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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Sep 03. 2020

운전 중 통화는 음주운전과도 같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위험성,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

2009년 <뉴욕타임스> 기자 매트 릭텔은 운전 중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연작 기사 '운전 중 한눈팔기의 위험성'(Driven to Distraction)으로 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그런 식의 운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가 사망 사고 중 16퍼센트를 차지하고, 매년 거의 50만 건에 달하는 부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심지어 가벼운 통화를 하는 것도 전체 집중력의 40퍼센트를 잡아먹는데 놀랍게도 이것은 음주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영향이라고 한다. <원씽, p069~070>

가벼운 통화가 음주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니! 운전 중 문자를 보내거나 통화하는 행위는 사망 사고 중 16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사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년에 일어난 전체 교통사고(21만 6,335건) 중 56.1%(12만 1,322건)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DMB 시청, 내비게이션 조작 등의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때문에 발생했다고 한다. 또한 그 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4,185명) 중 69.1%(2,891명)가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8년이 지난 자료임을 감안하더라도,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운전 중 한눈팔기'에 의한 교통사고(사망사고) 비율이 상당히 높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약 69%가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는 운전을 하면서도 스마트폰의 무수히 많은 알림 들을 받는다. 카카오톡이 왔다는 알림에서부터, 친구의 전화, 연인의 전화, 재난 문자 메시지, 광고전화까지. 최근에만 하더라도 지인의 차를 타고 가다가 알림 때문에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블루투스로 노래를 들으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긴급재난문자 알림 소리가 울린 것이다. 가뜩이나 블루투스 스피커와 연결된 상태라서 재난문자 알림은 엄청난 소음으로 다가왔다. 마치 상대편 축구 선수를 방해하기 위하여 있는 힘껏 부부젤라를 부는 것과 같이 귀가 아플 정도로 울리는 알림 소리에 깜짝 놀라서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운전하는 지인도 화들짝 놀랐다. 크게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운전 중에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소음이 되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은 결국 긴급재난문자 알림의 소리를 차단했다. 

운전 중 흔히 하는 잘못된 습관.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신호등 앞에서 잠시 정차했을 때 잠시 휴대폰을 확인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듣고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바꾸는 경험. 또는 빨간불이라서 신호등 앞에 정차해있다가 신호가 바뀌어서 출발하려는데 앞 차가 계속 멈춰서 출발을 하지 않는 경우를 본 경험. 의외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운전이 습관화된 행동이기에, 일상화된 행동이기에 자연스럽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국내법에 따르면 운전 중이 아니라 자동차가 정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영국에서는 안전한 장소에서 정차해 시동을 끈 뒤에야 비로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내비게이션 어플도 시동을 끄고 사용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운전자가 운전 중 핸드폰을 직접 소지하고만 있어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 운전 중에는 휴대전화를 차량 내부에 장착해야 하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핸즈프리가 아닌 상태로 통화를 하면 벌금이 부괴된다. 앞서 본 것처럼 운전 중 문자를 보내거나 통화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가벼운 통화를 하는 것도 집중력의 40퍼센트를 잡아먹는데, 그 이상의 진지한 대화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려야 하는 통화의 경우에는 위험수치가 더욱 높아진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에 집중할 때 어느 한 가지 작업이 더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거나, 이미 사용 중인 두뇌 통로와 상충될 때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아내가 거실 가구를 새로 바꾸고는 그 모습을 설명해준다고 치자. 이때 당신의 시각피질이 작동하며 그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려고 애쓰게 된다. 그런데 그때 하필 운전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 시각피질에서 충돌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소파와 2인용 안락의자를 상상하다가 당신 바로 앞에서 급정거한 앞차를 보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된다. 한 마디로 한 번에 두 가지 일에 효과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원씽, p67>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위험성은 해외의 연구 결과들로도 증명되고 있다.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팀은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교통사고를 낼 확률이 4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전화를 하며 운전하는 사람은 정상 운전자에 비해 핸들 조작 실수와 차선 위반, 신호위반 등의 안전 수칙 위반을 할 확률이 30배나 높아진다는 독일의 연구결과도 있다. 캐나다에서는 '운전 중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 음주운전과 같은 수준으로 사고 발생률을 높이다'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사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법으로도 금지되어있다. 도로교통법 제49조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1항 10호),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영상표시 금지(11호), 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 중에는 영상표시 장치를 조작하지 아니할 것(11호의 2) 등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꼭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방송 시청 및 핸드폰 조작도 모두 금지하고 있다. 잠깐 카톡 대화방을 확인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행위 모두 위법에 해당된다. 언젠가 택시를 탔는데 드라마를 보며 운전을 하는 기사님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운전을 오래 하셔서 심심해서 그러신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로교통법상 위법 행위라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최근에도 몇 번 봤는데 되게 위험해 보였다. 심지어 커브길을 돌 때도 휴대폰을 보면서 지나가길래 저렇게 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알고 보니 이러한 행동을 하다가 적발되면 범칙금과 벌점을 받는다고 한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적발되면 승합차는 범칙금 7만 원, 승용차는 범칙금 6만 원, 이륜차(오토바이)는 범칙금 4만 원이 부과된다. 벌점은 모두 15점으로 동일하다. 추가로 나온 법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 중에도 휴대전화 사용이 불가능하다. 자전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적발 시 과태료는 3만 원이 부과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까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법이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출처: 한국교통안전공단 네이버 포스트

유럽 국가들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난폭운전으로 간주하고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종신형"까지 내릴 수 있다고 한다. 호주의 경우 휴대폰 사용 적발 카메라를 개발하여 설치할 정도로 단속을 강화했다고 한다. 휴대전화 사용 적발 시에 약 28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일본과 독일의 경우에도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일본은 범칙금을 차종별로 지금 보다 3배가량 높이고, 형사처벌 수위도 대폭 높였다(2019년 기준). 법을 강화한 뒤에는 휴대전화를 조작하다 사고를 내면 행정처분인 '범칙금 대상'에서 제외해 형사 처벌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형사처벌의 경우 기존 5만 엔 이하 벌금에서 10만 엔 이하 벌금 또는 6개월 이하 징역으로 강화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법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행동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점점 깨달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19년 교통문화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빈도(국내)는 전국 기준 35.50%라고 한다. 운전자 10명 중 4명이 운전 중에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여러 요인들과 사례를 통해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를 알았다. 사실 운전 중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잠깐 사용하는 건데 뭐 괜찮겠지", "바쁘니까 확인할 수밖에 없어", "내비게이션을 봐야 하니 어쩔 수 없다"라는 안일한 생각이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wG4TGBe-zs&feature=youtu.be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이렇게 됩니다!(만약 사람이 앞에 있었다면...)

언젠가 한 방송에서 매번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운전하는 사람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방송에서 버젓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운전을 하는 당사자와 함께 동승한 사람이 걱정이 되기도 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그러한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을 본 사람이라면 이제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를 알았을 것이다.


평소 운전을 하며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고는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른다. 긴급재난문자 알림과 같이 사고 전에 미리 문자를 보내주면 좋겠지만, 사고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운전대를 잡았으면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하기를. 나와 가족,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휴대전화는 잠시 멀리하고, 운전에만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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