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여행자의 일상 #003 리버풀 힐스보로 참사
봄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불의의 사고로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던 계절이 돌아왔다. 벌써 일 년이나 지난 세월호 그리고 이십 육년이나 지난 힐스보로 참사. 아내와 리버풀을 여행할 때, 영국 당국의 경찰은 힐스보로 참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과거 팬들의 무질서함이 참사를 만들어냈다는 발언에 경찰 당국의 초기 대응과 질서 유지를 하지 못했던 과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오늘 힐스보로 참사가 일어난지 26년째가 되는 날이다. 과거의 사람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순간들이 아름답다. You'll never walk alone.
힐스보로 참사
1989년 4월 15일, 24,000여명의 리버풀 원정팬이 경기를 참관하기 위해 힐스보로 경기장으로 떠났으나 96명의 팬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힐스보로 참사는 영국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억되며 어느덧 2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있던 96명의 팬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던 그 날, 이 세상에 희생된 팬들의 얼굴을 기억하기를 원한다. 우리에겐 사랑스러운 아빠, 아들, 형제, 사촌 혹은 할아버지였거나 남자친구, 남편 또는 가장 친한 친구였던 이들 96명이 가족과 친구들을 뒤로한 채 세상을 떠났다. '96명의 희생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들이다.
힐스보로 참사 20주년이 있던 날,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 남편을 둔 미망인의 감동적인 편지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여러분, 제 남편은 사고를 당했던 96명의 희생자 중 한 명이지만 저와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최고의 남편이자 아빠였습니다"
힐스보로 참사 기념비에 새겨진 수 많은 이름으로 존재하는 이들을 아직 잘 모르는 팬 여러분, 24,000장의 경기 입장권, 23곳의 회전문, 무법지대가 되어버린 초만원 상태의 경기장 펜스 두 곳, 96명의 사망자와 766명의 부상자들. 단순히 실스보로 참사에 기록된 숫자로는 리버풀과 평생의 아픔이 따를 팬들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없다. 96명의 희생자,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희생자들의 행복했던 순간을 담은 사진은 우리가 왜 1989년 4월 15일에 일어난 참사와 그 날 돌아가신 모든 희생자를 절대로 영원히 잊어벼러서는 안되는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 Trans Yong-suk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