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라는 세계 #2 아직은 작은 세상

방울토마토 열매가 열리는 꿈

by 김율리아

나에게 있어서 꿈을 꾼다는 것은 내 삶의 일부이자 나의 일상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 꿈을 자주 꾸는 나는 정말 다양한 꿈을 꾼다. 인터넷에 내가 꾼 꿈의 해몽을 찾아보려해도 내 꿈에 대한 해몽은 나올지 않을 정도다. 특히 피곤하거나 몸이 힘을 때 꿈을 꿀 확률은 90퍼센트인데 어제도 마찬가지로 집에서 근력 운동을 조금 했더니 몸이 나의 피로를 알아차리고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의 내용은 말하기도 이상한 내용이다.


대학 시절 나의 룸메이트와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고 있는데, 버스가 엄청난 물웅덩이를 밟아 버스가 물로 가득차서 나와 룸메이트 빼고 다들 실종이 되었다. 물과 함께 짐이 다 사라져 그 짐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다가 무슨 쇼핑몰에서 잃어버린 옷을 대체할 옷을 사다가 갑자기 장소를 뛰어넘어 이상한 워터파크에 도착해 어떤 아저씨와 함께 줄을 서 있다 잠에서 깨버렸다.


언젠가는 나의 뒤죽박죽이지만 특이한 꿈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침대 머리맡에 노트를 두고 잔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기록하려하니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물을 마시는 순가 갑자기 꿈의 내용을 잊어버린 적이 많아 포기했다. 이처럼 꿈에 관심이 많은 내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꿈에서는 자신이 이미 경험하거나 어디서 간접적으로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만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도 안되는 나의 꿈들은 내가 넷플릭스에서 보고, 책에서 읽고, 뉴스에서 봤던 내용들이 마구 섞여 조합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상한 꿈은 다 나 때문이었던 거라니 충격적이다.



평소처럼 아침에 교실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아 수업 자료를 준비하는 어느 날이었다. 매번 일찍 등교를 하는 한 여자 아이가 말했다.(편하게 이 아이를 지수라고 하겠다.)


"선생님, 저 어제 방울토마토에 열매가 달리는 꿈을 꿨어요!"


자칭 꿈 전문가로서 나는 자동으로 그 아이의 꿈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교실에서 세 달째 방울토마토를 기르고 있으니 방울토마토가 관심사인 건 당연하겠군. 그런데 방울토마토 열매가 달린 꿈을 꾼 구체적인 이유는 뭘까?'


나는 그 지수의 방울토마토 화분 앞으로 걸어갔다. 높이는 지수의 키만큼 자랐는데, 열매가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 그동안 몇몇 아이들이 열매를 수확해 먹었던 적이 있었던 것인데 지수는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퍼즐이 맞춰진다. 지난번에 지수가 왜 자기 방울토마토만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났다. 지수가 얼마나 방울토마토에 관심을 쏟고 있으면 그런 꿈까지 꿀까 마음이 살짝 아팠다. 물론 지수는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지수의 꿈 이야기 분석을 완료하고 나니 지수의 세상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내다보면 주로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으로 그 아이를 파악한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이해해보려고 해도 아이들과 점점 나이 차가 벌어질수록 아이들과 같은 나이였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흐릿해진다. 어른의 세상에서 아이들의 세상을 이해하려했던 내 모습이 지수의 꿈 이야기로 선명해졌다.


교실이라는 세상이 아직 아이들에게는 세상의 전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방울토마토 열매가 열리는 꿈을 꾸는 세상을 가진 지수의 모습이 참 예쁘고 소중해 지켜주고 싶다. 나의 열 두 살은 어땠을까, 오늘 집에 가서 초등학교 일기장을 꺼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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