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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Apr 14. 2019

도시여행자 ; 지난 8개월간의 기록

이별중인 도시여행자

대흥동 480-3번지의 도시여행자 이전 모습 

퇴거 후,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전


2018년 8월, 건물주의 퇴거 통보를 받은 이후 대흥동 480-3번지 공간을 무사히 마무리했어요. 여전히 지내던 공간이 있는 골목을 걷기는 힘들지만,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애써 마음을 추스렸어요. 새로운 공간과 도시여행자의 새로운 방향성 (서점, 카페, 커뮤니티 호스텔)에 대한 내용을 공유한 적이 있어요. 여섯 명의 구성원과 함께 새로운 공간을 준비하며, 회사의 성장 과정을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아쉽지만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고, 현재의 상황을 여러분께 빠르게 공유해야 할 것 같아 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써요. 


12월에는 새 공간에서 여러분을 맞이할 줄 알았지만, 생각처럼 직접 공간을 구상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어요. 내부 복층 구조의 신축 상가의 철거 - 공간 구성 - 직접 시공 업체를 찾아 공사하는 과정에서 상가 건물의 입주자들과 작은 마찰도 있었고요. 공사 업체와 일정 조율에도 익숙하지 않아 비싼 월세를 수업료로 감당하면서 오픈 시간을 늦추는 상황이 반복되었어요. 이제 공사는 90% 이상 마무리 된 상황인데, 내부 계단의 도장 공사와 화장실 일부를 고치는 작업이 남았어요. 빠르면 4월 18일, 비공식적으로 공간을 오픈하고 손님들을 맞이할 계획이에요. 돌아오는 주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미루었던 책 입고를 통해 서가를 채우려 해요. 


구성원과의 이별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개인의 삶과 도시여행자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면, 구성원들과 이별을 감당해야만 하는 상황일 거예요. 개인과 회사의 동반 성장, 지역에서 청년들의 지속가능성을 실험했던 도시여행자의 방향성에도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인지했어요. 내부적으로 수평적인 관계 유지와 구성원들이 기획자로의 성장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운영 파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2개의 개인사업자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회사의 채무를 개인이 떠맡게 되었고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채무로 쌓여 구성원들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어요. 

이전까지 구성원들과 프리랜서 계약 형태로 함께 했는데, 주식회사로 조직 개편 이후에 안정적인 삶을 그려나가려 했지만 역량 부족으로 단계를 넘어서지 못했네요.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도시여행자의 과정을 많은 분들께 솔직하게 표현하기로 했어요.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는 수 많은 분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사례 공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아쉽게 이별한 구성원들께 이해를 구해요. 


새로운 공간의 임차 보증금 8천만원을 포함해 새 공간을 위한 공사비 5천만원, 공간이 멈추어 고정 수입이 없는 약 8개월간의 회사 운영비와 구성원들의 인건비 5천만원 정도의 개인 채무를 가지게 되었어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채무가 쌓여 내부 회의를 통해 구성원들과 내용을 공유했지만,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했어요. 함께 공간을 준비하며 많은 부분 역할을 함께해 준 분들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하루 하루도 겨우 버티는 지금의 상황에서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빠르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어요. 북 디렉터 두 분을 포함해 파티쉐, 바리스타, 서점원 총 다섯 명의 구성원과 이별한 상황이에요. 지난 삼 주 동안, 공간과 회사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머릿 속이 가득했어요. 가까이에 있는 분들과도 긴밀한 대화를 통해 방안을 찾았지만,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우선 공사중인 공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운영자를 찾는 방식이라도 가져가려 해요. 도시여행자의 방향성을 유지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을 여러분께 공유하고 방안을 함께 찾고 싶어요. 어떠한 코멘트도 좋으니, 함께 고민해주시기를 부탁드려요. 



도시여행자의 방향성


앞서 말씀드렸듯 '서점 다다르다', '문화예술 코워킹 스페이스 / 디저트카페', '커뮤니티 호스텔' 의 방향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건물 매입을 위해 32명의 투자자 분들이 1억 3천 2백만원의 투자금을 보내주셨고, 대흥동과 선화동 일대에 6개의 건물을 매입하려 했어요. 첫 번째, 두 번째 공간을 매입할 건물로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요. 건물의 규모와 상태, 매입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매입할 건물을 마땅히 찾지 못했지만, '시민자산화' 투자 금액을 활용한 건물 매입은 꾸준히 시도할 생각이에요. 하지만, 첫 번째 공간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요. 두 개의 큰 회사로부터 20% 지분 투자와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 제안, 위탁 운영 등을 몇 차례 받았지만 현재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임을 명확하게 밝히고 보류하거나 거절하고 있어요. 안정적으로 회사가 운영될 때, 여러분께 다시 한 번 회사의 방향성을 공유할게요. 이전에는 제안해주신 내용을 함께 진행하지 못함을 말씀드려요. 


'서점 다다르다' 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현재 개인 채무를 안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이에요. 공사 마무리 작업을 통해 빠르게 공간에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이후에 공간에서의 식음료 서비스와 도서 판매, 독서 공동체 운영 등을 통해 여러분과 만날 예정이에요. 당장 진행해야 하는 '심야책방' 프로젝트와 예정된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조금 느긋하게 공간 운영이 될 것 같아요. 매일 오픈했던 공간 운영 스케쥴에도 변동이 있을 예정이며, 조직이 축소된만큼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줄일 생각이에요. 


이렇게 어렵게 된 상황을 감정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어요. 오히려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려 해요. 그럼에도 구성원과의 이별과 개인 채무에 대한 책임감은 애써 이 글로 전하지 못하더라도 깊게 반성하고 있어요. 우선적으로 안정적인 회사 운영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며 방향성을 잡고 이전에 고민했던 계획을 다시 표현하려 해요. 구성원과 함께 동반 성장하는 것을 응원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전해요. 



서점 다다르다에서 바라본 대흥동 성당

서점 다다르다 

We are all different. So we can reach each other. 


새로 준비하는 공간은 은행동 163-4번지 (대전 중구 중교로 73번길 6) 예요. 성심당 본점 골목에 로컬 문구점인 '에스닷' 이 있는데, 문구점 옆 신축 건물 1층과 2층을 사용해요. 1층은 음료를 만드는 커피바(Bar)와 열 개 남짓한 의자가 있고요. 내부 계단이 있어 2층 서점으로 올라갈 수 있어요. 이전 공간보다 3배 정도가 늘어난 서가를 준비하고 있어요. 


다양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 서점 <다다르다>는 ‘다다른 기획전’을 통해 다채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서가에 꽂힌 책을 고른 이유를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며 독서 접근성을 확장하려 해요. 독립 서점이 대형 및 온라인 서점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큐레이션'과 '윤리적 소비를 위한 구매 접근성'을 높이는 거라 생각해요. 오프라인 공간에서 어느 정도 고정된 손님들과 만난 이후에는 빠르게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려 해요. 3개월 단위로 진행하던 독서 모임을 하나의 플랫폼인 '소셜클럽'으로 운영하며, 공간 내에서 느슨한 독서 공동체를 늘려갈 계획이에요. 이 외에도 미드나잇까지 서점 문을 열며 '심야서점'을 운영하거나,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꾸준히 계획해 지역에서도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창작자와 소비자의 중간 역할에 대한 고민을 더하려 해요. 


아멜리에와 함께 도시여행자를 처음 만들었던 계기, 과정에 대해 회상하고 있어요. 서울이 아닌 대전에서 문화기획과 공간 운영을 하고자 하는 이유, 부족하지만 느리더라도 함께 걷고자 하는 과정 등을 깊게 고민하고 있어요. 공간 오픈 이후에는 여러분과 얼굴 맞대고 어려운 이야기를 나누려 해요. 그 동안 보내주신 마음, 감사하게 생각해요. 완벽하게 준비하고 소식을 전하려 했던 마음을 접고, 부족하더라도 미완성된 이야기를 여러분께 꾸준히 전달하기로 약속드려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 도시여행자 라가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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