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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Dec 27. 2023

터줏가리를 아시나요? 우리 정원에도 있다고 하던데요.

터主

 터줏가리는 일반적으로 옹기나 질그릇 단지에 벼를 담아 뚜껑을 덮은 다음 짚을 이용 해 감싸 모양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매년 가을 수확한 햇벼를 단지 안에 넣고 묵은 벼는 떡을 쪄 터주고사에 올리며 한 해 동안 묵은 터줏가리는 불태우고 새로운 터줏가리를 엮는다. 이를 '상투 튼다'라고 한다.


 터줏가리는 집 터를 수호하는 신의 신체(神體)로 사용된다. 경기도 지방에서는 10월 상달에 터줏가리를 벗겨내고 추수를 마친 햇벼를 넣고 새로운 짚으로 주저리를 튼다. '주저리'는 옷을 입히는 행위를 말한다. 헌 주저리는 산에 버려 자연스럽게 없어지도록 한다.

새로운 터줏가리와 헌 터줏가리

 '터줏가리'의 터는 '집터'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민간신앙에서는 집 터를 지켜주는 가신(家神)이 존재했다. 가신은 집 울타리 안에 거주하며 집안을 부흥케 하는 신으로 집 뒤뜰이나 장독대 가까이에 터주를 모시는 '터줏가리'를 만들었다. 오늘날 희미해져 만가는 개념이지만 한국민속촌이나 옛 풍습을 지키는 마을을 방문하면 종종 볼 수 있다.

 

이 문화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의 민속 신앙을 조사한 무라야마 지준(村山 智順)이 작성한 '부락제'라는 책을 살펴보면 터줏가리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이 점을 돌이켜볼 때 꽤나 오래된 민속 신앙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 '터줏대감(터-主大監)'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본 적이 있나요? 보통 특정 분야나 구성원 중 가장 오래된 사람을 터줏대감으로 부릅니다.


 아래의 사진은 경기안택굿보존회장이며 유명한 무속인인 고성주 선생님이 터줏가리를 만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새끼를 꼬아 짚단을 가지런히 하고 꼰 새끼줄로 짚단의 허리를 고정하는 방식으로 모양을 잡아줍니다.

 

 터줏가리를 만듦으로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고자 하는 집안 어른들의 깊은 소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도대체 정원에 무슨 의미를 부여하길래 그곳에 터줏가리를 만드는 걸까?



왜..? 터줏가리를 정원에..?

 https://brunch.co.kr/@kimjungduu/110

 며칠 전, 나무에게 겨울옷을 선물해 주고 남은 새끼줄과 짚단이 있었다. 이것들을 버리기는 아깝고 더더욱 되팔 수는 없는 재료이니 짚을 이용 해 '터줏가리'를 만들어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자 했다. 짚 인형뿐만 아니라 용처럼 길게 짚을 엮어 지붕에 올려놓았던 '용마름'도 같이 장식하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청와대 녹지를 관리할 때처럼 넓은 면적과 다양한 식생이 존재했더라면 짚과 새끼를 이용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지만 그래도 만들 수 있다. 마땅한 장소를 수색하다 올 가을에 국화를 식재했던 플랜터가 생각났다. 겨울이 오면서 모든 꽃이 졌기도 했고 묵은 꽃을 방치할 수 없으니 깔끔하게 정리를 해뒀었다.

지난 가을에 식재한 국화를 정리했더니 흙만 보인다.

 가을꽃이 진 후나 식재된 초본이 한겨울에도 남아있다면 미관상 아름답지가 않다. 왜냐하면 잎은 축 쳐지고 꽃은 시들어 방치된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고 모두 제거를 하면 흙바닥만 보여 안 그래도 추운 겨울이 더 추워 보이는 효과를 준다. 그래서 바로 이곳에 짚을 이용 해 인형을 만들 예정이다.


 꽁꽁 얼은 흙을 삽을 이용해 깨뜨리고 남은 이영을 플랜터 사이즈에 맞게 잘라 맞춰준다.


 미리 땋아놓은 짚을 중앙에 두고 깔아 둔 이엉이 날아가지 않게 화분 모서리에 말뚝을 고정한다. 그 후 중앙에 중간 사이즈 말뚝을 고정해 ‘터줏가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둥을 만들어준다. 말뚝 대신 가을 전정을 마친 장미 줄기에 짚을 덮어 인형을 만들면 더욱 보기 좋다.


 나름 소형화(?)된 모양으로 튀어나온 짚을 가위로 다듬어준다.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면 재미없으니 다른 모양으로도 하나 만들어준다.

롯데타워?

 마지막은 이 작업의 꽃인 ‘용마름’을 틀어 플랜터에 올리는 것이었다. 문제는 영하 10도의 날씨로 손 끝 감각이 없었다. (하이고..)

용이 아니라 짚신벌레.. 모양인데..

 용마름을 틀고 있던 우리 팀장님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나왔다.


“용이 아니라 뱀.. 같은데.. “

“조용해라”

“예“


 나는 용마름을 틀 줄 모르니 옆에서 말동무를 열심히 했고 완성된 용마름을 써봤다. (옛날에 이불에 오줌 싸면 소금 얻으러 돌아다니는 그.. 그 장면.. 이 떠오르는 이유는 뭔지..)


 여하튼 마지막 플랜터에 용마름을 올려 고정했다.


 괜찮아 보이나요? 여러분...?


추신.

 개인적으로 저는 겨울철 흙이 보이는 화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을꽃이 시들어 말라 방치된 화분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고요. 그래서 동장군님이 오시는 겨울이라도 이렇게 짚을 이용한 장식품들을 만들어 놓으면 지나가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즐거워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만듭니다. 짚 장식품이 집 안 울타리가 아닌 정원에서 '터줏가리' 역할을 해주길 바라기도 하고요.



자료출처

https://folkency.nfm.go.kr/topic/detail/2969?pageType=search&keyword=%ED%84%B0%EC%A3%BC%EA%B0%80%EB%A6%AC

http://contents.history.go.kr/front/km/print.do?levelId=km_033_0060_0020_0010_0060&whereStr=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5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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