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라는 세계 #1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by 김율리아

언젠가 유행처럼 돌던 표현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니 그냥 들으면 맞는 말인가 싶다가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한 말이다. 회사에서든 학교에서든 힘들거나 지치면 다른 방법을 찾거나 쉬어도 되는 것 아닌가?

모든 직장인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직업을 가진 교사의 체력은 아이들을 향한 리액션에 담긴 영혼의 정도로 파악할 수 있다. 주말에 푹 쉬고 월요일 아침 교실 창문을 열며 환기를 시작하는 느낌은 이루말할 수 없이 상쾌하고 아이들에게 괜히 질문 하나라도 더 던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목요일, 금요일로 갈수록 아이들의 말에 대한 리액션에는 영혼이 빠져나간다.


"선생님 있잖아요, 제가 어제 OO이랑 커플템을 맞췄다요?"

"오~ 그래?"(이어지는 말을 할 힘이 없다.)


점차 사라지는 영혼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다들 비슷한가보다. 말할 힘조차 없을 때는 말없이 손으로 따봉을 날릴 때도 있다는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한참 웃었다.


어느덧 사회 생활 7년차. 중견 교사라고도 불릴 수 있는 경력을 가진 내게 중.꺾.마.를 되새기게 해 준 학생이 있다. 개학 첫날부터 우렁하게 큰 목소리로 아이들 모두와 나를 놀라게 한 아이가 있었다. (편하게 그 아이의 이름을 철수라고 하겠다.) 1학기 초반에는 철수의 대답하거나 리액션하는 목소리가 지나치게 클 때가 많아 설명을 하는 내 목소리가 묻혀 혼낸 적이 많았다.

그러다 문득 비록 철수의 목소리가 클지라도 수업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나의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철수의 정답률이 30퍼센트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

(수학 식에서 풀이를 하는 수업 중)

"팔 삼의?"

"이십삼!"

(주변 아이들이 잉?하는 소리를 낸다.)

"아아 맞아! 이십사!!!"


#2

"분모가 다른 분수의 덧셈을 할 때는 무엇부터 해야한다고 했죠?"

"약분!"

(주변 아이들이 웅성거린다.)

"아아 맞다! 통분!!!!"


자기가 말한 정답이 매번 틀리는 것을 알면서도, 주변 친구들의 의아해하는 반응을 들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철수. 본인이 대답해놓고도 틀렸다는 사실을 약 5초 뒤에 인지하고 대답을 정정하기까지 한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가끔은 빵~하고 웃음이 터지곤 한다. 어떻게 저렇게 많이 틀리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일 수가 있을까? 철수에게는 꺾이지 않는 마음의 심지가 단단한 것 같다. 나는 그 마음이 대단하면서도 부럽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나도 어린 아이 때는 이것 저것 재고, 따지지 않고 당당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나 자신을 표현했던 것 같다. 명절 날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남행열차'를 열창했던 것,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 여자아이들과 배꼽티를 입고 치어리더 춤을 췄던 것 등. 지금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법한 행동들을 많이 했었다.

철수처럼 불굴의 의지로 꺾이지 않는 마음을 어른이 될 때까지 가져갈 수는 없을까? 철수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그 누구도 모르겠지만 5학년, 열두 살 철수가 그 마음을 최대한 오랫 동안 간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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