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르다 서점일기 #54 서점의 촬영 에티켓
서점을 운영하면서 기쁜 마음과 슬픈 마음이 교차할 때가 있다. 간판을 달지도 않은 서점에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공간 구석구석을 살피는 독자들을 만날 때다. 커피와 음료를 준비하려던 일 층에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 일 층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이 여럿 있다. 게다가 돌담길을 만들다가 진행하지 못한 탓인지 출입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분들도 많다. 내부 계단이 있는 공간. 공간을 이용하는 분들도,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도 반기지 않을 곳이지만 끝내 책장에 가득 꽂힌 책을 보고는 한결같이 일 층의 허전함을 뻥튀기한 것처럼 놀란다.
여느 때처럼 서가를 정리하고 서점에 온 분들을 관찰한다. 찰칵, 찰칵. 스- 마일. 평소 좋아하던 작가의 책을 만난 것인지, 아니면 이 공간이 파리의 에펠탑만큼 대전의 한빛탑만큼 매력적인 것인지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을 때가 있다. 기쁜 마음과 슬픈 마음이 격하게 춤을 춘다. 가서 말을 할까, 말까를 몇 번이고 고민하다가 꾹 참는다. "좋아하는 책과 작가를 만난 기쁜 마음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는데, 뭐 어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을 관찰한 통계로는 대부분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 책을 구매하지 않고 떠나도 좋은데, 눈인사라도 건네고 가면 좋을 텐데. 찬 바람이 날카롭게 공간을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온라인에서 책을 사기 위해 독립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면 누가 좋은 걸까. 이것 또한 서점 주인의 몫인 걸까.
이전에 읽었던 박래풍 작가의 『서점은 처음입니다』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터넷 서점의 편리함은 기본적으로 오프 서점의 희생을 전제로 합니다. 책을 보는 곳과 구매하는 곳이 다른 것이죠. 심하게 말하면 요즘 오프 서점은 책 홍보 매장으로 전락해버린 느낌마저 듭니다."
한 때, 신발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가서 한참을 둘러보고는 마음에 드는 신발을 인터넷에서 구매했던 기억이 나서 부끄러웠다. 책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같은 사업자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생산자의 입장도 고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다다르다가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서점의 할인율을 포기하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마음, 윤리적 소비 덕분이다. 최근 지역화폐의 적립률로 시끌시끌하지만, 이전부터 공간에서 책을 구매했던 분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매번 책을 오프라인에서 살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독립서점이 주는 공간의 힘이 유지되려면, 일정 부분 윤리적 소비가 필요하다.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사진은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 대신 서점원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거나 가벼운 눈인사로 공간과 서점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전한 다음에 찍으면 어떨까.
요즘 읽고 있는 『남해에서 뭐 해 먹고사냐 하시면 아마도 책방이겠지요』수진 작가의 책에서 비슷한 고민의 흔적을 발견했다. 남해 <아마도책방>에서는 사진을 꼭 찍고 싶을 때는 '책을 구입하면서 책방지기에게 촬영할 수 있는지 묻는 것', '무음 카메라로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촬영', '책 내지 촬영, 과도한 인물 촬영, 상업적 목적의 촬영은 금지'의 작은 약속을 권하고 있다. 다다르다에서도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봐야겠다. 독립서점의 경험이 낯설고 새로워서, 혹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자유롭게 표현한다는데 너무 엄격한 룰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책과 공간이 소모되는 감정이 쌓이는 것보다는 적당한 약속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