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카가 플라워파크에 도착한 우리는 서둘러 입장권을 구매했다. 1인당 1,900엔이었다. 이곳은 등나무 꽃의 개화시기와 낮과 밤 시간에 따라 입장료가 달라진다.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적은 계절엔 입장료가 몇 백 엔에 불과하다.
그윽하게 퍼지는 등나무 꽃향이 비로소 이곳에 왔음을 알려줬다.
입장권을 직원에게 제시하고 들어가면 기념품 판매소가 먼저 나온다. 등나무를 장식으로 한 다양한 소품과 먹거리가가 많았다.
소품샵을 지나 플라워파크에 들어서자 입이 떡 벌어졌다. 먼저 엄청난 인파에 놀랐고, 사진에서만 바라봤던 등나무가 눈앞에 있어 더욱 놀랐다.
아시카가 플라워파크 등나무 소개글엔 “늘어진 꽃이 마치 포도송이를 연상케 한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우리는 그 표현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와... “
일몰에 맞춰 켜진 조명은 등나무 꽃을 더욱 황홀하게 만들었다. 나는 넋이 나간 채로 등나무를 바라봤다. 이윽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어떻게 관리했을까?”
나무를 심고 조성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조성된 공간을 오랫동안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 분위기, 지역 문화, 담당자의 성향, 예산 등 엄청난 변수가 존재하며 모든 관문을 넘어야 비로소 온전한 관리가 이루어진다.
나는 등나무가 뻗은 가지를 시설물에 어떻게 고정했는지와 가지치기를 어떻게 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봤다. 이윽고 어떻게 등나무를 전정했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등나무를 관리하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나무를 관리하는 문화가 달랐을 뿐이었다.
아름답다. '아름'의 어원처럼 온전히 뿌리내린 등나무 모습 그 자체가 아름답다. 나는 놀이공원에 온 어린아이마냥 입이 귓가에 걸렸다.
공원을 돌아다니며 어느 한 곳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모든 장소를 눈에 담고 사진을 찍었다.
해가 넘어가자 공원 내 모든 조명에 불빛이 들어왔다. 아치형으로 된 구조물에 포도송이처럼 보이는 등나무가 정말 예술이었다.
밤이 찾아오자 공원 내 찬 공기가 가라앉고 바람이 멈췄다. 수많은 인파 속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공원에서 머무른 시간이 짧았지만, 비싼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그 자체로 값진 시간이었다.
이 모든 경험은 사랑하는 우리 벨라 덕분에 할 수 있었다.
추신.
아시카가 플라워 파크 역에서 시부야 역까지 빠른 환승으로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방문은 어려웠지만 복귀는 현지화가 되어 우리나라 지하철 환승하듯 물 흐르듯 플랫폼을 넘어 다닌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추신 2.
아이스크림 정말 맛있어요. 가게 되면 꼭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