현실적 직무 소개)이다. 상대적으로 육체적 노동 또는 정신적 노동이 심한 직업(콜센터 직원, 요식업체 종업원 등)은 연간 이직률이 130퍼센트 이상인 경우가 많다. 만약 해당 회사에서 1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면 인사 부서에서 해마다 130명을 채용해야 공석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 바로 '현실적 직무 소개'인 것이다. 단순히 '회사의 나쁜 점을 알려주기', '직무에 대해 현실적으로 소개하기'만 해도 효과가 있을까? 싶겠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실제로 큰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콜센터 직원을 예로 들면 상담원과 고객 간의 실제 전화 통화 사례를 직접 들려주기도 하고, "당신은 불만에 가득 찬 까다로운 고객들을 매일 상대해야 합니다. 아무리 스트레스가 심해도 최고의 서비스와 친절한 태도로 응대해야 합니다."등의 경고 문구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될 경우 교육생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회사에 대한 환상은  깨지게 되고 조금 더 이성적으로 회사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교육생 입장에서도 자신이 이 회사와 맞지 않다는 것을 취직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있어서 좋은 것이고, 채용자 입장에서도 회사와 맞지 않는 직원을 사전에 정리할 수 있어서 많은 비용이 절약된다는 것이다.


현실적 직무 소개가 이직률을 낮추는 진짜 이유는 필립스가 말하는 '백신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입사 전에 '직장생활의 현실을 살짝 맛보게' 하는 것이 훗날의 충격과 실망을 예방하는 백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콜센터의 신입 상담원은 수화기 저편에서 잔뜩 열 받은 고객의 목소리를 듣더라도 당황하지 않는다. 이미 예상하던 상황이니까.
현실적 직무 소개는 '부적격자'들을 물러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업무상의 불가피한 어려움과 고충을 더 잘 이겨내게 도와준다. 사실상 현실적 직무 소개는 이직률을 낮출 뿐만 아니라 업무 만족도도 높여준다.



인생의 갈림길, 당신의 선택은?


Image by Image by ijmaki from Pixabay

위와 같이 우리는 '퇴사 권유 제도'와 '현실적 직무 소개'를 통해서 회사와 신입사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의도적으로 줄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제도를 직접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회사에 들어갈 예정인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해당 회사에 맞는지에 대해서 미리 조사를 하고 체험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활용하여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약간의 정보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큰 결과물을 나타낼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우리는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당장에 '오늘 아침은 뭐해 먹지?', '점심은 뭐 먹지?', '친구가 소개팅해준다는데 할까? 말까?'등의 선택의 기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우리의 선택을 보다 더 쉽게 만들어줄 책이 여기 있다. 바로 <자신 있게 결정하라>라는 칩 히스·댄 히스 형제의 책이다.


금세기 최고의 조직행동론 전문가 칩 히스와 세계 500대 CEO들의 리더십 멘토 댄 히스가 쓴 책이니 자신 있게 추천해 줄 만하다. 이전에 히스 형제의 <순간의 힘>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도 너무 감명 깊게 봤었다. 우리가 인생을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방법들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이번 책인 <자신 있게 결정하라>에서도 히스 형제는 인생의 많은 교훈들을 안겨준다.



세상의 모든 결정장애들을 위하여!


'내 인생에 있었던 많은 선택들에 대한 이유', '왜 나는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들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준 책이다. 그리고 책에 나온 여러 꿀팁들을 통해서 앞으로 있을 결정의 기로에서 현재의 단기 감정에 치우쳐서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자신 있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포스의 퇴사 권유 제도(퇴사 시 460만 원 드려요!), 현실적 직무 소개 외에도 멀티 트래킹(여러 선택 안을 동시에 고려하는 프로세스), 선택 안 없애기 테스트, 외부적 관점 취하기, 우칭(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몇 차례 작은 실험을 실시해보는 것)등 각 상황(맥락)에 맞는 결정 꿀팁들을 알고 싶은가? 궁금하면 500원. 아니, 히스 형제의 <자신 있게 결정하라>를 읽어보라. 정말로 자신 있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결정장애 요정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너무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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