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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Dec 30. 2020

야식 먹는 습관을 고친 사람의 숨겨진 비결

글을 써야 하는데, 일을 해야 하는데 계속 딴짓이 하고 싶어 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타임>이 '위대한 미국 소설가'로 명명한 조너선 프랜즌도 우리처럼 딴짓의 유혹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가 우리와 다른 점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격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0년 <타임> 기사에서 발췌한 글을 살펴보자.

그가 쓰는 육중한 구형 델 노트북에는 운영체제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하트와 솔리테르 게임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로는 진지한 소설을 쓸 수 없다고 믿는 프랜즌은 델의 무선 인터넷 카드를 제거한 것은 물론 유선 인터넷 포트도 다시는 못 쓰게 막아버렸다. "초강력 접착제를 바른 인터넷 선을 끼우고 그 대가리를 잘라버리면 됩니다." <초집중, p170>

이는 환경설정의 힘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활용한 예시다. 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극단적인 상황에는 극단적인 수단이 필요한 법이다. 프레즌만 그런 게 아니다. 유명한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각본을 쓸 때 절대로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고 손으로 노트에 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줌파 라히리도 종이에 펜으로 원고를 쓴 다음 인터넷이 안 되는 컴퓨터로 타이핑한다.


이 창작의 귀재들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딴짓만 몰아내면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옭아맬 필요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부 계기를 지배하고 본짓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고 외부 계기를 역해킹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면 마지막 단계는 딴짓의 나락으로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충동을 이기기 위해 미래의 선택을 차단하는, '사전 조치'라는 강력한 기법을 배워야 한다.


사전 조치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맑은 정신일 때 확실히 의사를 밝혀 차후 최선에 위배되는 행동을 할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 조치는 딴짓을 반격할 때도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전 조치의 대표적인 예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노력 계약으로 딴짓을 방지하는 사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발명가 데이비드 크리펜도프와 라이언 쳉은 야식 먹는 습관을 고칠 방안을 고심했다. 그 결과 케이세이프라는, 뚜껑에 타이머와 잠금장치가 달린 플라스틱 통이 탄생했다. 자꾸 손이 가는 간식(예를 들면 스윙칩)을 그 통에 넣고 타이머를 맞추면 시간이 다 될 때까지 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물론 망치로 때려 부수거나 나가서 간식을 사 와도 되긴 하지만 그 고생을 하느니 차라리 안 먹고 만다. 크리펜도프와 쳉은 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투자 리얼리티쇼 <샤크 탱크>에서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케이세이프는 아마존에서 5점 만점 후기가 500건이 넘는다.


케이세이프는 사전 조치의 좋은 예다. 특히 노력 계약의 실효성을 잘 보여준다. 노력 계약이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노력의 분량을 증가시키는 사전 조치다. 이를 통해 초집중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노력 계약은 원치 않는 행동을 하기 어렵게 해 딴짓을 방지한다. <초집중, p176>

요즘은 디지털 기기와 노력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PC나 노트북을 사용할 때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처럼 딴짓을 하게 만드는 각종 웹사이트와 메일함의 접속을 차단하는 셀프컨트롤 앱을 작동할 수 있다. 차단 시간은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으며 보통 45분~1시간 단위로 사용한다. 좀 더 발전된 형태인 프리덤이라는 앱은 컴퓨터뿐 아니라 휴대 기기에서도 딴짓 유발원을 차단한다.

포레스트 애플리케이션

이러한 노력 계약을 도와주는 어플의 대표적인 예는 <포레스트>앱이 있다. 포레스트 앱을 실행하여 시작 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새싹이 표시되고 타이머가 작동한다. 타이머가 종료되기 전에 다른 작업으로 전환하려 하면 가상의 나무가 죽는다. 그 작은 나무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앱을 빠져나가려던 마음이 쏙 들어간다. 자신과 맺은 계약을 상기시키는 시간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함께 심기 모드'를 사용하면 사회적 압력이 강화되어 더더욱 계약을 파기할 수 없게 된다. 한 사람의 나무가 시들면 모든 사람의 나무가 시들게 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노력 계약을 맺으면 지금 해야 할 일을 포기할 확률이 낮아진다. 친구나 동료와 계약을 맺든 포레스트, 셀프컨트롤, 포커스메이트, 케이세이프 같은 도구를 사용하든 노력 계약은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딴짓을 방지하는 수단이 된다. 본짓을 해야 하는데 딴짓에 너무 빠지는 생활을 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노력 계약'을 통해 딴짓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의지력보다 중요한 건 환경설정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두자.


참고 도서: 초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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