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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Aug 27. 2019

인간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마라톤에서 물이 금지된 시대


흔히들 운동을 한 후에는 이온음료를 마시면 좋다고 한다. 이온음료가 물보다 흡수가 빠르다는 말도 있고, 에너지를 보충해준다는 말도 있다. 이온음료에 관해서 과연 어떤 말이 진실이고, 어떤 말이 거짓일까? 그리고 우리는 왜 운동 후에 이온음료를 마시는 걸까?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 중에 하나로 '물은 많이 마시면 좋다'라는 말이 있다. 과연 물을 마실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마시면 몸에 좋은 것일까? 


오늘은 이러한 궁금증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리는 여러 광고와 뉴스 기사들에서 나오는 정보가 맞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관련된 논문을 하나 둘 자세히 검토해볼 시간이 없을뿐더러 그러한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리고 신뢰 있는 매체에서 나오는 정보일 경우 그대로 믿게 될 것이고. 이런 경우 대체로 맞는 정보들이지만 간혹 틀린 정보도 존재한다.


이온음료와 물에 관련된 이야기는 주로 운동, 스포츠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무려 한 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마라톤과 같은 지구력 종목의 선수들에게 경기 중에 수분을 섭취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요즘 시대에는 운동을 하면서 수분을 보충하는 행위, 마라톤을 하면서 중간중간에 물을 마시는 행위가 당연한 행동이 되었다. 그러나 1900년대 초만 하더라도 마라톤 도중 수분 섭취를 금지하는 지침서까지 마련될 정도였다.



수분 부족으로 인한 사망사건



"마라톤 중에 먹거나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안 된다. 일부 뛰어난 선수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다." ㅡ제임스 설리번의 1909년 장거리 선수들을 위해 발간한 지침서, 인듀어 中 
그는 운동 중에 섭취한 액체가 위장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경기가 끝날 때까지 제대로 흡수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러한 주장은 1968년까지도 유효한 이론으로 각광받았다.


이러한 이론은 1968년까지도 유효한 이론으로 각광받았다니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예상될 것이다. 과거의 마라토너들은 거리가 얼마나 길든(풀코스 마라톤 42.195km) 간에 마라톤 도중에는 대부분 수분 섭취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마라톤을 마친 후에 탈진하면서 쓰러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열사병으로 사망한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정말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에게 변화의 순간이 다가온다. 1965년 어느 날, 드웨인 더글러스는 우연히 신장 의학 전문가인 연구원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한때 필라델피아 이글스팀 소속의 프로 미식축구 선수였고 은퇴 후에도 플로리다대학교의 게이터스팀에서 보조 스태프로 자원봉사를 하던 드웨인 더글러스는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이 경기 중에 잃는 체중이 거의 8킬로그램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고 깜작 놀란다. 


1경기를 뛰는데 무려 체중 8킬로그램이 빠지다니 정말 놀라운 사실이 아닌가? 그 당시만 해도 경기 도중 수분 섭취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무리한 경기를 뛰면서 많은 땀을 흘리게 되고, 체내에 있는 여러 성분들을 잃게 되는 것이었다. 더글라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신장 의학 전문가 로버트 케이드는 훈련 기간 동안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는다.



게토레이 탄생의 시초


케이드는 선수들이 땀으로 잃는 성분을 보충해주기 위해 물과 소금, 설탕을 혼합한 음료를 개발해낸다. 케이드는 제조한 음료를 신입생들에게 먹이고 2군 선배팀과의 연습경기를 시켰는데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2쿼터에 걸친 접전 끝에 음료를 통해 수분을 충분히 보충한 신입생팀이 후반전에서 갈증으로 기력을 잃은 2군 선배들을 이겨낸 것이다. 


1쿼터에서 0대 13으로 패배하고 있던 신입생팀이 후반전에서는 지친 2군 선배팀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다. 실력에서도, 경험에서도 많은 차이가 나는 상대에다가 무려 13점을 뒤지고 있던 팀의 결과로는 정말 놀랍지 않은가? 위와 같은 사례는 수분과 여러 성분들을 보충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케이드가 만들어낸 이 음료는 훗날 '게토레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여 큰 성공을 거둔다. 이것이 '이온음료'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료인 게토레이의 시초이다.


게토레이라는 이온음료의 효과가 증명되면서부터 지구력과 관련된 운동선수들에게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게토레이와 관련된 수차례 실험이 진행되고 제품의 효과가 널리 퍼지면서 게토레이 스포츠과학연구소가 설립될 정도였다. 


게토레이의 후원을 받는 미국 대학 스포츠의학회가 1996년 발표한 공식 입장은 운동선수들이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고 마실 수 있는 최대한의 양을 섭취하기 위해 경기 초반부터 자주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세대를 막론한 수분 섭취 부족 현상은 아이들의 성장을 저해하고 노동자들의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을 지목받고 있었다.



물을 무조건 많이 마시는 게 좋을까?


그러나 여기에도 허점이 존재했다.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인 마라토너들은 경기 초반부터 무조건, 자주 수분을 섭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분 과다 섭취로 인해 선수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저나트륨혈증' 때문이었다.


 2002년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했다가 결승선을 6킬로미터 앞두고 쓰러진 뒤 결국 죽음에 이른 28세의 신시아 루세로는 이미 20년도 더 전에 발견된 이 질환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의료진은 그녀가 운동 중에 물을 최대한 많이 마셔야 한다는 상식에 너무 충실히 이행한 나머지 혈중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희석되고 말았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그녀는 액체로 출렁이는 폐와 부풀어 오른 뇌를 견디지 못하고 몇 시간 뒤 사망했다. ㅡ인듀어 中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물 중독(저나트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니. 그저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성실히 시행했을 뿐인데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온음료든 물이든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러한 사건이 잦게 발생하다 보니 2003년 미국 육상경기연맹은 기존의 지침서를 바꿔버리게 된다.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고 마실 수 있는 최대한의 양을 섭취하기 위해 틈날 때마다 물을 마셔라>라는 지침에서 <갈증을 느낄 때마다 수분을 보충하라>라고 변경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마라톤을 하면서 몸도 많이 움직일 텐데 위를 물로 꽉 채운다면 분명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많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할 때나, 누우면 불편한 것처럼 물을 마시는 행위도 비슷한 결과물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부분이니 운동할 때나 달리기를 오래 할 때면 '갈증을 느낄 때마다 수분을 보충'하면 되겠다. 



인류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현재 42.195km 마라톤의 세계기록은 몇 시간이라고 생각하는가?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베를린 국제마라톤에서 데니스 키메토(케냐)가 2시간 2분 57초로 세계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작년 2018년 베를린 국제마라톤에서 엘리우드 켑초게(케냐)가 2시간 1분 39초로 또 한 번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이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인류의 마라톤 기록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2014년 달리기 전문 잡지 <<러너스 월드>>에서는 풀코스 마라톤(42.195km)의 2시간 기록의 벽이 언제쯤 무너지게 될지에 대한 기고문이 실렸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 2시간의 벽은 2075년이 되어야 무너지게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2018년에 2014년의 세계기록인 2시간 2분 57초보다 무려 1분 22초를 앞선 2시간 1분 39초의 기록이 경신된 것을 보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 2시간의 벽은 몇 년 내에 깨지지 않을까 한다. 


위에서 보았듯이 충분한 수분 섭취는 지구력을 꾸준히 이어나가는데 많은 영향력을 준다. 장시간을 뛰는 풀코스 마라토너들이 꾸준히 수분 섭취를 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그렇다면 2018년 세계 신기록을 달성한 엘리우드 켑초게가 수분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 페이스 메이커의 지속적인 도움, 달리기를 하기 좋은 최상의 온도 및 습도(날씨), 최상의 달리기 지원 장비를 갖추게 된다면 2시간이라는 기록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그들이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엘리우드 켑초게와 데니스 키메토와 같은 세계적인 마라톤 선수들의 비율이 케냐(약 60%)에서 압도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환경, 지구력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견디다', '인내하다', '그만두고 싶은 충동과 계속해서 싸우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다'라는 뜻을 가진 책 <인듀어>에서는 지구력에 대한 많은 사례를 통해 궁금증을 하나 둘 해소시켜 준다. 


지구력이 단순히 근육의 피로도와 관련이 되어있다는 과거의 이론에서부터 뇌와 지구력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최근의 이론까지. 인간이 한계를 깨고 더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데 어느 정도 답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뇌 과학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의 뇌는 우주와도 같이 복잡하다. 인듀어의 저자 알렉스 허친슨도 아직까지는 지구력과 뇌에 대해 정확한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달리기(또는 운동)를 오래 하다가 갑자기 그만두고 싶어 지는 경우,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힘들어지면서 평소 속도보다 훨씬 느려지는 경우 등에 대한 이유를 제시해준다. 그리고 앞으로의 지구력에 관한 연구에 대해서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계는 스스로 만드는 것


과거 인간이 세계 최고봉 높이 약 8,848m의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등반에 성공한 사람이 나온 뒤(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한)로는 많은 사람들이 등반에 성공했다. 이처럼 풀코스 마라톤 2시간의 벽이 언젠가 깨진다면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졌던 일이 가까운 미래에는 당연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한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에게 믿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인듀어 中


인듀어에서 나온 말처럼 믿고자 하는 마음과 의지만 있다면 인간의 한계에는 끝이 없을 것이다. 나도 과거에 스스로를 한계에 가둔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순간 불가능이 아님을 깨닫고 결국에는 해내게 되었다. 믿음의 힘은 실로 놀랍다. 


자기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않고 자신의 잠재력을 무한히 믿는 일, 얼마나 멋진 일인가? 무의식적으로라도 자신에게 특정 한계를 달아두었다면 과감히 다음 단계로 나아가 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한계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당신에게 한계란 없다. 심리적 한계만 있을 뿐.



참고 : 인듀어(알렉스 허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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