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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머무르고 싶은 책방

로컬 콘텐츠를 찾아 떠나는 여행 : 서울 이후북스

by 라가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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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삿포로에 고작 나흘 머물렀지만, 한국에 돌아와 느끼는 거리의 복잡함과 산만함이 주는 피로감이 꽤나 크다. 작은 골목길에서 아스팔트 정비 사업을 하는 분들과 마주했는데, 공사에 대한 안내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 곳을 지나갈 수 있는지, 도보 동선은 있는지 충분한 설명을 받지 못해 답답했다. 경의선 공원을 돌고 돌아 가고싶었던 곳에 도착했건만, 장기간의 여행으로 문을 닫는다는 공지가 귀엽게 쓰여져있다. 다음 행선지로 어디를 가야할 지 방황하다가 가보지 않았던 길로 가기로 했다.


언덕 위의 아파트 단지와 사이에 조그마한 가게들이 줄지은 골목. 우연히 책이 가득한 공간을 만났다. 작은 입간판이 놓여진 책방에 고민없이 들어가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복잡한 마음이 거센 파도처럼 일다가 평화를 찾았다. 서가에 가득 채워진 책들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주인장의 가치관이 비슷할 것 같다.


방금 내린 마을버스의 기사님은 교차로에서 한 숨을 푹 내쉬었다.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한 노인이 허리를 숙여 자신의 몸보다 몇 배는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바닥과 신호 대기중인 차를 눈치보며 건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그는 고개를 뒤로 돌려 노인을 멀찌감치 바라보았다. 그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일거라는 확신이 느껴졌다.


이 곳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세상에서 잊혀져서는 안 될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몇 가지의 행동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책을 구매하는 것이다. 때로는 꾹꾹 눌러쓴 묵직한 이야기들이 버겁기도 하지만, 쓰디쓴 인생의 맛이라 생각하고 곱씹는다. 서가를 둘러싼 책들의 무게감은 사회를 보다 균형적으로 만들어 가는데에 큰 역할을 한다. 책을 통해 동네 책방이 질문을 건네는 중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이어가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즐거움을 책방에서 찾기를 바라. 들어가자마자 눈에 보이는 책 한 권을 손에 들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그 아픔을 세상에 널리 알려준 '테이크아웃 드로잉'의 책이었다. 유시민 작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과제'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은 이태원의 '테이크아웃 드로잉'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이따금씩 그 공간을 잊고 싶지 않아 책을 구매했다.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이후북스는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한 달은 머물고 싶은 책방이었다.



이후북스

서울 마포구 창전동 2-31

월-토 14:00-20:00 / 일 14: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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