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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Mar 27. 2020

내일의 걱정은 내일에 맡기자

얼마전 겪은 마켓컬리 에피소드, 아이리 <서른이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지금의 나는 이제 곧 서른이 되었거나,
서른을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 말해줄 수 있다.
어른이란 결코 무엇에든 맞설 만큼 강하고
어떤 일이든 끝까지 견딜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걸 말이다. 
(중략)
언젠가 당신도 지금의 나처럼 내일 자신이 몇 살이 될지 걱정하는 대신 
인생의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즐기게 될 것이다.

아이리, <서른이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책을 읽다 보니 최근에 겪은 에피소드가 하나 떠올랐다. 


얼마 전의 일이다. 주문 다음날 새벽, 원하는 먹거리를 문 앞까지 배송해준다는 마켓컬리를 처음 이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트에 가기가 꺼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주문의 민족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마켓컬리' 라는 이름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직접 이용하게 될지는 몰랐다.


마켓컬리를 통해 먹거리를 주문하게 된 이유는 이틀 뒤 집에서 요리할 식재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주문을 완료한 건 밤 11시 24분 정도. 내가 원하는 건 주문한 다음날 새벽에 바로 배송을 받은 뒤에 식재료를 미리 냉장고에 보관해두는 것이었다. 요리하기 전날부터 당일 오후까지는 집을 비우기 때문에 식재료를 미리 받아둬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도착한 먹거리들을 상온에서 12시간 넘게 방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테니까. 


그렇게 주문을 하고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마켓컬리는 밤 11시까지의 주문건만 다음날 새벽 배송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내가 주문한 건은 주문한 당일이 아닌, 그다음 날 주문으로 처리가 되어 이틀 뒤 새벽에 배송이 도착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원래라면 주문 다음날 새벽에 음식들을 받고 냉동실에 넣어둔 뒤에 다른 지역에서 하룻밤을 머물다 집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이랬던 첫 번째 계획은 보기 좋게 무산되었다. 밤 11시 이후에 주문을 해버렸기 때문에, 안내사항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선택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틀 뒤에 그대로 주문한 먹거리를 받거나, 아니면 1:1 문의를 남겨서 배송 시간을 변경하거나, 주문을 취소하는 것. 필요한 식재료들이었기에 주문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식재료가 필요한 날 당일(주문한 날로부터 이틀 뒤)은 집에 오후 3~4시에 도착할 예정이었기에 배송시간 변경 문의를 남겼다. 그러나 새벽 배송의 특성상 시간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역별로 나눠진 배송의 특성상 루트가 순서대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걱정에 걱정이 계속 이어졌다. 마지막 남은 수는 아이스팩을 최대한 많이 채워달라고 요청하는 것! 새벽 배송은 보통 오전 5~7시에 도착한다고 해서, 오후 3~4시까지 소중한 먹거리들이 버틸 수 있도록 아이스팩을 많이 넣어달라고 했다. 1:1 문의를 남긴 뒤에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걱정이 계속되면 다른 일들에 집중할 수 없을 테니까. 


주문한 음식들은 냉동식품들이었는데 토마토 고추장 밀떡볶이, 오븐 닭구이&마크니 카레, 비비고 왕교자, 폭립 등이었다. 아이스팩을 많이 넣어달라고는 했지만, 새벽에 도착한 먹거리들이 과연 오후까지 버텨줄지는 의문이었다. 가뜩이나 그런 걱정을 안고 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또는 예상보다 빠르게). 배송이 오전 3시 36분에 완료되었다고 카톡 알림톡이 온 것이 아닌가? 


알림톡을 보고 도착한 먹거리들을 얼른 냉장고에 넣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냉동식품들이 도착한 날 새벽에서 오후까지는 타지에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애써 걱정하지 않는 척 외면하면서도 계속해서 걱정을 했다. 걱정은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영토를 확장하나 보다. 마음속 불편 공간이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왔다. 이랬던 나를 되돌아보니, 책에서 본 한 단락이 떠오른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에 맡기자. 그러면 오늘은 자연히 여백이 생길 것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여백과 여유를 누리자.
제대로 숨도 쉬기 힘든 시간 속에서 우아하고 조용히 쉴 수 있도록 때때로 자신을 놓아주자.


"내일의 걱정은 내일에 맡기자."라니! 참으로 멋진 말이다. 해당 단락을 보고 "내일의 걱정을 내일에 맡긴다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생각을 했다. 팩트는 이거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걱정들은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하루에 수백, 수천 가지의 걱정을 하더라도, 그것은 상상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아이리 작가의 말처럼 마음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자유롭게 여백과 여유를 누려보도록 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잠깐! 그렇다면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음식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온에서 몇 시간 동안 방치되어 있어서 결국에는 다 녹아버렸을까? 아니면 아이스팩의 도움으로 인해서 새벽 3시 36분에 도착한 냉동식품들이 12시간이 지난 오후 4시에도 차가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을까? 


결론은 이렇다. 오후 4시, 집에 도착하자마자 냉동식품들의 상태를 살펴보니 아주 차가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보자마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이스팩을 처음 만들어낸 발명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수천번 올렸다. 그리고 마켓컬리의 탄탄한 서비스에 감동을 받았다. 1:1 문의에 대한 답변으로는 혹시라도 음식이 상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다시 문의를 남겨달라고 했다. 세심함에 또 한 번 감동... 걱정을 덜어줘서 고마워요 모두들.


"냉동식품이 녹으면 어쩌나...", "배송이 생각보다 너무 일찍 왔는데 상온에서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등의 걱정거리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에 맡겨야 되나 보다. 그랬다면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을 것이다. 지금 당장 걱정되는 일이 있다면 내일로 잠시 미뤄두자. 그 일이 닥쳤을 때 해결해도 늦지 않다. 


걱정 리스트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사람, 내일의 걱정을 내일에 맡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이리 작가의 <서른이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를 추천한다. "언젠가 당신도 지금의 나처럼 내일 자신이 몇 살이 될지 걱정하는 대신 인생의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즐기게 될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걱정 대신에 인생의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재밌을까? 인생엔 옳고 그름이 아니라 시기가 있을 뿐임을 깨달을 때가 있다고 한다. 책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https://bit.ly/2QMIX5M

참고 도서 : 아이리, <서른이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이 글은 포레스트북스에서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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