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리는 엄마가 할게, 읽어주기만 하렴 :)
곧 넓은 집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어 다행스럽다 여겨질 정도로, 우리 집에는 책이 엄청나게 많다. 아이들 책은 물론이고 내가 보는 책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거실 두 면을 책장이 남는 공간 없이 가득 메우고 있다. 작은 방 하나는 창문과 출입문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 모두 책장이다. 천장까지 높은 책장들은 책들로 빈 공간 없이 가득 차 있다. 가끔 집에 들르는 친정 부모님은 집 현관부터 책 때문에 정리가 안 되는 집안 상태를 보고 머리부터 절레절레 흔드신다. 이런 집에 살고 있는 나나 아이들은 이미 적응한 탓인지 불편할 게 없는데, 딱 하나 불만인 것은 책을 보고 바로바로 책장에 꽂아두지 않아 가끔 책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영어나 수학, 과학 같은 보습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대부분 EBS 강의를 보고 공부하는데 EBS 강의와 교재로 공부해도 충분하다. 그렇게 EBS나 홈스쿨링으로 절감한 비용은 다 책을 사는 데 쓰인다.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양한 종수의 학습만화, 동화책, 각종 어린이 사회과학 서적, 어린이 잡지 들이 책장에서 아이들을 기다린다. 늘 아이의 취향에 맞는 책으로 책장을 풍성하게 꾸려준 덕분인지 우리 아이들은 TV나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늘 책을 본다. 또 대기 시간이 긴 병원에 가서 진료 볼 때나 차를 오래 타고 외부로 나가야할 때 늘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한두 권 챙겨 나간다. 그야말로 수불석권하는 아이들이다. 길에서나 병원 대기실에서나 스마트폰에 품 빠져 있는 다른 아이들을 볼 때면 우리 아이들이 책을 좋아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마음도 잠시, 책으로 엉망인 집을 보면 너무 화가 나서 책 좀 치우라고 아이들을 다그치고 혼내기도 한다. 그러다 엉망인 채로 꽂힌 책장을 발견하고 궁시렁거리며 다시 정리하는데 왜 아이들이 책 정리하는 게 어려웠는지 너무 잘 알겠는 거다. 책장의 공간에 비해 책이 너무 많아! 아이들의 힘으로 책을 꽂기엔 책장의 공간이 부족해 너무 뻑뻑해서 잘 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넓은 집으로 이사 가면 책장 공간을 조금 여유롭게 짜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땐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잘 알려주어야지! 당분간 책 정리는 엄마가 할게. 책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