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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Jan 11. 2021

"요즘 애플은 혁신이 없다"라는 말의 진실

팀 쿡은 Apple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일취월장>

우리가 가장 어이없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요즘 애플은 혁신이 없다"라는 말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혁신은 단순히 놀라운 제품을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소비자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경영 프로세스 전반에 '혁신'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만약 어떤 회사가 적은 자원으로 최고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면 그 회사는 경영 전반에 지속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바로 애플이 그러하다.


우리는 아이폰 같은 센세이셔널한 신제품이 이제 잘 안 나온다는 실망감보다, 도대체 애플은 어떻나 회사이기에 주력인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은 15퍼센트도 안 되면서 영업이익 점유율(수익 점유율)은 80퍼센트 이상 가져가는지 매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1분기 기준으로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가 만들어낸 영업이익 중 무려 83.4퍼센트를 가져갔다. 시장 점유율 2위인 삼성은 12.9퍼센트이다. 애플과 삼성을 합하면 영업이익 점유율은 96퍼센트가 넘는다. 그리고 이런 경쟁력은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이게 혁신이 아니면 무엇이 혁신이겠는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5퍼센트도 안되면서 영업이익 점유율은 80퍼센트 이상이라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수치다. 영업이익이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빼고 얻은 매출 총이익에서 다시 일반 관리비와 판매비를 뺀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순수하게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순수익)을 의미한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점유율이 상당히 높다는 건 아이폰의 순수익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아닐까.


사업에서 순수익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시장 점유율이 높다고 할지라도 매출만 높고 순수익이 낮으면 자본이 많은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 시장 점유율이 40퍼센트인데, 영업이익이 -10%라고 가정해보자. 해당 시장의 시장 점유율 1위로 매출 5,000억 원을 유지하고 있으면 성공으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영업이익 -10%이다. 매출액(5,000억 원)에서 매출원가와 각종 관리비 및 판매비를 제외하면 -500억 원의 손해가 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매번 반복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그렇다면 애플이 지금처럼 영업이익이 좋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도 처음부터 영업이익이 좋았던 건 아니다. 애플은 1995년부터 매출 증가세가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그 해에 완제품 재고만 11억 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즉, 적자라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6억 달러의 재고를 해결하면서 고전분투를 했지만 SCM이 정말 난해한 분야임을 깨닫게 된다. SCM 분야에 대대적인 혁신이 있지 않고는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은 불가능함을 깨닫고 1998년에 컴팩에서 SCM 운영을 맡고 있었던 팀 쿡을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하게 된다.

애플 CEO 팀 쿡

팀 쿡은 애플에 들어오자마자 SCM을 과감히 손대기 시작한다. 팀 쿡은 자식의 노하우를 활용해 애플의 창고에 쌓여 있던 재고를 70일 수준에서 30일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또한 애플이 생산하던 제품 절반을 아웃 소싱해 물류센터 10개를 폐쇄할 수 있게 했다. 납품업체 수도 기존의 100개에서 24개로 줄이면서 관리의 효율화를 구축했는데 팀 쿡의 이러한 노력은 비용 절감을 가져와 1998년도에 애플은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


지금까지 애플은 그 어려운 공급망 시스템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1998년 이후부터는 매출액 대비 재고 보유 비율을 1퍼센트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12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애플의 재고회전율은 74.1(재고 보유량 약 5일)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SCM을 자랑하는 델(35.6, 약 10일)과 삼성전자(17.1 약 21일) 마저 월등히 따돌렸다. 애플이 2017년 기준, 세계 최고가 된 데에는 단순히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제품에만 있지 않다. 기업 운영에 있어 가장 난해한 시스템 관리를 최고 수준으로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를 볼 때 애플의 영업이익이 상당히 높아진 데는 팀 쿡의 공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몰랐다. 스티브 잡스의 뒤를 '팀 쿡'이라는 사람이 이어받는 것을 보고 그가 누구인지 조금 궁금했을 뿐이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를 접해보니 그가 애플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애플의 주가가 높은 이유는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갈아치우면서 급성장한 덕분이라고 한다. 영업이익이 높다는 건 돈을 잘 번다는 의미와도 같다. 만약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애플의 사례를 분석하고 배워서 영업이익을 높이는 데 투자해보는 건 어떨까. 지금 하는 일의 '매출'은 알지만, '순수익'을 모른다면 한 번쯤 되돌아보고 계획을 수정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참고 도서: 일취월장

이미지 출처: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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