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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Jan 29. 2020

모태솔로남의 소개팅 실수 2가지

이오타 다쓰나리의 <말투 때문에 말투 덕분에>를 읽고

우연히 TV를 보다가 모태솔로와 관련된 예능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M사에서 방송하는 편애중계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모태솔로남들의 모태솔로 탈출을 도와주는 특집 방송이었다.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고 출연진의 도움을 통해서 모솔남들이 모솔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기도 했다.


궁금증을 가지고 시청하고 있는데 모태솔로남과 한 여성분이 1:1 소개팅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첫 시작은 여성분이 카페 테이블에 앉아 있고, 남성분이 그곳으로 입장하면서 테이블에 앉는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두 분이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모태솔로남이 몇 명 나왔는데 내가 본 장면의 남성분은 특히나 질문이 많았다.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상대라면 당연히 궁금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연속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좋지 않다. 모솔남은 여성분에게 "어디서 오셨어요?", "고향은 어디세요?",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덥지 않으세요?", "오늘 날씨는 어떤가요?"등의 질문을 계속 퍼부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했는지, 잠깐의 정적을 참지 못하고 질문이라도 계속 던져보는 것 같았다.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출연진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면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처음 만난 상대와 친밀도를 쌓기 좋은데 말이죠..."라는 말을 이어나갔다. 



소개팅을 하러 나온 사람은 상대방과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소통하고, 공감을 하면서 상대방을 알아가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이러한 자리에서 면접관처럼 심문하듯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상대방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상대방은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다고 정신이 없을 테고, 이 자리가 끝나는 순간 자신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질문을 한 당사자도 마찬가지다. 워낙 많은 질문을 했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 어떤 답변을 들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위와 같은 경우라면 "정신없는 자리였다."라는 기억만 남긴 채로 언젠가 소개팅을 했다는 기억의 한 조각으로 남을 확률이 아주 높다.


위와 같은 사례처럼 깊이 있는 대화가 아닌 '계속된 질문'을 한다면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은 말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질문은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뜻이니 좋은 게 아닌가요?"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물론 친분을 쌓을 때는 적당한 질문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역시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다음 대화를 살펴보자.

A: 전 서핑이 취미예요.
B: 주로 어디에서 하세요?
A: OO 해변이 집이랑 가까워서 자주 가요.
B: 혼자 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같이 하세요?
A: 고등학교 친구가 서핑을 잘해서, 그 친구한테 배우고 있어요.
B: 그 친구분은 언제부터 서핑을 하셨어요?

이렇게 질문 공세를 펼치면 대화가 단순한 질의응답에 그칠 확률이 높다. 그뿐만이 아니라 상대 입장에서는 마치 심문을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불쾌감까지 느낄 수 있다. _이오타 다쓰나리, <말투 때문에 말투 덕분에 p30>



내가 직접 위와 같은 대화를 한다면 상당히 피곤할 것 같다. 계속되는 질문 공세에 질의응답과 같은 답변을 하다 보면 어느새 지치게 되고,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에는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기 싫은 기분이 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할 것이고,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소통의 가장 큰 핵심은 '들어주기'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존중하면서 대화를 해도 모자랄 판에, 상대방이 이야기 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물어봐주지 않고, 또 다른 질문만을 계속한다면 남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할 때는 '물으려는 태도'가 아닌 '들으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A: 전 서핑이 취미예요.
B: 아, 서핑요? 좋은 취미네요.
A: 얼마 전에 고등학교 친구 소개로 시작했어요. 친구는 벌써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서핑 대회에도 가끔 나갈 정도로 잘 타요. 

이렇게 깊이를 더하는 대화가 물 흐르듯 이루어질 때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여기서 핵심은 상대의 속도에 맞춰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정말로 궁금한 점이 생겼다면 "그런데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말씀 도중에 죄송한데요."하고 양해를 구한 뒤에 질문하면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질문하기가 어렵다면 상대가 했던 말을 되풀이하면서 말끝을 살짝 올리는 방법도 있다. 가령, "전 서핑이 취미예요."라는 상대방의 말에 "서핑요?"라고 말끝을 올리면, "네, 집 근처에 바닷가가 있어서 주로 그쪽에 가서 해요."라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_이오타 다쓰나리, <말투 때문에 말투 덕분에 p32>



깊이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침묵'도 필요하다. 모솔남이 계속해서 질문 공세를 퍼부은 이유는 긴장을 많이 한 영향도 있겠지만 '대화가 끊긴 뒤의 어색한 침묵과 분위기를 참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다음 대화 상황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A: 아, 그렇군요….
B: 네, 맞아요….
A: …. (어색해지기 전에 무슨 말이라도 하자) 근데 아이는 몇 명 낳고 싶으세요?
B: 네?(갑자기 뭐지?)

'대화가 끊기면 어색해진다', '일단 무슨 말이든 해서 침묵을 깨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일종의 '침묵 공포증'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침묵을 두려워하는 태도는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억지로 이야기를 이어 가려고 질문을 쏟아부으면 심문하는 모양새가 되기 쉽다. 침묵을 깨기 위해서 자기 이야기만 구구절절 늘어놓아도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또 늘 침묵을 깨려고 애쓰면 여유 없는 사람으로 비쳐 매력이 떨어진다. _이오타 다쓰나리, <말투 때문에 말투 덕분에 p42>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대화는 서로 기분 좋게 소통하기 위한 수단일 뿐, 늘 어느 한쪽이 말을 해야만 한다는 규칙은 없다. 오히려 침묵을 깨려다가 본의 아니게 상대의 말을 가로막거나 쓸데없는 말로 상대를 언짢게 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언젠가의 나도 '침묵 공포증'이 있었다. 누군가와 단 둘이 있을 때는 어색한 침묵이 싫어서 어떤 말이라도 일단은 말하고 봤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게 실수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안 해도 될 말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 꼭 대화라는 것이 서로 동일한 양의 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1명이 말이 많을 수도 있고, 누군가 1명이 말이 적을 수도 있다. 말이 많은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공감해주면서도 말을 많이 하면 되는 것이고, 말이 적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도 상대방의 말을 조금 더 많이 들어주면 그만이다. 



대화가 다소 느슨해졌을 때는 침묵을 두려워하지 말고, 상대의 이야기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차분하게 "그래서?"하고 되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모두가 기분 좋게 느끼는 대화는 바로 '힘을 뺀 대화'다'. 어느 한쪽이 긴장해서 '이 침묵을 깨야 해'라고 조급해하면 깊은 대화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당신이 긴장하면 상대에게도 그 기운이 전해지고, 덩달아 상대까지 부담스러워진다. 그러니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과 더불어 차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의식적으로 만들어 보자. 


이를테면 좌석의 위치를 바꿔 보는 방법이 있다. 상대와 정면으로 마주 보고 앉으면 상대의 어디를 바라봐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그러다가 상대와 눈이 마주치면 당황한 나머지 '무슨 말이든 해야 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마주 보는 테이블 자리보다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카운터 자리를 선택하면 좋다. 이렇게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의식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면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 더 호감 가는 대화를 할 수 있다.


모태솔로남의 소개팅 실수 2가지는 '상대방의 말에 대해 공감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질문을 한 것''침묵을 참지 못한 것'이었다. 모솔남이 소개팅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상황에 따라 어떠한 말투를 가져야 할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말투와 관련된 실전 사례들을 최대한 많이 보면서 지금의 말투를 고치고, 조금 더 긍정적인 말투를 사용한다면 모태솔로남도 모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 투자와 현재 상황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오타 다쓰나리의 책 <말투 때문에 말투 덕분에>에는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말투 사례들이 있다. '말투만 살짝 바꿔도 누구나 대화의 프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말투만 바꿔도 인생이 바뀐다."는 말도 있지 않겠는가?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처럼 정말로 말투만 바꿔도 인생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로 나도 긍정적인 말투를 사용하면서 긍정적인 일들이 더 많이 생겼다. 나만의 만트라를 통해서 계속해서 행운과 긍정을 불러오기도 했다. 


부정적인 말투로 인해서 고민인 사람이라면, 주위에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말투 때문에 인생이 힘든 사람이라면, 자신의 부정적인 말투를 고치고 싶은 사람이라면, 힘든 일에 처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기꺼이 도움을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말투 때문에 말투 덕분에>를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일본 최고 대화 전문가의 입술 30초로 인생 30년을 바꾸는 말투의 비밀'이라는 문구만큼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책일 것이다. 


"~때문에", "망할 남편 때문에…", "융통성 없는 직장 상사 때문에…"라며 남을 탓하는 말투가 아닌, "~덕분에", "우리 남편 덕분에…", "대리님 덕분에 오늘도 많은 것을 배웠어"등의 긍정적인 말투를 통해 인생을 더 재미있고 능동적으로 살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선택은 언제나 당신의 몫이다. 그리고 책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자신에게 맞는 책인지 서점에서 한 번 읽어보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62146


*이 글은 포레스트북스에서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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