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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on A Dec 04. 2020

고통(2009) - 파트리스 셰로

2009년 BIFF에서

 너무나 자유로워서 정착하지 못하는 남자 다니엘은 자유로움의 끝에 자리 잡은 쓸쓸한 고독을 알기에 사랑하는 그녀가 그의 생활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괴로워한다. 또 생활과 일상이라는 삶의 고독에 무던히 정착해 살아가는 그녀 소니아는 그렇기에 그녀의 연인 다니엘에게 늘 무덤덤한 모습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격렬하고 넘칠 수 있는 감정들을 절제한다. 서로가 너무나 필요하지만 서로에게 내어주지 못하는 그들의 깊은 내면은 관계가 지속될수록 그들에게 고통일 뿐이다. 이러한 감정의 결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픔을 감수하고 안을 수밖에 없는 어느 짐승의 가시처럼 손으로 잡힐 듯하다. 까칠하지만 사랑스러울 수밖에 또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남자와 너무나 차분하고 냉정한 한 여자의 그 사랑이 서로의 깊은 곳으로부터 아픔과 상처로 드러나는 것을 그들 스스로는 견뎌 낼 수가 없다.

 

 영화는 다소 충격적인 감정의 역전과 고통의 순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 이 연인들이 사랑하므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깊은 내면의 고통을 화면을 통해 인간의 모든 감각이 느낄 수 있을 만큼 섬세히 그려낸다. 아무리 서로 사랑을 하더라도 그 사랑에 의해 생겨난 상처를 안아야만 한다면 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들은 유한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것이 사랑이 주는 관계의 본질이 아닐까. 사랑이란 이름이 여러 감정들 중에 표면으로 드러나면 서로를 구속하거나 요구의 높이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간의 감정 속에 그러한 소유의 욕구가 생기기 시작하는 순간 그것은 종이의 양면처럼 무언가를 배제해야 하는 고통의 순간이 운명처럼 따라온다. 다니엘의 결이 살아있는 고통은 바로 그의 자유로움이 가져다준 운명일 것이다.


**아침 댓바람 1회에 이 영화를 보고 그날 영화 다 접을 뻔했다. 보고 나면 간절히 음주를 부르는 영화였다. 영화 보고 나와서 지인들에게 문자를 때리니 다들 남은 영화나 보라고.... 이런 매정한 인간들. 로맹 뒤라스와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연기에 넋을 놓고 영화를 보는 내내 같이 고통을 부여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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