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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Aug 19. 2019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서투르고 불완전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나는 아직도 많이 서투르고 불완전하다


오랜만에 소설책을 봤다. 최근에는 자기계발서와 같은 성장을 위한 책을 위주로만 봤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소설책을 보니 기분이 남달랐다. 생각해보면 내가 책을 즐겨 보기 시작했던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 만화책과 소설책을 보면서 였다. 소설의 종류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로 '묵향', '달빛조각사'와 같은 무협 소설, 게임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었다. 이러한 소설을 읽었던 이유는 단순히 재밌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수준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과거의 많은 경험들이 쌓여서'이지 않나 싶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말한 '커넥팅 더 닷츠'라는 말처럼 과거의 모든 경험들이 현재를 만들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고 씽큐베이션이라는 독서 모임에 들어가게 된 것도 모든 경험이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인 것이다. 


앞을 보고 달려가기만 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곳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성장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 나는 과거에 비해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도 많은 것이 서투르고 불완전하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다.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도 없다. 사람마다 각자의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인생이 되고, 경험이 되고, 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오랜만에 소설책을 읽었다. 책은 '오베라는 남자'라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책을 읽으면 감정이 더욱 풍부해진다고 한다. 자기계발서는 독자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에, 소설책은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오베라는 남자를 읽으니 내 감정이 조금 더 풍부해진 것 같다. 처음에는 소설의 주인공 '오베'를 매사에 화가 많이 나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상처 많은 주인공 오베에 대해 더 궁금해졌고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다. 그가 어떤 상처를 안고 살아왔길래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최근에 많이 느끼는 부분인데 세상에는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아무리 긍정적이고 쾌활하게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과거의 특정 상처로 인해서 그 상처를 가리고 싶어서 긍정적이고 쾌활함을 가진 것 일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상처가 크고 작든 간에 우리는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 그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방식이 있을 거라고 본다. 



행복하게 사는 걸 멈췄다


Photo by Lachlan Thompson on Unsplash

소설 속 오베도 굉장히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오베가 막 열여섯 살이 되었을 무렵, 철로 사고로 인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이전에 오베의 어머니는 오베를 낳다가 돌아가셨고. 이 날 이후 오베는 행복하게 사는 걸 멈췄다. 


그는 그 후 오랫동안 행복하지 않았다.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홀로 살아가면서 의지할 곳은 아버지밖에 없었을 텐데.. 그 아버지마저 하늘로 가버리다니. 오베의 아픔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니 '행복'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 후 오베는 더욱 어둡게 살아가게 되었다. 오베는 철도 회사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아 학교를 그만두고 그곳에서 계속 일하게 된다. 그렇게 철도 회사에서 5년 동안 일만 하며 살았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기차를 탔다가 처음으로 그녀를 만났다. 아버지가 죽고 난 이후 처음 웃은 게 바로 그날이었다. 오베의 인생은 다시는 전과 같지 않게 되었다. 오베는 행복함을 멈추는 것을 멈췄다. 그녀로 인해서.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ㅡ 오베라는 남자 中, p69


세상을 흑백으로만 보던 오베에게 세상의 유일한 색깔인 그녀가 나타난 것이다. 흑백의 세상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오니 오베의 세상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되었다. 오베의 세상을 '흑백'으로 표현한 것과 오베의 그녀를 '색깔'로 표현한 것은 굉장히 신선했다. 이러한 시적 표현을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흘러나온다. 이런 것이 소설을 읽는 재미일까? 


세상은 참 신기하다. 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지옥으로 변하고, 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천국이 되기도 한다. 오베에게 소중한 사람이란 세상의 전부인 것이다. 


" 모든 어둠을 쫓아버리는 데는 빛줄기 하나면 돼요. " ㅡ 오베라는 남자 中, p153


오베의 아내 소냐는 오베의 전부였다. 오베의 어둠을 쫓아버리는 유일한 빛줄기였다. 오베는 소냐를 만난 뒤 '행복'이라는 감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둘은 혼인을 약속하게 되었고.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오베의 상처도 점점 아물어 간다. 그리고 일상의 행복함을 누린다.



자살을 결심하게 된 계기


금요일 저녁이면 그들은 10시 30분까지 TV를 봤다. 토요일에는 늦은 아침을 먹었는데, 때로는 8시에도 먹었다. 일요일이면 그들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오베는 신문을 읽었고 소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월요일이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 월요일, 그녀는 더 이상 세상에 없었다. p352


산전수전을 겪으며 살아가면서도 오베는 소냐가 있기에 행복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오베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그것이 오베가 자살을 결심한 이유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었던 소냐가 세상을 떠나자 오베는 또다시 흑백의 상태로 돌아갔다. 오베는 소냐의 묘 옆에 묻히기를 원했다. 그리고 하늘에 가서 소냐를 다시 만나기를 바랐다. 소냐의 죽음 6개월 뒤, 오베도 하늘로 가기를 원했다. 스스로 자살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 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p189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 p83
"정말로 큰 상실감을 느껴요, 오베. 심장이 몸 밖에 뛰는 것처럼 상실감이 느껴져요." p232


상실의 고통이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베가 자살하려는 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과연 이런 큰 상실감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시간'과 '적응'이라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아픔의 크기는 줄어들지 몰라도 그 아픔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저 현재의 상황에 적응해서 살아갈 뿐이다. 우리의 주인공 오베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자살에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서막


오베라는 남자 책, 영화

이야기는 오베가 자살하기로 한 당일 옆 집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를 하다가 차로 오베의 집 외벽을 긁으면서 시작된다. 만삭의 파르바네, 멀대 패트릭, 7살 여자아이, 3살 여자아이로 총 4명의 외국인 가족이 오베의 옆 집에 살게 되면서 정말 많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소냐가 죽은 뒤로 그 누구와 말도 나누지 않던 오베가 사사건건 모든 일에 참견하는 옆집 이웃을 통해서 계속해서 많은 일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과연 오베는 이 과정에서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될지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하면 500원. 아니 오베라는 남자를 읽어보기 바란다.


오베라는 남자는 베스트셀러 1위 책이기도 하고 영화로 제작된 책이기도 하니 그만큼 인증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인생의 교훈도 있고! 책을 읽고 인생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가야 될까?라는 주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소설책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사람에게는 수많은 감정이 존재한다. 행복, 기쁨, 슬픔, 희열, 짜증, 증오, 질투, 자신감, 감사 등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더 느끼고 싶어 졌다. 인생의 다채로운 경험과 함께 소설책을 읽는 경험이 더 많은 감정을 느끼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한 가지 장르의 책(자기계발서, 경제/경영, 과학, 에세이 등)을 위주로만 읽는 사람, 인생을 더 재미있게 살고 싶은 사람,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살다 보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를 결정하는 때가 온다. p158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당신의 인생'을 주제로 하는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는가? 오베라는 남자. 아니 'OO라는 남자(여자)'에 나올 내용을 상상해보고 당신의 인생을 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조금 더 능동적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그 결정, 그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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