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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넌 Mar 09. 2022

더 세밀한 경험이 필요한 이유

이미지 출처: 시몬스 'Oddly Satisfying Video' 

| 소유에서 경험으로의 확장


UX, CX, BX.  고객, 소비자, 브랜드, 제품/서비스 등에 대한 경험이 계속 강조되고 있다. ‘경험’이라는 개념이 왜 강조되고 있을까? 지금 우리는 제품을 소유하는 데 쓰는 비용보다 특별한 경험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소유의 경제에서 경험의 경제로 전환된다고 많이 표현한다. 그러나 난 소유에서 경험으로 ‘확장’되었다고 생각한다. 소유하는 것 또한 경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이키의 브랜드 팬은 나이키 덩크를 소유하는 동시에 그 이면의 가치와 메시지를 구매하는 것이다. 래플에 당첨되고 패키징을 뜯으며 이를 슈브제에 넣는 경험을 통해 그 가치는 더 뚜렷해진다. 브랜드가 소유보다 확장된 경험에 초점을 맞추면 더 뚜렷하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차별화된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서 브랜드의 제품과 서비스만으로는 이제 부족한 것이다. 이제 브랜드가 하는 모든 행위를 통해 소비자는 경험을 얻는다. 공급자 입장에선 경험의 영역을 설계한다면 더 널리 그리고 명확하게 알릴 수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 경험 설계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경험을 치밀하게 설계해야 하는 이유는 ‘결과'를 포함한 ‘과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내하는 동선을 설계하는 것이다. 경험을 설계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3가지 부분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1) 경험의 목적지

모든 경험엔 목적지가 존재해야 한다. 그렇다고 경험의 끝에 환상의 보물이 짜잔하고 나타날 필요는 없다.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무언가를 사람들이 얻도록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설계한 경험에서 사람들이 도달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를 항상 인식해야 한다. 가는 길은 너무나 재밌지만 도착한 곳이 엉뚱한 곳이라면 이 경험은 잘못 설계된 경험이다.


얼마 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시몬스’가 설계한 부스를 방문하였다. ‘시몬스’는 몇 년 전부터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 광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 년간 시몬스 침대의 기능에 대한 신뢰는 이미 쌓여있다고 판단하여 제품을 뺸 광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 전체적인 톤 앤 매너와 룩을 중요시한 광고는 젊은 층에게 오히려 더 임팩트있게 다가갔다. 시몬스는 계속해서 ‘편안함'이라는 감정적인 요소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만들고자 공을 들이고 있다. 사람들이 침대에서 경험하고 싶은 최고의 상태는 ‘편안함’이기 때문이다. 이에 시몬스는 ‘Oddly Satisfying Video’를 이용하여, 보면 괜히 기분이 편안해지는 광고를 제작하였다. 정원에서 일정한 리듬으로 반복하여 떨어지는 오렌지, 골 포스트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가는 동그란 공 등의 영상은 시각과 청각을 모두 편안하게 한다. 시몬스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부스에서 이 영상이 상영되는 스크린을 편히 앉아 볼 수 있는 벤치와 목을 축일 수 있는 물을 무료로 제공한다. 큰 규모의 공간을 구경하다 편히 쉴 수 있는 정원의 형태를 띠는 넓은 공간에서 시몬스의 OSV 영상을 보면 말 그대로 정말 ‘편안하다.’ (물론 공간 특성상 사운드가 아쉽긴 했다) 시몬스는 이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시몬스 = 편안함’이라는 인식을 전달하려 했고 이 목적지에 집중한 공간에서 '편안함'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또 넓은 공간을 거닐 때 사람들이 편안하게 앉아서 쉴 곳을 찾는다는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공간을 설계한 것이 정말 인상 깊었다.


(2) 고객 입장에서 생각한 경험

브랜드는 행동할 뿐이고 경험은 고객이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브랜드의 행동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고객이 느끼고 싶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기에 고객에 대한 이해와 분석은 필수적이다. 이를 도와주는 이론적 개념이 ‘Consumer Journey’이다. 소비자가 브랜드와 만나는 순간부터 구매하는 순간을 넘어, 재구매의 순간까지 따라 올라가 보면, 고객의 입장에서 불편한 경험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을 우선 관찰해야 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대로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목적지에 도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과정 속에서 고객이 느낄 불쾌함이나 혼란을 제거하고 그들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설계한 동선으로 안전하게 모실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점을 잘 파악한 경험에 소비자는 감동한다.


이 디테일함은 '배달의 민족'의 오배달 대처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배달의 민족 어플을 통해 덮밥을 주문했지만 내 음식이 다른 집으로 잘못 배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 겪어본 상황에 당황했다. 우선 '배달의민족'  앱에 들어가자 채팅상담을 통해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채팅을 통해 유선전화 상담으로 넘어갔다. 오배달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고 확인되자마자 배달의 민족은 내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는 대처를 하였다. 우선 ‘취소 처리해드릴까요 아니면 재조리 재배달 처리해드릴까요?’라는 선택지를 주었다. 나처럼 배가 고파 얼른 배달이 되었으면 하는 고객도 있지만 짜증이 나서 취소를 하고 싶은 고객도 있을 것이다. 이 심리를 정확히 파악한 질문이었다. 또 이후 전 금액을 계좌로 환불받거나 배민 포인트로 받는 선택지도 있었다. 그리고 이후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쿠폰을 추가로 수령받았고 앞으로 내게 일어날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주었다. 내가 원하는 정보와 내가 선택하고 싶은 부분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에 관해 물어봐주니 배는 고팠지만 깔끔하게 일이 처리되었다. 이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였기에 가능한 대처라고 생각한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한 경험은 고객에게 쾌적한 과정을 제공한다.   


(3) 경험의 과정 속 디테일

우리가 브랜드에게 정이 떨어질 때는 언제일까? 아마 상당 부분은 거시적인 차원의 브랜드 가치보다 사소한 부분에서 브랜드를 외면하게 된 경험이 많을 것이다. 매장에서 핸드폰만 보고 있는 점원, 담배꽁초가 쌓여있는 카페 앞 인도, 기름이 쌓여 끈적끈적한 음식점의 책상. 환불하려 전화했지만 문의 전화번호가 틀렸을 때, 옷을 구매했지만 soldout 처리가 늦어 제품이 환불되었을 때. 이처럼 브랜드 철학이 아니라 사소한 디테일 때문에 브랜드에 대한 애정은 폭삭 줄어든다. 반대로 잘 눈치채지 못하는 곳까지 디테일하게 설계한 브랜드를 경험해보면 애정은 더욱 늘어난다. 그리고 이는 경험의 몰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디테일한 부분들은 흰색 벽지 위에 모기 핏자국이 유독 잘 보이는 것처럼 사소하지만 신경 쓰인다. 반대로 흰색 벽지 위에 방 분위기에 맞는 포스터가 붙여져 있고 그 분위기에 맞는 디퓨저 향까지 더해진다면 그 방에 머물고 싶을 것이다.


블루보틀의 창립자는 매장을 디자인할 때 매장 안의 감성뿐 아니라 들어오고 싶은 감성과 머물고 싶은 감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장실에서까지 그 매장의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요즘 대면 수업 하나를 듣기 위해 앞에 비대면 수업을 집이 아닌 학교 앞 스타벅스에서 듣고 있다. 어느 때처럼 스타벅스에 도착해 개인컵에 '콜드 브루 톨 사이즈로 얼음 적게 부탁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이후 음료를 받을 때 점원 분은 내게 '얼음 양 괜찮으세요? 더 넣어드릴까요?'라고 물어보았다. 굉장히 사소하지만 한 번 더 물어봐주는 이 디테일함에 난 살짝 감동했다. 이렇듯 정말 사소하고 별 거 아닌 것 같은 디테일이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올리고 반대로 정을 뚝 떨어뜨리기도 한다. 모든 내부 구성원에게 사소한 부분까지 교육하기란 불가능하고, 또 이는 교육만을 통해 완벽히 해결할 수 없다. 디테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선 브랜드 방향성을 기반에 둔 워크 컬처가 잘 정립되어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깨끗한 도로 위에 쉽게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잘 정립된 브랜드 가치와 아이덴티티를 이해하고 있다면 이 디테일함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 더 세밀하게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경험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늘었고, 오프라인은 더욱더 차별화된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잘 설계된 경험은 소비자에게 더 뚜렷하게 메시지를 전해준다. 사실 경험이라는 것이 과거에 고려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험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브랜드는 행동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드러내고 소비자는 이를 경험한다. 더 뚜렷하고 더 명확한 메시지를 위해서 브랜드는 더욱더 세밀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 마지막 한마디

여러분은 오늘 어떤 경험을 소비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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