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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on A Jan 14. 2021

Take a look at me now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1 (2012)

[Take a look at me now] - Phil Collins


         어릴 때 한 참 팝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솔직히 팝 이라기보다는 영화 음악을 정말 좋아했고 그래서 라디오에서 하던 영화음악을 열심히 들었었다. 뭐 라디오 키드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영화 음악만큼은 정말 열심히 들었었는데 보통 내가 알고 있는 시네필이라 자부하는 사람들은 응당 라디오 프로그램을 말할 때 고 정은임 씨가 진행하던 영화음악을 얘기한다. 이 방송에 정성일 선생님도 나오셨고 ‘이 영화음악을 듣지 않았다면 영화에 대해서 애기를 꺼내지도 말라.’라고 하는 사람도 봤다. 그렇다면 나는 영화 얘기하면 안 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들은 영화 음악은 내가 아주아주 어릴 때 오후 9시부터 10까지 하던 임국희 씨가 하시던 영화 음악이 거의 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결해서 다른 방송사의 김세원 씨 그리고 동시통역사이기도 했던 정유경 씨(맞나? 가물가물)의 영화음악 프로그램을 들었던 것이 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 정은임 씨 방송이 내가 알기로는 새벽 1신가 2신가에 진행됐던 것이라 물리적으로도 듣기 참 힘들었다.


 쓸데없는 서두가 길었다. 어릴 때 영화 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 나의 추억을 자극하는 올드 팝은 주로 영화에 삽입된 곡들이 많다. Almost paradise, Holding out for a hero <풋 루즈>(1984)라든가 Nowhere fast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1984) Separate Lives, Say you say me <백야>(1985) 등등 이다. Phil Collins는 어릴 때 진짜 좋아했었는데 아마도 이 노래는 임국희의 영화음악에서 이 노래 take a look at me now를 처음 듣고 Phil Collins를 엄청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던 시기가 Phil의 One more night, Sussudio 등이 한참 유행할 때라 이 노래는 영화 음악이 아니고서는 들을 수가 없었다.


[Take a look at me now] - Phil Collins

https://youtu.be/ZT97HNm935Y  


 이 노래는 <Against all odds>라는 1984년에 나온 영화에 삽입된 곡인데 그런데 우리나라 개봉 당시 영화 제목이 참 구리게도 <어게인스트>였다. 그리고 분명 빨간색이 둘러쳐진 영화였다. (헤~~) 참으로 순진하게도 보려면 볼 수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를 대입을 치르고 어느 정도 어른들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쯤 비디오로 봤다.(정말이다. 나 엄청 소심했다.) 쫌 야하고 미스터리에 모험물 같기도 하고 뭐 아주 재밌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때 당시 나온 영화들이 뭐 <로맨싱 스톤>(1984) 같은 모험과 액션 그리고 아주 약간 야한 뭐 이런 것들이 꽤 유행했던 시기였다. <레이더스>(1981)의 영향인 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연도를 생각해보면 이 영화도 그런 류의 영화였던 것 같다. 나중에 IMDB를 뒤져 봤는데 주연이 제프 브리지스였고 제임스 우즈 심지어 리처드 위드마크도 나왔다. 속된 말로 캐스팅이 빵빵하다. 게다가 감독이 테일러 핵포드다. 그런데 기억 안 난다. 그래서 다시 봤다. 그런데 엄청 재미가 없어서 난감했다. 테일러 핵포드의 영화는 어지간하면 다 재미있었는데.


 이 노래가 생각이 난 이유는 나름 재밌게 본 <드라이브>(2011)와 <리얼 스틸>(2011) 때문이었다. 특히 <드라이브>는 일렉트로니카를 입힌 현대를 가장한 80년대 영화였다.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은 영화 초반에 계속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나오고 (오오 위대하신 주윤발 옹) 그것을 버리니 갑자기 급 우울 잔인한 80년대 홍콩 누아르 분위기로 전환되는데 안 그래도 영화 속에서 80년대 영화 만들던 애기가 나오기도 하고 아마도 감독은 80년대 누아르의 덕후이신 듯하다. 뭐 <리얼 스틸>도 보면서 딱 떠오른 영화는 실베스타 스탤론이 주연한 <오버 더 탑>(1987)이었다. 영화 속 꼬마는 너무 귀엽고 역시 80년대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였다. 그리고 거기에 현대를 입히는 방식은 에미넴을 비롯한 음악이었다. (씨스리피오와 알투를 닮은 로봇의 이름이 아톰이라니 이건 너무 노골적이잖아.) 어쨌든 80년대의 향수에 빠지다 보니 이 노래가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는 Phil Collins의 또 다른 역작은 단연 Another days in paradise라고 생각하는데 91년 그래미상 수상식에서 모르는 클래식 가수 같은데 Phil이 피아노를 치고 두 사람이 듀엣을 하는데 정말 소름 돋게 멋있었다. 이 영상을 찾긴 했는데 화질 음질이 다 너무 안 좋다. 너무 오래돼서 그런가 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음악을 담을 쌓고 살았나 보다. 그 이후의 Phil Collins의 음악은 애니메이션 <타잔>(1999)에 나온 You'll be in my heart 만 기억이 난다.


[Another days in paradise]

https://youtu.be/Qt2mbGP6vFI


[You'll be in my heart]

https://youtu.be/w0ZHlp6atUQ


 유튜브를 통해 Phil의 라이브 공연을 보면 이젠 연로해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전히 공연은 끝내주지만 나이라는 건 가슴 아프다. 뭐 나도 늙었다. 현재의 음악들이 세련되고 좋아도 나는 과거를 헤매서 다시 예전의 추억 속으로 본능적으로 가버린다. 왜 자꾸 결론은 추억으로만 향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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