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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on A Jan 14. 2021

기억하는 한 내가 극장서 처음 본 영화

지극히 개인 적인 이야기 #2(2012)

We May Never Love Like This Again - Maureen McGovern


 요즘 한창 하고 있는 어떤 영화 광고를 보면 저게 분명 원작 있는 영화인 거 같은데 그것도 광고의 수단인지 전혀 언급을 하지 않는다. 저작권 같은 건 상관이 없는지 요즘은 이런 영화들이 간간히 보인다.


 Towering Inferno(1974), 이 영화는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는 게 내가 태어나서 처음 극장에 아버지랑 작은오빠 손잡고 가서 얼을 빼고 본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 같은 겨울이라던가 어디 화재가 크게 나거나 하면 늘 TV에서 어김없이 해 주던 영화다. 정말 얼마나 많이 봤냐면 일단 손가락 개수는 애저녁에 지났고 어제 유튜브를 검색하다 보니 이 영화가 올라와 있어서 오래간만에 봤는데 대사들이 간간히 기억이 날 정도다. 성우들의 목소리도 기억이 나고 심지어 꼬마가 지나가면서 하는 대사도 기억이 났다. 요즘의 기억은 10년 전 20년 전은 또렸해도 어제 일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게 뭔)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포스터를 보다 보니 문득 이 영화의 주제가가 생각났다. 주제가를 부른 Maureen McGovern은 이 노래보다는 1972년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주제가 Morning After가 더 유명하고 또 A love until the end of time 이 유명하다. 이 노래 We May Never Love Like This Again을 유튜브에서 찾았다. 목소리가 참 좋다. 


We May Never Love Like This Again

https://youtu.be/m3 FGVFAgY_I


 우리나라 제목으로는 <타워링>이라는 이름으로 개봉이 됐었고 배우는 정말 미치게 쟁쟁하다. 주인공인 폴 뉴먼, 스티브 맥퀸을 위시해서 페이 더너웨이, 프레드 아스테어, 제니퍼 존스, 윌리엄 홀댄 등등 지금 봐도 캐스팅은 장난이 아니다. 영화 내용도 그러고 보면 이 영화가 우리나라 대연각 호텔 화제가 모티브가 되었고 참 쪽팔리는 애기라고 꽤나 알려졌었다.(*그런데 대한민국의 걸출한 화재사건들이 모티브였다는 것은 팩트가 아니라는 사실을 몇 년 전에 알았다. 그냥 소설이 원작이고 더 재밌는 이야기는 서로 다른 영화사 두 군데서 이 영화가 만들어지다가 영화가 합쳐지면서 폴 뉴먼과 스티브 맥퀸이 서로의 이름의 위치 때문에 엄청 싸웠다는(?) 이야기를 알게 됐다. 영화가 시작되고 배우의 이름이 화면에 뜨는데 두 사람 이름의 위치가 묘하다. 나중에 사실을 알고는 웃겼는데 보통은 이름이 두 개가 뜨면 나란히 뜨고 왼쪽이 먼저 나오니 주인공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그래서 서로 주인공이란 자존심으로 스티브 맥퀸의 이름은 왼쪽이지만 쫌 아래 폴 뉴먼의 이름은 오른쪽이지만 쫌 위에 있다. 살짝 웃긴다. 여기저기 검색해보면 잘 나와있다. 꽤 유명한 애기인 듯.)  

 

 개발과 발전 그리고 거기에 필연처럼 따라오는 탐욕의 대가가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영화는 잘 보여준다. 각 인물들의 캐릭터도 좋았고 극한에 몰린 인간들의 반응에 대한 통찰도 좋았고 많은 죽음이 있는데 가만 보면 이 참사에 대해서 누가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일방적으로 죽음을 통해 보여주는 듯하다. 일단 책임자로 단죄받아야 할 건물의 사장인 윌리엄 홀 댄과 폴 뉴먼은 살아남는다. 물론 탐욕의 선두에 섰던 사장의 사위는 혼자만 살려다 죽고 그걸 말리는 상원의원도 죽는다. 물론 이 상원의원은 영화 초반에 사장인 윌리엄 홀댄에게서 의미 있는 선물을 받는다. 그리고 사람들을 구하던 시장도 결국 익사하고. 사회의 불의에 눈을 감았더니 그것은 죽음으로 되돌아온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사회의 힘 있는 인간들을 사고로 다 죽이고 그 힘을 이용해 회생할 수 없도록 책임을 져야 할 인간들은 살려 놓는다. 뭐 단죄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마도 보험회사만 죽어나겠지. 아니 죽은 사람만 억울할테고. 지금 보면 아니 그때나 지금이나 뭐 쫌 거슬리는 것들이 분명 있지만 정말 잘 만든 오락영화다. 어떤 재난영화가 이만큼 재밌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 영화 <포세이돈 어드밴처>의 주제가는 유튜브에서 보기가 쫌 그랬다. 뭐 이유는 알 수 있겠지. 아마도 이 영화나 2006년에 리메이크된 <포세이돈>이나 영원히 제대로 볼 수가 없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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