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여행자의 축구일기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마지막 라운드 경기를 보러 삼 년 연 속으로 일본에 간 적이 있다. 우연하게도 세 시즌의 마지막 세 경기에서 네 팀이 2부리그로 강등하는 모습을 직접 바라보며 조금씩 무겁고 불편한 마음을 느꼈다. 팀을 응원하거나 특정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 사이에도 일부 '패배의 요정'은 존재하는 것일까. 팬들의 몇몇은 직관 성적을 기록하거나 기억하며 패배와 승리 사이에서 개인의 승률을 계산하기도 한다. 강등을 직접 겪은 일본의 현지 친구들 일부는 나를 '강등 전도사'라 부르기도 한다. K리그보다 한 주 더 늦게 끝나는 일정 덕분에 축구를 볼 수 있는 고정적인 스케쥴이라 생각했는데, 강등의 기록이 이어질까봐 마지막 라운드를 보기 위한 축구여행을 잠시 접어두고 있다.
K리그 프로축구팀의 업무를 맡으면서 다른 종목의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유년 시절 열심히 다녔던 야구장을 다시 찾고 있다. 집 가까이에 야구장이 있어 한화이글스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중에도 '승리의 요정'과 '패배의 요정'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팬들이 있지 않을까.
지난 금요일, 단골 손님의 배려로 중앙 테이블석에 앉아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의 홈경기를 볼 수 있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은 매년 어린이날에 '빙그레 이글스' 어린이 회원 멤버십을 선물해주셨다. 덕분에 지금도 만화의 주인공인 것만 같은 4번타자 장종훈과 선발 투수 정민철, 송진우, 마무리를 하기 위해 올라오는 구대성 선수와의 추억이 깊게 남아있다. 오랜만에 찾은 야구장은 올 때마다 낯설기만 하다. 텅 빈 K리그의 경기장과 비교할 마음은 없지만, 관중들의 표정과 열광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멍하니 야구장의 높은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은 탓인지, 맥주 한 캔에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고 대량 실점 이후에 이성열 선수의 안타에 큰 사고를 쳤다.
탁자에 놓여진 맥주컵을 하늘 높이 들어올렸고 이내 맥주는 앞 좌석에 앉은 분들 옷에 쏟아졌다. 이후로 지난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서 독일 대표팀에 무너진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의 멘탈처럼 넋을 잃었다. 앞 좌석에 앉은 분들께 거듭 사과드리며 위기를 모면했지만, 오랜만에 찾은 야구장에서의 설렘을 모두 날려버린 후였다. 경기 내내 앞에 앉은 분들의 표정을 살피며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요즘 상승세라던 한화도 비슷한 기분이었는지 초반 대량 실점하며 승기를 잃었다.
요즈음 한화의 호잉과 강경학, 최재훈 선수를 좋아한다. 프로 선수들 중에 열심히 뛰지 않는 선수가 얼마나 될까. 그 중에서도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선수들, 경기장 안과 밖에서의 태도에서 유별나게 따뜻한 반응을 보이는 선수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상대팀 두산에서도 등번호 97번 (대전시티즌의 창단 년도라서 괜히 더 좋아하고 있다) 을 달았던 오재원과 양의지 선수를 좋아한다. 두 선수의 활약을 기대하며 두산의 패배를 바랐던, 한화의 좋아하는 선수들의 활약과 홈 승리를 바랐던 날이다. 이 날 경기를 돌이켜보면, 두산의 양의지 선수는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고, 오재원 선수는 팀이 21안타를 몰아치며 대승을 거두는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던 한화의 호잉은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고, 최재훈 선수는 경기 도중 부상으로 교체 되어 나갔다. 강경학 선수는 9회에 안타를 기록하며 5타수 1안타, 한화는 4-13으로 대패했다. 동행했던 단골 손님은 이번 시즌 직관 경기에서 첫 패배라 했다. 아무래도 가까이에 패배의 요정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아니기를.
야구장에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고, 아내는 학교에서 적응 못하는 복학생 오빠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