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에서 밖으로
며칠 전에 선물할 캔들을 구매하기 위해 성수동에 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샵에 방문했다. 다양한 브랜드의 캔들이 있었고 선물을 고를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신중한 난 비치된 브랜드들의 짧은 설명글을 모두 읽어보았다. 그중 ‘P.F Candle’이라는 브랜드 설립자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LA에 살고 있는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홈프래그런스 브랜드로, 친환경 캔들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직접 수제로 소규모만 제작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캘리포니아의 향을 담기 위해 노력한다는 브랜드 스토리였다. 이 스토리에 매료돼 ‘P.F Candle’의 제품을 구매하였다.
좋아하던 브랜드의 안쪽 이야기를 알게 되면 그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진다. 가끔 브랜드 내부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들리면 괜히 쓰고 있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꾸기도 한다. 요즘은 브랜드의 내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난 만큼 이는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끼친다. 좋은 브랜드는 고유의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 메시지는 브랜드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뿜어 나온다. 좋은 브랜드는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시작해 외부로 발산하는 브랜드이다. 많은 브랜드가 이를 알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내부 구성원들과 함께 브랜드를 일궈나가고 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아직 취직을 준비해본 적도 없는 어느 한 대학생이 브랜드 안쪽, 조직 내부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 다 같이 외칩시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경기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응원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같은 타이밍에 같은 구호를 외치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어긋나거나 다른 구호를 외치면 소리가 확 줄어들고 모호하게 들린다. 브랜딩의 키 포인트 중 하나는 ‘일관되게' 브랜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여기서 ‘일관되게'는 디자인, 카피,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내부 구성원도 해당된다. 내부 구성원의 생각을 하나로 모아 실체화하는 ‘내부 브랜딩’이 필요한 것이다. 창의성과 자율성을 통제하지 않고 브랜드 가치가 하나의 상으로 모여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내부 구성원이 공감하지 않는 메시지를 고객들이 공감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만이다.
내부 브랜딩의 목적은 내부 구성원 개개인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공감하고 이를 각자 업무에 반영해 전체의 합을 만들어 내기 위함이다. 브랜드가 내부 구성원에게 제시해야 할 것은 브랜드가 나아갈 하나의 방향성이다. 그리고 이 방향성에 따라 내부 구성원이 한 팀이 되어 바깥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내도록 하는 일이다. [출처: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 이 고된 과정을 거쳐 내부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와 방향성이 정해지면 외부에선 금방 알아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일관된 목소리로 낸 브랜드 가치는 더 크게 들린다. 또 내부 구성원이 명확한 브랜드 방향성을 인지하면 소속감과 동기를 갖게 되고 이는 곧 자부심으로 연결된다. ‘브랜드’라는 단어를 정의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사람이 속해 일하고 있는 회사'라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브랜드는 이들을 위해서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파타고니아의 내부 브랜딩은 굉장히 이상적이면서 명확하다. 파타고니아의 모든 부서, 심지어는 돈을 관리하는 회계 부서마저도 ‘자연을 최대한 덜 해치는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가치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항상 우선시한다. 1년 중 두 달간의 유급 환경단체 활동을 권장하고 그 활동에 대해서 전폭 지원해준다. 또한 직원들은 업무 중에 좋은 파도가 오면 서핑하러 나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실제로 파타고니아의 HQ는 바다 근처에 위치한다. 파타고니아의 설립자 이본 쉬나드는 ‘파타고니아는 각자가 스스로 알아서 운영해 나가는 회사(self management company)입니다. ... 어느 한 방향으로 나아가려 할 때 구성원 모두가 합의를 한다면 그다음부턴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출처: 매거진B] 구성원 모두가 합의한 브랜드 방향성을 가진 브랜드는 오랫동안 브랜드 가치를 이어갈 힘이 있다.
| 사람을 찾습니다
합의된 방향성을 설정한다고 해도 이를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브랜드는 항상 변화하는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새로운 팀원이 들어올 때이다. 요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브랜드의 채용 사이트는 굉장히 친절하다. 비전, 복지, 워크 컬처, 오피스 소개, 채용 포지션, 현재 구성원의 인터뷰/한마디 등 다양한 정보가 보기 좋게 정리되어있다. 또 개발 블로그나 디자인 인스타그램 등 브랜드 자산을 공개하는 스타트업 브랜드도 상당수이다. ‘뽑는다’는 개념보다 브랜드와 잘 맞는 인재를 ‘찾는다'는 개념으로 채용에 접근한다.
많은 브랜드가 이렇게 채용 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조직에 어떤 인재가 오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부 브랜딩의 연장선으로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는 인재를 찾는 전략은 조직에게도, 구직자에게도 윈윈인 전략이다. 그렇기에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인재상을 구직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은 필요하다. 조직은 브랜드 방향성과 더불어 구성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선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 내용을 EVP(구성원가치제안)라고 한다. 구성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채용 타깃 그룹이 선호하는 것은 무엇인지, 경쟁사가 제공하지 못하지만 우리 회사는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출처: 누틸드 브런치]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핵심 인재 타깃그룹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타다’의 채용 브랜딩을 예시로 들어보자. 우선 채용 안내 탭에 ‘더 나은 삶을 위한 더 나은 이동'을 만들 뛰어난 동료를 찾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한다. 그 밑에는 워크 컬처, 일하는 방식, 복지, 채용 안내 등 조직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에 대한 목적도 기술한다. '타다'는 ‘실무 역량과 경력 못지않게 비전과 워크 컬처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분인지를 중요한 포인트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고 조직 문화에 잘 맞는 사람으로 오히려 채용 타깃을 좁힌 것이다. 그리고 전체 채용 프로세스가 1개월에서 1개월 반 정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을 통해 진심을 다해 핵심 인재를 찾고 있다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타다'는 웹사이트에서 '노션'을 이용해 정돈된 형태로 전달하며 자신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핵심인재 타깃그룹을 명확히 제시한다. 내부 브랜딩의 연장선에서 채용 브랜딩은 브랜드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에 이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브랜드는 더 단단하게 브랜드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유 있는 복지
많은 회사가 내부 구성원을 위한 혜택을 점점 늘리고 있다. 일만 하루 종일 한다고 해서 능률이 오르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미 많이 증명이 됐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회사의 복지는 일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 존재하며 내부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존재한다. 모든 복지에는 이유가 있다.
모든 복지는 워크 컬처에 바탕을 둔다. 당근마켓은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이라는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복지를 구성한다. ‘워라인’이란 일도 곧 삶의 일부이기에 둘을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에 몰입하기 위한, 그리고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복지와 대우는 거의 무제한에 가깝다. 그렇기에 일수 제한과 승인 없이 휴가를 가는 것이 가능하고, 팀 간의 화합을 위해 법인카드를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며,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자율과 책임이라는 전제하에 이유 있는 복지와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또 많은 브랜드가 사회변화에 맞춰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해주는 복지를 실행한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경쟁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또 러쉬는 비혼 선언을 한 직원에게 결혼을 하는 직원과 동일하게 축하금을 지급하고, 반려동물 가족 수당 또한 지급하고 있다.
복지는 내부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이끌고, 또 브랜드 가치와 맞물린다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의 진정성은 더욱 부각된다. 파타고니아의 직원들이 업무 도중 좋은 파도가 오면 바로 서핑을 하러 나갈 수 있는 복지가 자연과 아웃도어를 사랑하는 파타고니아의 가치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유와 목적이 뚜렷한 복지는 속물이 아닌 직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느껴진다.
| 사람 살자고 만드는 거니까
왠지 모르게 사람 냄새가 나는 브랜드가 있다. 이런 브랜드가 더 친근하고 호감이 생기는 이유는 ‘사람을 챙기는 모습'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이는 고객과 소비자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을 챙기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생각하는 브랜드는 더 오랫동안 사람 곁에 남아있는 것 같다. 브랜드도 사람 살자고 만드는 것이며 더 좋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리고 브랜드와 함께 구성원이 한마음 한 뜻으로 브랜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행동한다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브랜드는 사람과 연결되어 있고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 이 근본적인 것을 잊지 않고 일관되게 행동하는 브랜드가 많아지면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 한마디
좋은 브랜드가 오랫동안 사람 곁에 남아서 그 가치를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가치를 이을 수 있는 브랜드 기획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