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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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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Oct 04. 2020

자발적 월세, 월세 커피 덕분에

다다르다 서점일기 #50 함께 만드는 서점을 꿈꾸며 

@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서점의 미래는 책을 선별하는 북 큐레이션과 각자 또 함께 독서 생활을 놓치지 않고 살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고르는 작업은 온라인에서도 가능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얼굴 마주하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책에 대한 내용을 놓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더라고요. 오프라인에서의 대화가 반복되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대화를 나누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소모보다는 생산의 효과가 더 크다고 느껴요. 한 번의 기록과 대화가 온라인에서는 반복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이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독서 생활'을 위한 커뮤니티는 책을 고르는 일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화상 캠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행위에 과연 '연결'의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북토크를 비롯한 글쓰기 모임, 출판 학교, 출판 마켓.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이것을 온라인으로 가져가는 것에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결여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마음이 움직이지를 않으니, 몸은 서점에 있어도 마땅한 기획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코로나의 시대를 간과하지 않고 서점의 미래를 계획하기란 너무나 어렵네요. 넘고 싶지 않은 산이 눈 앞에 기다리고 있어서 함께 동행할 이들과 손을 맞잡기를 기다렸나 봐요. 덕분에 아주 작은 고개를 하나씩 넘기고 있어요. 땀 흘리며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에도, 함께 대화를 나누며 힘든 삶을 토닥여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과 고마움을 느껴요.   


    서점과 독자의 관계, 지역사회에서의 작은 오프라인 공간이 지역을 넘어서는 것을 경험해요. 서점에 처음 방문한 분께서 '자발적 월세'에 보탠다며 성경 구절이 담긴 봉투를 건네주셨어요. 몇 차례 공간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면, 서점을 운영하는 목적과 지역사회를 위한 가치를 느끼셔서 응원해주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분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서점을 경험하셨더라고요. 공간이 가진 힘은 사람을 모으는 것,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사람이 모여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를 만드는 일상. 기후 위기와 양극화가 심화되는 사회에서 꿈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을 기다리는 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거겠죠. 그들을 자연스럽게 모으는 역할이 제 역할이라 믿고,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탐구하려 해요.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저는 덕분에 힘을 내고 있어요. 여러분도 다다르다 서점을 통해 조금이나마 삶에 힘이 되기를 바라요.


    일주일 동안 총 184분께서 9,794,300원의 자발적 월세를 보내주셨어요. 무기명으로 후원해주신 분들도 계셔서 모든 분들의 월세를 마일리지로 전환하지 못했는데요. 책과 커피, 굿즈를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로 전환해드리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덕분에 한 달의 월세를 잘 냈어요. (서점원 라가찌) 


"자발적 월세를 냅니다. 대전에 있어 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아니하리로다." (시편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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