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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Sep 16. 2019

새벽 3시 5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미루고 미뤄서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이유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 가족, 친척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해본 적이 있는가? 꼭 결혼식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축하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축하의 의미를 담은 말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축사'는 축하의 뜻을 나타내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중요한 자리에서 축사를 한다는 것은 축하의 의미를 담은 메시지를 말로 직접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소중한 사람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해본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혼과 축사에 대해서 경험이 전무한 나에게 얼마 전 축사를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제일 친한 친구가 이번에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결혼식 당일에 축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그래서 흔쾌히 바로 하겠다고 했다. 축사는 또 다른 친구와 함께 2명이서 같이 하기로 했다. 축사를 하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막상 축사를 쓰려니 되게 막막했다. 살면서 축사를 써본 적도 없없고, 블로그 글이나 서평 쓰기,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본 적은 있었지만 '축사'라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서 축사를 같이하기로 한 친구와 고민을 하다가 결혼식 일주일 전 직접 만나서 같이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갔다. 막상 글을 썼지만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지 몰랐다. 축사는 잘 써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되어서 축사와 관련된 글과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내 축사도 그렇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말이 있듯이 처음 쓴 축사는 그와 유사했다. 축사를 같이 쓰는 친구는 진심과 메시지를 담고 싶어 했지만 그것이 잘 되지 않아서 답답해했다. 나도 그렇고. 그 후에도 서로 일을 하고 일상을 보내면서 카톡과 전화로 계속해서 축사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결혼식 전날이 되고. 축사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은 채로 친구와 다시 만나서 호텔 방에서 계속해서 축사를 수정해 나갔다. 축사 내용을 수정하고 말로 내뱉으며 연습을 하기도 했는데 어쩐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렇게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에 새벽 3시 5분이 되어서야 축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것도 갑자기 모든 내용을 싹 갈아치우고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써버린 것이다.


갑자기 떠오른 통찰의 순간에 나와 친구는 몹시 당황했다. 그래도 이전에는 완성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이번 축사는 되게 진심이 담기고 자연스러웠으며 서로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실제로 말을 하기에도 흐름이 자연스러웠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담겨서 좋았다. 서로 "됐다!! 이거다!!"라면서 신나 하면서 얼른 잠들기로 했다. 내일 결혼식에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했기에.



마음에 드는 축사를 쓸 수 있었던 이유

새벽 3시 5분, 우리가 결국에 마음에 드는 축사를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더 좋은 말을 해줄 수는 없을까?', '더 진심이 담긴 메시지는 무엇일까?'라고 끊임없이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축사를 써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벤치마킹하기도 했으며, '친구에게 편지 쓰기'등의 방식을 통해서 자연스러운 메시지와 진심이 담긴 글을 썼다.


당신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겪어본 적이 있는가? 놀랍게도 이러한 경험은 나와 친구만 해본 것이 아니었다. 


늦은 밤, 한 청년이 자신이 묵는 호텔방에서 책상에 놓인 텅 빈 백지 한 장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 새벽 3시가 되어서도 그 청년은 여전히 미친 듯이 일하고 있었고 "지칠 대로 지쳐서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1963년 8월이었다. 그리고 일자리와 자유를 위한 대행진이 다음 날 아침 워싱턴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틴 루서 킹은 아직 행사 마지막을 장식할 연설문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이는 한숨도 못 자고 밤새 연설문과 씨름했다"라고 킹의 부인 코레타는 회상했다. "그이는 마지막 연사였고, 그이의 연설은 미국과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TV와 라디오로 전달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그이의 연설은 감동적이면서 지혜가 담겨 있어야 했다." ㅡ오리지널스 中


그렇다. 수없이 많은 연설을 해 본 '마틴 루서 킹'도 대행진이 있었던 기념비적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는 당일까지도 연설문을 완성하지 못했다. 미국과 전 세계에, 무려 수백만 명에게 전달될 연설문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아찔한 일이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전 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연설을 앞두고 있으며 심지어 연설을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즉시 초안 작성에 착수를 하고 계속해서 원고를 고쳐나가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틴 루서 킹은 긴 연설보다 짧은 연설을 작성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참고로 정해진 연설문의 시간은 10분이었는데 보통 이를 준비하는 데는 2주가 걸린다고 한다.)



미루기가 창의성의 핵심이라니?!

당신이 물고기라면 늦게 일어나는 것을 추천한다.

킹은 대행진 바로 전날 밤 10시가 되도록 연설문을 쓰는데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다음날 중요 발표가 있는데 그 전날 밤 10시가 되도록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다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바로 '미루는 행위'이다. 미루는 행위 자체가 킹이 생애 최고의 연설을 하게 된 이유라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물고기를 잡는 건 사실이지만, 일찍 일어난 바지런한 물고기는 잡혀 먹힌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ㅡ오리지널스 中


우리가 귀가 따갑도록 들은 말들 중 하나는 바로 "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미리미리 해라!"라는 것이다. 과거에 부모님께도 들었고, 선생님께도 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들었던 그 말. 그러나 이러한 공식과는 다르게 일을 미룬 사람들이 더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믿어지는가??


일을 미룬다는 행위는 의도적으로 해야 할 일을 지연시키는 행위이다.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일을 진전시키거나 완성하는 것을 미루어놓고 덜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미루기의 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지라>를 그리기 시작한 해는 1503년이고, 그 후 몇 년 동안 그리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미완성인 채로 남겨두었으며, 1519년 죽음이 임박해서야 완성했다고 추측한다. … 이를테면 다빈치는 빛이 구에 어떻게 굴절되는지 연구한 덕분에 <모나리자>와 <세례 요한>을 끊임없이 수정 보완할 수 있었다. 광학 역구를 하느라 이 그림들을 완성하는 시기가 늦쳐줬을지 모르지만, 최종적인 작품은 그가 행한 실험들로부터 덕을 많이 보았다. … 다빈치는 여러 가지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최후의 만찬>을 구상하는 데 15년을 보냈다.
신지혜 씨는 독창성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험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를 무작위로 뽑아 마인스위퍼, 프리셀, 솔리테어 같은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사업 계획을 작성하는 작업을 미루게 했다. … 누가 즉시 작업에 착수한 사람이고, 누가 작업을 미룬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 독립적인 최종 사업제안서를 심사하게 했더니, 일을 미룬 사람들이 28퍼센트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사례와 신지혜 씨의 연구 사례처럼 일을 미룸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은 상당히 많다. 사고가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에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 미루는 습성은 흔한 것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마틴 루서 킹은 연단으로 걸어가 마이크 가까이 자리를 잡고 서서도 여전히 연설문을 고치고 있었다. 


"킹은 자기 차례가 되기 직전까지도 연설문 내용 일부를 지우고, 새로운 문장을 끄적거렸다"라고 정치가 드루 한센은 말했다. 그는 킹이 "연단에 서서 연설을 하기 직전까지 계속 연설문을 수정하는 듯했다."라고 덧붙였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개로우는 킹이 "마치 재즈 음악가처럼" 즉흥적으로 연설했다고 말했다. 킹은 짧은 애드리브로 시작해 즉흥 연기를 한 셈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Photo by The New York Public Library on Unsplash

연설문을 계속해서 수정하고, 완성본을 미루고 미룬 뒤에야 마틴 루서 킹은 그토록 유명한 "I have a dream."이라는 문장이 들어간 연설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킹의 연설 문장은 마지막까지 연설문을 생각하고 수정한 뒤 즉흥적으로 한 말이라고 한다. 

연설이 시작되고 11분이 지났을 즈음, 마할리아 잭슨은 킹에게 꿈을 말하라고 외쳤다. 킹이 잭슨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는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갑자기 결심했다"라고 킹은 회상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느낀 감정을 좇아 자신의 꿈을 펼쳐보았다. 연설이 끝날 무렵 "킹이 준비한 연설문에 새로 덧붙인 내용이 너무 많아서 연설 시간이 예정보다 거의 두 배로 늘었다"라고 한센은 말한다. 


독창성이 뛰어난 인물들은 일을 미루는 경향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건너뛰지는 않는다. 그들은 전략적으로 꾸물거리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하고, 수정 및 보완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시킨다. 킹에게는 이미 즉흥적으로 꺼내 쓸 수 있는 자료들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었고, 그 덕분에 그의 연설은 훨씬 진정성 있게 들렸다. 



당신도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Photo by Vale Zmeykov on Unsplash

그토록 유명한 명언을 남긴 마틴 루서 킹도 전날 밤 10시까지 단 한 문장도 쓰지 못하며 백지를 바라보고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일까?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나오는 것일까? 계속된 인풋, 소비를 통해서 머릿속이 정리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수많은 창의적인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그들이 가진 특징, 장점, 단점, 전략, 방법이 존재했다. 개인을 위한 행동 지침으로는 기존의 체제에 의문 던지기, 자신이 창출한 아이디어의 수를 세배로 늘리기, 할 일을 전략적으로 미루기, 동료들로부터 더 많은 피드백 구하기 등이 있고, 지도자를 위한 행동 지침으로는 혁신 경진대회 열기, 역지사지 전략 쓰기, 다른 부서 다른 직급의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내도록 권하기 등이 있다.


이 모든 내용은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 이자 사상가인 애덤 그랜트의 책 '오리지널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지, 아인슈타인-스티브 잡스-엘론 머스크 등의 혁신적인 사람들이 계속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독창성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당신도 독창성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 오리지널스와 함께라면 말이다. 당신은 창의적인 사람인가? 오리지널스인가? 나는 이 책을 읽고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신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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