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 장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는 현재도 진행 중인 하버드 성인 생애 발달 연구가 아닐까 싶다. 연구진은 1938년부터 남성 724명의 신체 건강과 사회 활동 습관을 관찰하고 있다. 현 연구 책임자인 로버트 월딩거는 TEDx 강연에서 말했다. "75년간의 연구에서 얻은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인간관계가 좋으면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게 산다." <초집중, p094>
월딩거의 말을 빌리자면 사회적으로 단절된 사람은 "외롭지 않은 사람보다 덜 행복하고 중년이 되어 더 빨리 건강이 나빠지고 더 빨리 뇌 기능이 감퇴하며 더 일찍 죽는다"라고 한다. 월딩거는 "친구가 몇 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친밀한 관계의 질이에요"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좋은 친구 관계의 조건은 무엇일까? 오하이오대학교의 윌리엄 롤린스 대인 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애틀랜틱> 기자에게 만족스러운 교우 관계에는 "대화할 사람, 의지할 사람, 같이 있으면 재밌는 사람", 이렇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어릴 때는 그런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나지만 성인이 되면 우정을 유지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우리는 졸업 후 각자의 길을 따라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면서 가까운 친구들과 멀리 떨어진다.
멀리 떨어져서 생활하다 보면 어릴 적 아무리 가까웠던 친구도 각자의 가치관, 추구하는 바, 성격 등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우정은 굶어 죽는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정을 굶기는 사이 우리 몸과 마음도 영양실조에 걸린다고 한다. 우정의 자양분이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어떻게 그걸 섭취할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초집중의 저자는 자신과 친구들은 모두 바쁘고 애들도 있지만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모임은 모두 4쌍의 부부가 격주로 나들이 겸 점심시간에 만나 한 가지 질문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부모님께 잘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 한 가지는?"처럼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일 때도 있고 "아이들이 배우기 싫다고 하는 것, 예를 들면 피아노 같은 걸 억지로 가르쳐야 할까?"처럼 현실적인 것일 때도 있다.
주제를 정해놓으면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스포츠나 날씨에 관한 잡담으로 시간을 때우지 않고 정말로 중요한 문제를 두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둘째, 부부 동반으로 모였을 때 흔히 일어나는, 남자와 여자가 따로 모이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오늘의 질문을 통해 모두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2시간 정도 지속되는 모임이 끝날 때면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깨달음을 얻어 돌아간다.
무엇보다도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친밀한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그런 관계를 위해 꼭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모임을 위한 시간을 따로 떼어놓는 게 모임에 참여하는 비결이다. 우정을 위해 무엇을 하든 미리 일정표에 시간을 확보해놓아야 한다.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그저 즐겁기만 한 게 아니다. 그 시간은 미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투자기도 하다. 소중한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리 약속을 잡아두고, 시간을 확보해두는 일이 선행되어야 함을 잊지 말자. 친구는 시간이 있을 때 만나는 것이 아닌, 시간을 만들어서, 의식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참고 도서: 초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