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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May 07. 2024

160세 등나무 어르신을 찾아서

일본 아시카가 플라워파크

 등나무는 콩과 덩굴식물로 질소를 고정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어느 곳에 식재하더라도 잘 견디며 자란다. 하지만, 해마다 발생하는 병충해와 부적절한 관리로 '줄기'가 썩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나라 일본 도치기현에 위치한 아시카가 플라워파크에는 160년이 넘도록 한 자리를 지킨 등나무가 있었


 작년 나는 '갈등(葛藤)'을 주제로 등나무와 칡에 대해 글을 작성했었다. 등나무 자료를 찾으면서 <아시카가 플라워파크>에는 160년 이상을 산 등나무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호기심이 생긴 나는 아시카가 플라워파크 홈페이지를 둘러보면서 정말 놀랬다. 덩굴식물이 성장하는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조성된 정원이 있음이 말이다. 아름다운 등나무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때 마침 사랑하는 우리 벨라가 나에게 왔다.

"무엇을 보길래 그렇게 멍하니 있어요?"

"일본에 160년 이상 살고 있는 등나무가 있대요. 봐봐요 이거"

"우와"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어요"

"가면 되지요?"

"네???"

"같이 가요. 거기"


 사실 나는 해외를 단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다. 심지어 여권도 없었다. 사랑하는 배우자의 격려와 응원으로 첫 해외여행을 등나무를 보러 가기 위해 떠났다.

가자! 일본으로!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예약한 숙소가 있는 시부야역으로 향했다.

Tip) 여행객은 나리타 공항 <-> 시부야역 고속열차 NEX 왕복 티켓을 5,000엔에 JR동일본 여행 서비스 센터에서 구매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 KTX와 승차감이 비슷했다.

 시부야역에 도착하자 복잡한 지하철 노선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출국 전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일본 지하철에 대해 공부를 했음에도 말이다. 일본 내 다른 여행지는 구글에 검색하면 가는 방법을 설명해 주는 글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로 한 아시카가 플라워파크로 가는 방법은 없었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하하하) 


 호텔 체크인과 동시에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우리는 160세 어르신 등나무를 찾아 떠났다. 시부야역에서 아시카가역까지 최소 환승 4회에 소요 시간은 2시간 45분이었다. 초행자에겐 가는 길이 꽤나 복잡해서 입국 수속을 마칠 때까지도 아시카가 플라워파크 방문을 포기할까 고민했다. 그럴수록 우리 벨라는 "한번 가보자!" 라며 끝까지 응원해 줬다.


 아시카가 플라워파크로 가기 위해 도쿄 메트로와 JR 라인을 이용해야 하나 두 라인 간 환승 방법을 몰랐던 우리는 역무원에게 가는 방법과 길을 물어봤고 시간은 지체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차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너무나 새로웠다.


Tip) 도쿄 메트로 72시간 이용권과 스이카 카드를 받아 미리 충전하면 교통비를 꽤나 절약할 수 있어요.

Tip) 저희가 만난 역무원 분들은 모두 친절했고 대부분 영어를 할 줄 알았어요.


 일본 지하철은 신기했다. 우리나라 노선과는 달리 민영화로 특정 구간을 벗어나면 철도를 운용하는 회사가 바뀌었고 열차는 가다가 멈추기도 했다. 플랫폼을 넘어 다니는 환승도 색달랐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풀과 나무가 좋았다.
어쩌면 나만 즐거웠을 수도..

 구글 지도에서 알려주는 방법대로 지하철을 환승하기란 쉽지 않았다. (환승에 주어진 시간은 단 2분! 그래서 실패!) 그래도 뭐.. 부지런히 움직이면 도착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지하철을 놓치면 자판기에서 무엇을 파는지 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말이다.

이때는 행복했다. 가는 길은 늘 설레는 법이니까.

 다시 한번 환승을 위해 플랫폼을 이동하던 우리는 슬슬 힘겨워졌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땅만 걷고 있다가 <아시카가 플라워파크> 홍보물을 발견했다. 전단지에는 입장료 100엔 할인 쿠폰이 있었다. (NICE!)

호오.. 얼마 남지 않았군..

 짱구 마을역을 지나 이제 몇 정거장 남지 않았다.

아시카가 플라워 파크역에 도착했는데 해가 진다(???)

 오후 6시 10분. 우리는 겨우 아시카가 플라워파크역에 도착했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다.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매표소 뛰어갔다. 거친 숨을 내쉬는데 등나무 꽃이 그윽하게 퍼졌다. 피로는 설렘에 덮혀졌다.

아시카가 플라워파크

 등나무 어르신!! 저희가 왔어요..!!


추신.

아시카가 플라워파크 전단지 오른쪽 하단에 있던 100엔 쿠폰을 잘라 사용하고도 전단지를 버리지 못했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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