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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Dec 15. 2023

가꾸고 다듬고 수선해서 물건 오래 사용하기

 나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물건을 좋아한다. 그냥 오래된 물건이 좋다. 물론 '잘' 관리되었을 때 말이다. 오래됐지만 관리하고 다듬어 사용한 흔적이 보이면 물건 주인이 어떻게 그 물건을 다루었는지가 느껴진다. 나는 그 마음이 좋다. 하지만, 나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런 마음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좋고 새것으로 사야지"

"이런 거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당시 욜로(YOLO)와 플렉스(FLEX)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못 갔다. 내가 직면한 현실은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질 수가 없었고 갖고 싶은 물건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없었다. 타인의 삶을 내 삶과 비교하는 순간 좌절감이 느껴졌다. 무의미했다. 그 이후로 내가 필요한 물건을 중고로 저렴하게 구해보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내가 사회초년생으로 진입할 때 구매한 첫 차는 96년도 프라이드 웨건이었다. 일찍 독립했던 나는 웬만하면 차량을 구매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당시 동두천에 거주하고 있었고 산림에서 나무를 공부하기 위해 강원도를 수시로 왕복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돈보단 시간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이 올드카를 50만 원에 구매했고 자동차를 알아가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관리했다.

그리운 내 첫 차

"차 퍼지는 거 아니야?"

"생명보험 두둑이 들었어?"

"어디서 뭐 이런 차를 가져와선"

"수리비가 더 들겠는데?"


 주변 지인들은 내 첫 차를 보곤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심지어 지인 중 한 명은 타이어를 발로 차며 이 똥차를 왜 산 거야라며 무안을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는 내 두 발이 되어 큰 사고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닐 수 있게 해 줬다. 소모품과 엔진오일을 제때 교체했더니 차량을 인수했을 때보다 더 잘 나갔다. 무엇보다도 하차감이 끝내줬다.(???)

 하지만, 겨울이 찾아오면 결빙을 막아주는 염화칼슘을 견디지 못했다. 염화칼슘에 찌든 차량 하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고 결국 안정상 폐차를 진행했다. 큰 애정을 가졌던 차량이라 더욱 안타까웠다. 폐차를 하는 게 뭐 어떻나 싶지만 그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마음속 거친 파도가 잠잠해질 무렵 의심에서 확신으로 든 생각이 하나 있었다.


새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될 수 있으면 오래된 물건을 구해서 더 사용해 보자


 이 문제는 탄소문제로 이어졌고 탄소문제는 환경문제로 이어졌으며 환경문제는 곧 식량문제로 이어졌다. 개념과 범위는 확장되고 더욱 복잡해졌다. 바로 그때 작고 사소한 내 행동이 나비효과처럼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환경단체 소속이 아니다)  

고된 흔적이 보이는 나의 산림 안전화

 그 이후로 가방, 신발, 작업복 등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 닳고 해지면 손상부위만 교체하고 수선해서 사용하는 습관이 생겼다. 흔히 나는 막일, 노가다라 부르는 일을 건설현장이 아닌 산림현장에서 했다. 가파른 경사, 가시덩굴, 노출된 나무뿌리 등으로 꽤나 거친 환경이다 보니 수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생겼다.

어딘가에 걸리고 뜯기고 찢기고 구멍난 내 작업복

 나의 아보리스트 안전바지는 일한 만큼 어딘가에 걸리고 뜯기고 찢기고 구멍 났다. 겨울은 괜찮지만 여름이 다가오면 이 구멍 사이로 벌레가 들어와 나를 괴롭혔다. 구멍 난 부분은 필히 수선이 필요했다. 그런데 큰 문제가 발생했다. 이 안전바지는 두꺼운 보호섬유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내가 실과 바늘로 수선할 수가 없었고 전문 수선 세탁소에 맡겨야 했다. 하. 지. 만. 방문하는 모든 세탁소에서 바지 수선을 거절했다. 그 이유는 재봉틀 대바늘이 보호섬유를 뚫지 못하고 부러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세탁소 사장님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를 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밖을 나섰다.


"아.. 새로 바지를 하나 사야 하나..."

"수선해서 입어보고 싶은데"


 세탁소를 나온 나는 다시 주변을 검색했다. 한참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세탁소 사장님이 밖으로 나와 수선할 수 있는 곳을 추천해 주셨다.


"저곳을 가봐요. 할 수 있을 거예요"

"네?"

어?

"...???"


 가게 앞에 서서 멍하니 이곳이 정말 맞는 건가 싶었다. 에이 모르겠다 싶어 전화를 드렸고 노부부가 나를 반겨줬다.


"혹시.. 이 옷 바느질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이거 어렵겠는데요..?"

...

"그래도 한 번 해볼게요"

"가.. 감사합니다"

"오후에 찾으러 오세요"

"넵"


 나는 이 안전바지를 수선하기 위해 세탁소를 정말 열 곳 이상을 돌아다녔고 모두 거절을 당한 상태여서 그런지 정말 기뻤다. 수선된 바지를 찾기 위해 오후에 수선집을 방문했다. 할아버님과 할머님께서는 웃으며 내게 바지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정말 마음에 들어요. 잘 입을게요"

수선된 안전바지

 원단을 덧댄 안전바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매력적으로 재탄생된 이 바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주변 동료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자랑했다.


구멍 난 작업복 버리지 말고 수선해서 더 입어봐.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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