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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Oct 29. 2019

소중한 친구에게 결혼식 축사를 한다는 것

축사를 적으려니 눈 앞이 캄캄했다


2019년 9월 7일 토요일


내 인생에서 소중한 날들 중 하나인 이 날은 제일 친한 친구 원이 결혼식을 올린 날이다. 결혼한다는 말을 몇 달 전부터 들어왔고 청첩장도 받기는 했지만 막상 결혼식 날이 다가오니 기분이 남달랐다. 드디어 원이 결혼을 하다니! 여러 지인들의 결혼식을 가보기는 했지만 제일 친한 친구의 결혼식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친구 원이 축사를 부탁했기에 이번 결혼식이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사실 살면서 축사라는 것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공모전이나 PPT 발표 같은 것은 해봤지만 누군가를 축하하기 위해서 축하의 인사말을 건네는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의미 있는 자리인 결혼식에서 말이다. 일단은 흔쾌히 원의 말을 받아들였지만 막상 축사를 쓰려니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앞이 캄캄했다.


축사는 또 다른 제일 친한 친구(이하 핵짱친[핵 짱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진과 함께 하기로 했다. 보통 축사는 한 명만 올라가서 하는 것이 정석이라서 누가 할지 고민을 했는데, 핵짱친 두 명이 함께하는 축사가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서 나와 진 둘 다 참여하기로 했다.



축사를 적으려니 눈 앞이 캄캄했다

나와 진은 원의 결혼식 일주일 전부터 매일 이야기를 나누며 축사 준비를 시작했다. 살고 있는 곳이 달랐기에 일주일 중 이틀 정도만 만나서 축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각자 하는 일도 있었기에 일과를 마무리한 뒤 밤이 되어서야 카카오톡이나 전화를 통해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우선은 각자 하고 싶은 말을 따로 적어보기로 했다.


진과 만났을 때는 원의 결혼식 축사에 어떤 내용이 담기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원과는 고1 때부터 친구였기에 함께 쌓아온 추억들이 많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정말 소중한 친구, 정말 짱 친한 친구들이었기에 언젠가부터 <핵짱친>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인생의 찬란한 학창 시절을 함께 보냈으며, 언젠가의 우리는 부산에서, 청주에서, 제주도에서 함께 살아보기도 했다. 그만큼 함께한 추억들이 많았다.


그러한 우리였지만 막상 축사를 적으려니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와 진은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적어보기로 했다. 일단 적어보기는 했는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유튜브로 결혼식 축사와 관련된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친구 결혼식 축사'에 대해서 검색해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봤다.


하지만 진은 이러한 행동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핵짱친인 우리의 이야기를 축사에 담는 것이 좋을 텐데 다른 사람의 축사를 보고 따라 하거나 참고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가 축사를 써본 적도 없으며 다른 사람의 영상을 보고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지를 알고 싶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는 모방을 통해서 어느 정도 영감을 얻어서 우리의 생각과 합치고 싶었기에. 그렇게 진과의 첫 준비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새벽 3시 5분의 기적

그렇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바쁜 일과를 보냈다. 그러면서 각자 다시 생각하고 축사를 써보고 서로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원의 결혼식 하루 전날이 되었다. 결혼식 전날에는 원의 집 주변에 숙소를 잡아서 원과 와이프 분과 함께 저녁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런 뒤 진과 나는 숙소로 돌아와서 결혼식 축사를 계속 수정하고 연습도 해보고를 반복했다. 그러나, 결혼식 당일의 새벽이 되었음에도 만족할만한 축사가 나오지 않았다. 물론 축사 완성본을 만들어 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원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친구였기에 완성본이 나왔더라도 지금보다 더 좋은 말을, 더 의미 있는 말을 전달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3분이어서 2명이 말하기에는 다소 짧은 시간으로 느껴졌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핵심만 남기고 시간에 맞춰서 점점 줄여나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나와 진은 신기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새벽 3시 5분에 축사를 완전히 새롭게 쓰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정말 마음에 드는 내용으로 말이다! 어떻게 각자가 동시에 새로운 내용으로 축사를 썼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축사를 완성한 그 순간 서로의 축사를 들어보고


"그래, 이거다!", "이걸로 가면 되겠다!"


라는 말을 서로에게 건네주면서 얼른 잠들기로 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서로 소리를 지르기는 했지만 이 순간을 더 즐기기에는 몸이 너무 피곤했다. 내일 결혼식에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했기에 얼른 잠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의 축사는 새벽 3시 5분의 기적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원의 결혼식 당일에 결혼식 축사를 잘 전해줄 수 있었다. 주례 없는 결혼식이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축사가 오갔다. 그중 한 명이 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렇게 소중한 친구 원의 결혼식은 아름답게 잘 마무리되었다. 영상으로도 남겨뒀는데 그 순간의 감동은 오래오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핵짱친이자 소중한 친구 원의 결혼식 축사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진과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결혼식 당일 새벽까지 계속해서 축사를 수정하고 갈아엎기도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아예 새롭게 축사를 쓰고. 결혼식 당일에는 너무 긴장돼서 축사를 하면서 덜덜 떨기도 하는 등. 이러한 과정들이 있었기에 원의 결혼식은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원이 결혼한지도 벌써 2달이 다되어간다. 원은 현재 결혼생활에 잘 적응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사실 원이 결혼한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당사자는 정말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 같았다. 며칠 전 이야기를 나눠보니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 보였고. 언젠가 핵짱친 모두가 결혼한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또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질지 너무 기대된다.


원아! 2달이 지났지만 지금도 결혼한 거 너무 축하해!
앞으로의 인생에도 행복이 가득하기를!



브런치 작가 소통방입니다.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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