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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Jan 23. 2020

신발끈 제대로 묶으셨나요?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 스케이트를 타고 얻은 교훈

오늘은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에 가서 스케이트를 타고 왔다. 스케이트는 중·고등학생 즈음에 몇 번 타본 것 외에는 타본 적이 없다. 바퀴가 달린 롤러스케이트는 어릴 적에 많이 타봤지만, 아이스링크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볼 기회는 많이 없었다. 막상 여자 친구에게 아이스링크장에 가자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스케이트를 어느 정도로 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우리는 잠실역에서 만나서 브런치를 간단하게 먹고 롯데월드 내에 있는 아이스링크장으로 향했다. 결제는 네이버 예매로 입장권과 스케이트 대화료가 포함된 세트권을 구매했다. 미리 예매해둔 표를 카운터에 제시하고 스케이트를 사이즈별로 받아서 스케이트를 탈 준비를 했다. 짐을 보관함에 넣고, 신발을 스케이트화로 갈아신었다. 그런 뒤에 스케이트화를 신고 일어났는데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오랜만이라 해도 기본적인 균형감각이 있기에 어느 정도 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생각은 경기도 오산이었구나." 


스케이트화를 신으니 걷기가 너무 불편했다. 걸음걸이가 이상해지고 앞으로 조금만 걷는데도 온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평범한 땅에서도 이렇게 걷기가 힘든데 빙상 위에 올라가면 가만히 서 있을 수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아이스링크장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고 올라가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그러다가 가는 길의 한 벽면에 아래와 같은 문구가 보였다. "스케이트 끈 매는 법"

스케이트 끈 매는 법

알고 보니 스케이트화는 끈을 강하게 묶어야 하는 것이었다. 1~3의 발볼 부분은 가볍게 묶고, 4~8의 발등 부분은 강하게 묶고, 9~10의 발목 부분은 강하게 X자로 묶어야 했다. 위와 같은 문구를 보고 스케이트 끈을 강하게 묶으니 걷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아니 훨씬 수월해졌다. 스케이트화와 발이 하나가 되어서 굉장히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굉장히'까지는 너무 과한 표현 같지만, 상대적으로 '굉장히'로 해두자). 끈을 강하게 매기 전까지는 빙상 위에서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들었지만, 끈을 강하게 매고 난 뒤에는 발이 편해져서인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스케이트 끈을 정확한 방법으로 맨 뒤에 아이스링크장으로 올라갔다. 굉장히 오랜만에 스케이트를 타는 거라 처음에는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색했지만 이내 적응해서 요리조리 잘 돌아다녔다. 내가 만약 '스케이트 끈 매는 법'에 대한 안내사항을 보지 못했다면, 불편한 스케이트화로 인해서 스케이트를 제대로 타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케이트 끈을 제대로 매는 순간 발도 편해지고 자신감도 생겨서 재미있게 스케이트를 탈 수 있었다. 


신발끈이든, 스케이트 끈이든 제대로 된 방법으로 매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신고 있는 신발에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신발끈을 제대로 된 방법으로 매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신발끈만 제대로 묶어도 발의 불편함, 발가락이 아픈 증상, 발목이 뻐근한 증상 등이 해결될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제대로'와 '정확히'가 중요하다. 올바른 방법이 있는데도 그 방법만 피해서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실제로도 많이 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상대적으로 올바른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아무 이유 없이 또는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계속해서 벗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스스로의 인생을 한 번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의 인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는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정확한 지향점이 있는지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케이트 끈을 "단단히" 매지 않을 경우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말처럼 어딘가 불편함을 느끼며 살아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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